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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Jun 11. 2024

피카소가 질투한 화가

지속가능한 취미를 찾는 중입니다 - 전시회 가기 2

한가람 미술관 베르나르 뷔페 전시

지난달에 다녀온 프랑스 천재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전시회에 대한 기록을 남깁니다.


천재라고 불리는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1928년 태어나 1999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15세의 나이에 파리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에 입학했고 주목받았습니다. 전통적인 아카데미 교육을 받았지만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었습니다.


18세에 파리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고 30세에 무려 회고전(!)을 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 중 지드래곤 정도의 유명세와 인기였다고 합니다. 전시회의 시작에 그 당시의 동영상을 상영해 주는데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카소가 뷔페를 질투한 일화도 유명하다고 하네요.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처음 그림을 그릴 때는 물감이 모자라서 최대한 물감을 적게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고 캔버스도 앞뒤를 다 활용하였습니다.


나중에 그는 그림에 과하다 싶게 많은 물감을 사용하여 강한 선을 표현하는데 혹시 그전에 물감이 모자라던 시절의 결핍 때문은 아닐까 혼자 망상을 해보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 파킨슨병으로 고통받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마음속의 불안과 고통을 표현하며 생을 이어가던 그였기에 파킨슨병으로 그림을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없어졌을 때 감당해야 했던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전시회의 마지막방에 있는 그 시기의 그림들에서 그는 죽음이 끝이 아님을 말하고 있지만 슬픔과 절망의 기운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집니다.


그의 그림은 어두운 색조와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존재론적 불안과 고통을 솔직하게 표현하였기에 전쟁으로 피폐해졌던 당시 파리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뷔페는 광대를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또한 자화상시리즈로 뷔페 자신을 주제로 한 그림들도 많이 남겼습니다. 스스로를 광대라고 생각하며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적 고통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걸로 보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그림 속 광대의 모습도 조금은 안정되고 편안한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고 느껴졌습니다.


청년기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과 대비적으로 중년기 이후에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한 걸로 보입니다. 시대적으로 그의 내면세계와 대중의 내면세계가 일치했을 때는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전후에 전 세계가 전쟁의 트라우마로 부터 벗어나 회복하면서부터는 그의 그림 속 어두운 색채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파리의 퐁피두 미술관이 퐁피두 대통령의 진두지휘하에 만들어졌고 뉴욕으로 미술의 중심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설명이 놀라웠습니다. 퐁피두가 사람이름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그 미술관을 2번이나 다녀왔네요. 현대미술과 추상미술로 퐁피두 미술관이 꾸며진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이때 구상미술을 고집하던 뷔페는 대통령과 다른 미술가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고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라고 정치인은 지시했지만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와 위로, 성장 등의 이유로 미술을 하던 그에게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별다른 기대도 없이 어떤 정보도 없이 갔던 미술관에서 먹먹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왠지 전시회장을 떠나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에게 연민과 공감과 존중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저 잘생긴 청년의 일생이 그의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걸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그림들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의 마지막 시기 작품들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시회에 대해 고민 중이시라면 추천드립니다.


** 미술관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작품은 직접 미술관에 가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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