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십대 제철 일기 Jul 21. 2024

진짜 무서운 이야기

#한여름 #오싹한 #인과응보

"누군가를 저주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


일본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남을 저주할 땐 그 사람과 자신의 무덤 두 개를 준비하라는 건데, 불행을 빌면 결국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맞다고 확신한다.


나의 경우만 봐도, 누군가를 작정하고 싫어하기 시작하면 내가 시름시름 앓곤 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데 온 마음을 쏟아버리니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몸에 병이 났다.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고 배가 아프거나, 집중력이 흐려져 내 할 일을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주를 하거나 복수를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살다 보면 말도 안 되게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상대에 대한 저주를 퍼붓기 마련인데, 나는 살면서 그러한 저주를 극한까지 해보진 않았다. 누군가 그런 나를 대신해 악담을 해주어도 동조가 잘 안 된다.


-진짜 나쁜 새끼 아냐?
-뭐 그런 놈이 다 있냐? 확 교통사고 나서 죽어버려라!
-헉. 아니 그….


이런 식이다. 혹시 착한 척? 아니! 나는 '인과응보'를 철석같이 믿는다. 잘못을 한 사람은 그만큼 대가를 치르는 거고, 내가 남의 불행을 바라면 결국 나도 불행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뿐. 물론 살아 보니 인과응보가 그리 쉽게 돌아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지도 않았다. 최근 억울한 일이 있었다. 생각에 빠져 잠도 이루고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일은 뒤로 미루는 날들을 보냈다. 뒤통수를 사람(A라고 하겠다)은 즐거워 보여 심적으로 고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A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말했다. "그러게 마음을 곱게 썼어야지", "결국 어떻게든 다 돌아오는 거 아니겠어?", "A가 안타깝긴 한데 처음부터 꼭 그랬어야 했다니?"


오싹했다. 정말 잘못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 걸까. 혹시 A가 나를 저주하면서 본인도 돌려받은 걸까. 그렇다고 한들 나는 A의 일을 두고 '그래도 싸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저 내 인생을 한 번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나 또한 A를 잔뜩 미워했던 일을 반성했다.


A가 내게 한 짓을 용서한다거나 이해하고 싶진 않다. A를 비롯해 의도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나쁜 일이 생기진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가질 생각은 없다. 난 현자도 성자도 아니고 맞으면 맞는 대로 아픈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경계하고자 한다. 과한 욕심을 부리거나 남을 깊이 미워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남의 마음을 짓밟고 일어서다 보면 결국 넘어진다. 그리고 나쁜 마음이 커져 내 인생이 뻑뻑해지면 톱니바퀴의 이 하나쯤은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의 것도 남의 것도 묫자리 팔일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게, 한여름 밤 오싹할 일 덜어주는 일 아닐까. 착하게 살자!

불행이 창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음의 온도를 잘 유지해봅시다!



이전 17화 우울할 땐 '우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