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대여정(완결)
도로주행에 합격하고 2주일쯤 지나서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대단한 자격증이라도 취득한 것처럼 신나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다. 면허증을 받자마자 학원에서부터 집까지 직접 차를 몰았다. 여전히 긴장되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
나에게 운전이 너무 큰 일이라 그런 건지, 운전을 하다 보면 자꾸 인생을 떠올리게 된다. 운전이라는 ㅓㄴ 묘하게 철학적이다. 일단 운전대를 잡은 이상 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운전대를 잡고 벌벌 떤 날이 있었다. 몇 번 실수를 하고 나니 도무지 운전을 더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무섭고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하지만 차도 한가운데서 운전자를 바꿀 수가 있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신 바짝 차리고 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운전대를 넘겨받아줄 사람이 조수석에 타 있다면 의지할 순 있다. 갓길에 차를 대고 운전자를 바꾸면 되니까. 정말 너무 위급한 상황일 땐 신호 대기 중에 잽싸게 바꿀 수도 있는 거고.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을 때'의 이야기다. 그렇지 않고서는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끝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길라잡이가 될 순 있어도 운전자가 될 순 없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주차까지 마치는 게 운전자의 몫이다.
나는 그게 참 무서웠다. '더는 못하겠는데…….' 싶은 상황이 와도 피할 수 없다는 게 아찔했다. 갑자기 도로에 차가 많아지고, 사고가 나고, 비가 오는 등등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와도 운전은 운전대를 잡은 내 몫이었다.
'이게 인생이구만!'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생각했다. 온갖 변수들을 마주하는 도로 위가 인생이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게 인생 아닐까. 어찌어찌 피하려면 피하겠지만 그럴수록 아무것도 피하지 못하는 때가 오는 것이다.
도로에 차가 많다고 운전대를 넘겨 버릇하면, 나는 평생 차가 없는 새벽에나 운전할 수 있을 거다. 차선 변경이 무섭다고 늘 다니던 곳만 다니면 더 먼 세상은 꿈도 못 꿀 거고. 운전 실력도 늘 초보에 머물러 있겠지.
운전이나 인생이나 '연습'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운전을 잘하고 싶으면 일단 동네에서부터 차근차근 주행 연습을 하고, 잘 안 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몰랐던 부분을 배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용기를 내서 동네를 벗어나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잘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습해서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잘하게 되고, 나아가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용기를 내서 부딪혀야 한다.
일단 부딪히고, 깨지고, 난리 부르스 추기.
그래야만 자란다. 내 인생이니까 내가 직접 하는 수밖에.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수밖에.
나는 지금도 운전이 무섭고 자신이 없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태워준다고 하면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고 냉큼 운전석에서 내리고 싶다. 뚜벅이 생활도 불편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는 게 여전히 마음 편하다.
그렇지만 운전을 하고 싶다. 자꾸 연습을 하고 도로를 익혀서 마침내 아무런 부담 없이 운전대를 잡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운전을 해서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받아왔던 것처럼, 가족들을 차로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고 싶다. 급한 일이 생기면 서둘러 차키를 찾고, 선선한 가을바람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 드라이브코스를 달리고 싶다. 그런 여유를 찾으려면 뭐부터 해야 한다? 연습!
남들보다 늦었지만, 시시하지 않은 나의 운전 라이프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