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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08. 2024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기.

첫째 때와는 또 다른 둘째 출산 후 현장 복귀의 마음.

 아이들과 남편이 잠든 새벽. 집안일을 적당히 끝내고 수유의자에 앉아 수유쿠션 위에 노트북을 킨다. 

아이들이 없었을 때에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쿠션을 대고 타자를 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모든 것이 변했듯 나의 업무 환경도 이렇게 변했나보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둘째를 남편에게 잠시 떼어놓고 일을 하러 간다. 둘째 임신 초기에 일을 그만 두었으니 거의 14개월 만인 듯싶다. 첫째가 지금의 둘째 월령보다 아주 조금 더 어렸을 때 나는 다시 현장에 복귀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뭐 엄청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첫째 출산 한달 전까지도 거의 만삭인 채로 세션을 진행했던지라 나에게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생각보다 빨리 둘째를 만나게 되면서 이후 모든 일을 다 놓게 되었다. 아니, 놓았다. 순전히 나의 의지로.


 그 선택은 첫째아이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첫째 출산 전까지는 육아라는 게 어떤 건지 와닿지 않았다. 얼마나 나의 삶이 송두리째 변화하게 될지, 그 환경뿐만 아니라 나의 가치관, 생각까지도 그렇게 변화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둘째를 가졌다는 걸 알게된 순간, 최대한 빨리 일을 정리하고 첫째와 나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데  둘째까지 만나고 나니 내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프리랜서의 숙명인, 타인 즉 나를 쓰고자 하는 현장에서의 부름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이 가정과 아이들과의 시간을 잠시 제쳐두고 일을 하러 나갈 마음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계속되는 육아에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잠시 우울한 감정이 몇주 지속되기도 했지만, 이 시기에 주양육자인 엄마, 즉 내가 아이들 옆에 있어야하는 게 내 육아 가치관에 합당한 일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빠짐 없이 내 눈에, 머리에, 마음에 담는 일이야말로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보니, 이 행복을 깨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기관에서 복귀 연락을 받지 않았더라면 나의 현장 복귀는 한참 더 나중에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복귀에 대한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다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어쩌면 누군가 나를 불러주기를, 나에게 이 관성에서 벗어나 음악치료사의 자리로 돌아가리를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복귀가 결정된 후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다음주면 정말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늘 두 아이의 엄마와 목회자의 아내로만 살다가 다시 내 이름 앞에 음악치료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 현장에 다시 가야만 한다. 현장에 있는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가 않지만, 막상 가면 원래 이 자리가 내 자리였던 것처럼, 그 환경에, 상황에, 음악에 모든 것을 맡기겠지. 


 준비하는 한 달동안 관련 서적도 읽고 싶었고, 필요한 음악들도 좀 정리해두고 싶었고, 기타 연습도 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 어느것도 내 기대의 절반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이 다소 긴장이 되기도 한다. 부족한 것을 채우려면 끝이 없겠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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