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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Jul 13. 2020

남의집살이-번외

굳세어라, 이세상 모든 이십구달팽이들이여

2019년 2월 26일부터 연재한 '남의집살이'는 마무리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전세보증금과 이사, 원룸, 자취를 둘러싼 3개월간의 이야기를 풀어봤는데요. 


그 당시 제 상황이나 기분, 그리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 등을 얘기하자면 20편이고 30편이고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더 얘기하면 개인정보가 담길까봐 불안하기도 하고(편지 트라우마..) 시점도 1년을 훌쩍 넘어가니 기억의 오류가 생겨 이쯤에서 줄이기로 했습니다ㅎㅎ 


어쨌든 전세보증금을 다 받아내고, 이사를 하고, 새 집에도 전세보증금을 치루면서 제가 비유한 '마라톤'은 끝난듯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저는 또 새로운 집에서 달팽이 생활을 시작했고 이번 집에서도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저의 마라톤은 42.195km에서 끝나지 않는 셈입니다. (걸어서 지구 한바퀴?) 


그 생각만 하면 아득하고 맘 한구석이 답답해져 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성장을 하고 배워가며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양이...나만 없어... ㅜ


그리고 저의 경험으로 제 주변 사람들을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자취 7년차고 전세보증금대출도 벌써 두 번째라 어느 정도 빠삭(?)하거든요.




'남의집살이' 1편부터 15편까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봐야할 이야기 투성이었다면, 번외편에선 신나는 얘기도 해보려 합니다.


저의 이사를 도와줬던 '어벤져스'를 기억하시나요?


2019년 2월 이사를 마치고 4월 중순에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때 와줬던 친구들과 응원해주고 도와줬던 지인들 중 시간이 맞는 8명(저 포함)과 함께요.


어벤져스 멤버인 C, L, O, Y

그날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 발길을 돌렸던 K

늘 응원해주는 K 그리고 또 K (김씨가 많네요)


4월 어느 금요일, 퇴근 후 다 함께 모여 파티(술파티?)를 즐겼는데요. 

저마다 드레스코드인 '빨강'을 하나씩 갖추고선 잔뜩 들떠서 만났습니다ㅎㅎ 


그중에서도 가장 신난건 호스트인 저였죠. 파티룸을 빌리고 지인들 이니셜이 들어간 팔찌도 주문해놓고 소소한 게임이나 선물도 준비했어요. 8명의 교집합이 저였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이들끼리는 서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모두 잘 어울려서(심지어 하이텐션ㅋㅋ) 신나게 놀다 새벽이 돼서야 흩어졌습니다. 그중 C, O, K와는 집으로 옮겨 밤새 여은파를 즐겼어요.


그렇게 고마웠던 이들에게 제 나름대로 감사함을 표현하고 나서야 '이사 대장정'이 끝난 기분이었요. 기꺼이 함께해줬던 육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진 빚도 참 크게 느껴졌는데 조금이나마 갚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뒤로는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물론 소소한 이슈들은 있었지만요. 


빌딩은 참 높ㄷr... 빌딩을 올려ㄷ r 보는 나는 낮은게 아ㄴ1라 작을 뿐... ☆ (싸이월드 감성..)


'남의집살이' 연재를 이십구달팽이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삼십달팽이(서른짤)가 됐습니다. 그 사이 빛이 들기도 했고 그늘이 드리우기도 했고 잦은 파도에 정신없이 휩쓸리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게 '보통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연재한 이유는 제 경험을 기록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에요. '과연 읽어주실까' 걱정했는데 어디선가 유입돼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구독자도 열 아홉 분이나(물론 지인들도 있지만요ㅎㅎ)..!! 너무 신기한거 있죠. 


'좋아요와 구독은 힘이 됩니다' 하는 익숙한 멘트 있잖아요. 유튜버들이 영상 초입이나 말미에 남기는 멘트. 브런치를 하면서 깊이 공감했어요ㅎㅎ 좋아요와 댓글, 구독은 소통이자 공감이니까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제 글이 경험담 위주이자 정보 제공용이라 '위로'가 되진 못할 것 같아요.  


번외편에선 유쾌한 이야기만 다루려 했는데요. 이사나 파티 이후에도 열 뻗치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사 후에도 이전 집주인이 셋톱박스를 내놔라(와이파이도 제 돈 주고 연결했는데 셋톱박스는 무슨..), 관리비를 더 내놔라 등의 연락을 해왔고요. 내내 집주인 편이었던 부동산 중개업자가 별 시덥잖은 이유로 귀찮게 하기도 했고요.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죠? (지긋지긋해!)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자주 '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앞으로 또 이런 일을 맞닥뜨렸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지도 못하겠고요. 


하지만 주먹 하나는 불끈 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고됨이 모여 헤쳐나갈 힘을 만들어 가는거죠. 처음부터 연약하지 않은 사람은 없잖아요. 인생 근육 빵빵해질때까지 화이팅해야죠.



오늘 하루도 수고한 

청년, 사회초년생, 자취생, 임차인, 나홀로족 모두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수고한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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