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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Jul 20. 2024

우울할 땐 '우웅'

귀엽고 가볍게 넘기는 방법 어디 없나?

'우울할 땐 우웅해보자'


가끔 보면 커뮤니티엔 천재만 모여 있는 것 같다. 우울할 땐 귀엽게 '우웅' 하고 넘겨보자는 뜻의 깜찍한 밈을 봤다. 기발하고 앙증맞은 생각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아주 배우고 싶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우울이 찾아온다. 굉장히 어릴 때부터 그랬고, 조절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적당히 견디며 사는 방법을 알게 됐다. 사실 누구나 '나만의 우울'을 안고 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 또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가끔은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연달아 쌓일 때면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깊은 우울에 빠질 땐 깊은 우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나는 그럴 때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는다. 마치 물 위로 올라온 물고기가 아가미 없이 처음으로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아주 어지럽다가도 조금씩 정신이 든다. 심장이 빨리 뛰다가도 조금씩 규칙을 찾아가고, 꽉 막혔던 숨통에도 조금씩 공간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나가서 걷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때때론 해소가 됐고 때때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나만의 해결책이 생길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해답'은 찾지 못했다. 남의 답안지를 훔쳐보기도 했지만 결국 '남'의 답안지였다. 나는 수리 '나' 형인데 수리 '가' 형 답안지를 봐봤자 정답을 맞힐 수가 있겠나!


그나마 기분이 풀릴 때는 정신없이 글을 쓸 때다. 우울한 감정을 마구 토해내듯 일기를 쓰고 나면 대나무 숲에 소리친 기분이 들긴 한다. 하지만 아쉬운 건 소리치고 나면 꼭 메아리가 돌아와서 아주 생각을 떨쳐내긴 힘들다. 결국 나는 '우울 샤워'를 한바탕 하고 나서야 우울에서 벗어난다.


우울이라는 우물에 빠지고 나면 누구도 나를 우물에서 꺼내줄 수 없다. 간혹 우물 안으로 밧줄을 내려주거나 비가 들어차지 않도록 우물가에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것도, 비가 그칠 때까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하는 것도, 모두 나다. 


결국 내가 힘을 내서 스스로 극복하지 않는 한 답은 없다. 그게 참 어렵고 고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가볍게 살고 싶다. 자주 웃고 장난치며 억지로라도 더 철없이 살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에서 나는 앨리스가 되어야 한다.


앨리스가 되어 고된 여정을 거쳐야만 이 꿈이 깨고, 어른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러니 우울할 땐 '우웅'을 해보자. 아주 귀엽게. 슈퍼 마리오처럼 또잉 또잉 점프해서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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