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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Jul 13. 2024

진심어린 축하를 찾습니다

기쁜 일에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

'이렇게 완벽한 선배가 있다니…!'


한때 의지하던 A 선배가 있었다. 일도 잘 하고 성격도 좋아서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신임을 받는 스타일. 나또한 그 선배를 존경하면서 가까이 지내며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선배로서 대접을 받고 싶어하지도 않고 오히려 후배들 먼저 배려해주는 모습이 '진짜 어른'처럼 보였다.


나는 아직도 후배 대하는 게 어렵고 어느 정도는 귀찮았다. 과거엔 후배라면 무조건 내 돈과 내 시간을 내어 조언도 해주고 비싼 밥도 사 주는 걸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성심성의껏 가르친 후배들이 금방 이직을 해버리거나, 나의 배려를 더이상 고마워하지 않는 걸 보고 나도 슬금슬금 마음을 거두기 시작했다.


물론 서로 배려해서 아직도 좋은 감정과 관계로 남아 있는 후배도 있지만, 어쨌든 내 경험상 '후배와 잘 지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난 후배들을 잘 챙기는 선배를 보면 존경스러웠다. 사회생활에서 주기만 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에.


하지만 A 선배는 달랐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아낌없이 애정을 쏟았다. 기분이 안 좋아보이거나 지나치게 바빠 보이면 무슨 일이 있는지 꼭 먼저 물어봐주었고, 본인이 도와줄 게 있으면 남의 손을 빌려서라도 도와주니... 이 정도면 거의 '유니콘' 급 선배가 아닌가 싶을 정도!


선배는 대나무숲을 자처했다. 늘 힘든 일은 없는지를 물어봐 주었고, 그럴때면 나는 힘든 점을 술술 털어 놓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옮기 마련인데, 선배는 어찌나 단단한지 그런 이야기를 늘 성의껏 들어주었고 열심히 위로를 해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선배가 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선배에게 회사에서 겪은 힘든 이야기를 터놓다가,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화제를 돌렸다. 최근 내게 있었던 좋은 성과를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늘 힘들어하던 후배가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걸 알게 되면, 선배도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돌아오는 반응이 싸늘했다. '잘 됐네, 잘 했네' 등의 반응이 돌아올 줄 알았지만 선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 후배 이야기를 꺼내며 마치 '네가 한 일은 별 일 아냐' 식의 뉘앙스를 풍겼다.


반. 전.. !!!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일부러 다양한 화제를 건네봤고, 결국 알아차렸다. 그 선배는 불행 수집가였다. 힘들고 쩔쩔 매는 사람에게 위로해주고 도움을 주면서 위안을 얻는 타입. 본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었고, 잘 하는 사람은 불편해했다.


그제야 퍼즐이 다 맞춰졌다.


그동안 내가 마음 놓고 털어놨던 모든 이야기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A 선배가 아닌 나 자신의 어리숙함에 실망했다. 생판 남이 나의 행복을 얼마나 위해주겠는가. 남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난 여전히 그 선배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 불행 수집가라고 한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우려고 하는 것 마저도 나쁘게 보고 싶진 않다. 다만 내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내 사람' 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나쁜 일이 있을 때 한달음에 달려와주는 것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친구다. 하지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어린 축하를 건네고 함께 폴짝 폴짝 뛰어주는 사람이라면? 그릇의 크기가 바다와도 같으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헤엄치면서 함께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으리라!

내게 있었던 좋은 소식을 듣자마자 꽃다발을 보내준 동생!! 너무 고마워서 쪼끔 춤 췄음.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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