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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Oct 12. 2023

마흔다섯, 취미를 찾는 중입니다


무슨 일을 하면서 남은 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때까지 혼자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책을 보고 글을 쓰며 산책하고 명상했습니다. 저에게 일은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가치였기에 신중하고 싶었습니다. 그간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기에 확신이 들 때까지 더더욱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암에 걸리고 치료를 하고 보니 활동량을 무조건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의 원인이 다 밝혀진 건 아니지만 유방암의 경우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의 경우에 발병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연구들은 제법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아직 40대이기에 활동을 하려면 이전의 경력을 살려서 생산적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데 돈을 받고 하는 일을 무턱대고 시작하자니 두렵기도 하고 일과 생활 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습니다. 점점 더 선택을 미루고 그런 자신이 또 편치만은 않던 참이었습니다.



마음 가는 것이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너무 재고 따지지 말고 일단 취미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체력도 에너지도 무리해서 뭔가를 시작할 상황이 아닙니다. 연구에 의하면 암생존자의 경우 치료 전보다 신체능력이 약 15% 정도 감소한다고 합니다. 신체능력이 30% 감소하면 거동을 전혀 못하고 누워있는 상태라고 하니 15%라는 수치가 가볍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제 몸과 에너지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건강을 챙기면서 재밌어 보이는 걸 배우고 따라가기에도 벅찬 수준이라는 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미 은퇴하신 분들의 조언을 들어봐도 취미는 경제적인 준비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100세 시대 인생 2막을 맞은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주어질 수많은 시간. 무엇에 몰입하며 보낼 것인가를 미리미리 준비하여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잘 찾아놓을수록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권합니다. 취미야말로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거나 익힐 수 없는 것이다 보니 그야말로 시간의 오랜 축적과 공들임이 필요하다고요.



마음 가고 좋아하는 취미를 시도하고 경험해 보면서 세상 속에서 움직이는 사이에 저의 취향과 선호, 가능성을 알아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이나 주변사람들의 기대 등 다른 모든 것들은 내려놓고 지금의 제가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그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모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라는 사람의 본질에 가까운 무언가를 만나고 싶어서, 다시 허락된 생의 시간을 몰입하여 생생하게 살고 싶어서, 그걸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기여하고 싶어서, 마흔다섯에 열심히 취미를 찾는 중입니다.



제가 선발대가 되어 중년 이후의 삶에 취미를 들여놓고자 하시는 분들의 선택과 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한 땀 한 땀 기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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