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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Sep 07. 2024

상사가 원하는 대답은 뭘까?

예스, 땡큐, 땡쓰투유를 기억하시오

나는 상사와 대화할 때면 '정답 찾기'에 여념이 없다. 나의 생각 말고 상사가 원하는 답변을 내놓기 위해서 순간순간 머리를 굴린다. 그렇게 신경 써서 답변을 할 때면 대부분 정답을 찾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도 오답일 때도 있다. 흠.


"직장에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야 오래가는 법이야."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나서는 건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건 좋아하는 편이다. 일도 주도적으로 해야 더 신나고 함께 일하는 이들과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로 임할 때 더 적극적으로 일하게 된다.


이런 성격 탓에 누군가에게 눈엣가시가 되기도 했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했는데, 튀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무료해서 했다. 업무 숙지는 끝난 상태였지만 다들 바빠서 내게 일을 주지 못할 때였다.


사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고했더니 바로 추진하게 됐고 그게 잘 풀려 꽤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부서가 다른) 동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하게 될 일을 왜 먼저 나서서 해?
-왜? 무슨 일 있어?
-너 때문에 우리도 다 눈치 보이잖아.
-아…. 나는 그냥 할 것도 없는데 가만히 있는 게 좀 그래서.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너무 튀려고 하지 마.


나는 그때 얼떨떨한 상태로 전화를 끊고 이후 동기와는 금방 멀어졌다. 나의 행동이 동기들을 곤란하게 했다는 사실에 위축이 됐지만, 너도 나도 금세 바빠져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바람직한 신입의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신입 때 적극적으로 일을 배운 탓에 지금까지도 써먹는 스킬들이 있다. 뒤로도 나는 속했던 부서에서 적극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회의를 해도 가장 많이 아이디어를 냈고 새로운 시도는 대부분 내 차지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태도는 점점 바뀌어갔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테기'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운'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상사와 업무적으로 궁합이 맞는지가 상당히 중요했다. 밤낮없이 일하는 부하 직원을 원하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신의 말벗이나 술상무를 원하는 상사도 있었다.


한 때는 뚝심 있게 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기도 했다. 앞장서서 직언도 해보고 업무 외적인 일에 있어서는 소신껏 행동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됐다. 그게 나의 오만이었다는 것을!


직장에서 상사와의 관계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책임자는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는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부하 직원에게 더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있고, 인사 고과도 책임자의 몫이다. 그러니 사내 정치를 빼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낸 뒤로는 친구의 말에 동의했다.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말 것, 대신 일은 잘하면서 지낼 것'. 나는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스스로를 교화(?) 중이지만.


이걸 깨달은 뒤로는 상사가 원하는 답변을 하려고 노력했다. 무진장 바쁠 때 신변잡기적인 대화를 걸어와도 웃으며 맞장구치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도 지시하면 잽싸게 '넵'을 외친다. 그리고 성과가 나면 내 것도 상사의 덕으로 돌린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답변은 예스(Yes), 땡큐(Thank you), 땡스 투유! (Thanks to you!)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이 세 가지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상사의 말에 잘 따르고, 내게 기회를 주면 고마워하고, 함께 고생한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것. 좋은 상사든 나쁜 상사든 상사는 상사고 부하 직원은 부하 직원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적절히 마음을 표현해서 나쁠 것 없다. 잊지 말자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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