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달'과 '누리보듬'의 강연을 듣고
요즘 엄마표 영어가 대세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도 7살부터 잠수네 아이들의 방법을 따라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었다. 벌써 햇수로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영어 학원을 보내지 않고 DVD보고 흘려듣기, 집중듣기, 읽기 등만 하면서 버티는 동안 내 마음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동안 새로운 엄마표 영어의 대표주자들이 등장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어학원에 다니는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기 위해 엄마표 영어와 관련된 저자들의 강연이 있으면 기회가 되는대로 가서 들었다.
지난번 ‘새벽달’의 강연에 이어 어제는 ‘누리보듬’의 강연에 다녀왔다. 두 분 다 아이들이 이미 고등학교 3학년 이상으로 자랐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 활동적으로 전국에 강연을 다니고 있다.
이 분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가 정작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엄마표 영어를 위한 방법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이 분들의 말투나 음성, 자세에서 배어나오는 자신감이 오히려 내게는 강한 울림을 주었다.
어쩌면 엄마표 영어의 성공비결은 영어를 몇 살 때부터 어떤 방식으로 노출해주고 어떤 책으로 몇 시간씩 듣고 읽도록 훈련하는 등의 차원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달’은 한글책읽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매일 영어 프로그램을 듣게 하고 영어책을 낭독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과제로 엄마에게 보내도록 하였다. 반면 ‘누리보듬’의 경우는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들 덕분에 하루 1시간 집중듣기 하는 영어책을 빼고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으며 말하기는 따로 훈련하지 않았고 다만 홈스쿨링으로 중고교과정을 마친 후 15살에 호주의 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호주에서 몇 년간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결국 방법에 있어서 이 두 엄마의 엄마표 영어는 공통점이 많지는 않다.
기술적인 공통점 대신 내가 찾은 두 엄마의 영어 교육에 있어서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에게 영어를 교육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철학을 분명히 하고 그에 대해 흔들림없이 쭉 이어나갔다는 것이다. 아이의 영어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던 목표 자체가 ‘전 세계의 지식과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무기를 쥐어주겠다’는 것으로 크고 높았으며 확고했다.
둘째,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과 도구를 찾는데 열심이었고 성실하게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엄마 자신이 영어를 활용한 영상과 책을 다양하게 검색하고 정보를 수집하여 아이에게 제시하고 아이의 선택에 따라 교육과정을 채워나갔다.
엄마표 영어를 통해 자녀를 목표한 모습에 가까울 수 있게 이끌어간 엄마들을 보면서 나는 자녀의 영어교육보다는 엄마로서 내 삶에 대한 나의 자세와 관련된 교훈을 얻었다.
우선 스스로를 믿자.
그리고 아이도 믿자.
자신의 아이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과정에는 충실하되 결과를 통제하려고 애쓰지는 말자.
TED 최고의 강연중 하나로 유명한 브레네 브라운은 '취약하다는 것(vulnerability)의 힘'
이라는 강연에서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바로 그것이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믿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자신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세상을 그리며 아이에게 매일 자신이 믿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영어를 익히도록 돕고 격려할 수 있는 용기는 엄마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로 다가가고 하루의 실천이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다음 날의 실천을 위한 준비에 담담하게 임하는 모습에서 그 분들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스스로를 누구보다 믿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용기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의 패턴에서 빠져나와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내려놓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해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자신과 아이에 대한 단단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세상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그 안에서 개인들은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함속에서 자신을 지켜내고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이 아닐까한다. 이렇게 스스로를 믿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면 아이들도 그만큼 엄마를 믿고 따를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적당한 준비가 되면 무사히 독립하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 아이들에게는 엄마 자신과 아이들을 믿어주는 단단한 엄마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