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나를 배신한 나에게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지나간 연인을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그리워할 사람조차 없는 건조한 현실을 슬퍼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 앞에서
나의 청춘을 마주했다.
정확히는, 그 시절의 나를.
스무 살 초반, 철없던 계절.
나에게도 영원을 믿던 사랑이 있었다.
우리는 ‘영원’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믿었고,
각자의 삶에 치여 무너져가는 자존감을 지키느라
끝내 서로를 등져야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나날.
어제 만난 친구를 오늘 또 만나
같은 이야기로 술잔을 채우고,
비슷한 한숨으로 긴 밤을 넘기던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사무치게 그리운 건,
좋아하는 일만으로도 천억을 벌 수 있다고
진심으로 호언장담하던, 그 무감한 패기였다.
현실의 때가 묻기 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았고,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도
투명하게 나를 찾아가던 그 시절의 나.
만약 내가
그 시절의 나를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결국 이 영화는
타인과의 사랑이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에 대해 묻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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