괴테는 모든것을 말했다

잼이 아닌 샐러드의 삶

by 지금 여기
"독일 사람들은 명언을 인용할 때 출처를 모르거나,
실은 자기가 한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묘하게 그럴듯하다.


괴테라는 이름은 출처가 흔들리는 문장조차 그럴싸하게 만들어 주는 라벨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문장을 인용하는 대신, 이름을 인용한다.


여기, 괴테를 연구하는 한 학자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의문의 괴테 문장을 발견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


괴테의 명언이라는 이 문장은 괴테 전문가인 그가 알지 못하는 문장이었다.

그는 이 매혹적인 말의 기원을 추적하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과연 괴테의 말일까, 아니면 어느 이름 모를 독일인의 지혜였을까.


이 책은 한 문장의 진원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출처를 찾아 헤맬수록, 그의 삶이 선명해진다.

문장의 진위를 묻는 과정이, 역설적으로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이 된 것이다.


안개가 걷히자, 곁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의 생각, 자녀가 원하는 삶, 아내의 취미에 담긴 의미.


흩어져 있던 관계의 조각들이

‘사랑’이라는 실로 꿰어지며 하나로 이어진다.

억지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모양을 확인한 뒤에.


책은 이를 ‘잼’과 ‘샐러드’로 설명한다.


잼은 나를 잃은 채 뒤섞여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혼돈이다.

달고 끈적하지만,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샐러드는 각자의 맛과 모양을 지킨 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혼연일체다.

섞이되 흐려지지 않고, 함께하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깨닫는다.

관계도, 삶도 ‘잼’이 아니라 ‘샐러드’로 가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뭉개서 맞추는 대신, 자기 모양을 지킨 채 섞이는 쪽으로.


우리는 수많은 ‘명언’을 만난다.

누군가에게는 장식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책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방어막이 된다.

말은 때로 나를 구하지만, 때로 나를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나를 포장하다가 내가 사라지는 ‘잼’이 되지 말라고.

삶에서 직접 확인하고, 찾아내고, 증명하며

고유한 나를 드러내는 ‘샐러드’로 살라고.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내 삶 속에서 소화되고 발효되어,

마침내 나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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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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