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순이지만 파티를 좋아한다. 그것도 내가 호스트가 되어 주최하고 진행하는 파티를 무척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 치고는 몇 번 하지도 않았지만, 그만큼 열정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못했다.
파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한 데 모아 다 같이 볼 수 있다는 것!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바빠서, 피곤해서, 일정이 있어서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어렸을 땐 자주 보는 게 친함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또 다르다.
친한 친구보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동료와 대화가 더 잘 통할 때가 있고, 그때그때 내 인생의 단계에 따라 내게 오는 인연이나 내가 원하는 인연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히려 친할수록 친함을 방패 삼아 보는 걸 미루게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일단 만나면 너무 아쉽다! 그다지 이슈가 없는데도 할 말이 끊이질 않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섭섭해진다. 그래서 오히려 친한 친구와는 '밥 한 번 먹자' 정도의 만남이 안 된다. 밥만 먹고 헤어지기 너무 아쉽기 때문. 그러다 보니 나는 오랫동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파티를 좋아하게 됐다.
"아주 개츠비가 따로 없네!"
이런 나를 보고 친구는 그 위대한 개츠비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어이쿠. 으레 파티라고 하면 제대로 된(?) 파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파티룸이나 호텔을 빌려서 내부를 꾸미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느런 느낌. 이 또한 재밌고, 파티 느낌만(?) 내도 즐겁다.
5년 전쯤 이사 파티를 한 적이 있다. 자취방을 옮길 때 참 다사다난했는데 그때 선뜻 이사를 도와준 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마음에서 파티를 열었다. 파티룸을 빌려 배경음악도 틀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세팅했다. 참석자들에게 드레스코드도 알렸다.
그리고 각자의 이니셜이 박힌 소박한 팔찌를 준비했다. 참석자들이 도착할 때마다 놀이공원 입장 팔찌처럼 준비한 팔찌를 채워주고 문 앞에서 개인 사진을 찍었다. 그게 파티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신나게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중간에는 경품 뽑기도 진행했다. 준비해 온 선물을 포장해 놓고 고르게 했는데, 아주 소소한 선물에도 모두가 즐거워하니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파티룸 이용 시간은 자정까지였지만 신이 난 우리들은 헤어지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 술을 한 잔 더 했고, 여자 친구들끼리는 나의 자취방으로 옮겨 밤새 수다를 떨었다.
나는 그날이 아직도 가끔 기억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지인들끼리도 새롭게 서로를 알아가며 친해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투성이인 파티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좋아하는 건 파자마 파티다. 파자마성애자인 나는 좋아하는 지인이 생기면 애정 표현의 하나로 파자마를 선물하곤 한다. 집순이가 향유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 바로 파자마 아닐까!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도 파자마는 필수다.
우리 집에 모이면 나의 파자마를 골라 입게 하고, 다른 곳에서 모이면 각자의 파자마를 챙겨 와서 편한 차림으로 밤새 노는 거다. 그럼 한 밤 중에 사진을 찍어도 귀엽고, 서로의 잠옷을 공유하며 좀 더 친밀해진다. 그 차림 그대로 쓰러져 잘 수도 있으니 아주 굿.
올해 계획 중 하나도 파티다. 내가 목표한 일을 이루면 무조건 파티를 열겠다고 다짐해 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잔뜩 모아 음식을 대접하고 신나게 놀아야지. 나는 오랜만에 내 안의 작은 개츠비를 꺼낼 수 있을까. 연말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힘을 내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