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주류 시장의 가장 큰 화제, 그리고 다가올 2020년의 해외 주류 트렌드를 언급할 때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는 바로 저 알코올/무알코올음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무알코올 맥주 정도만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저 알코올/무알코올음료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에는 1월 한 달간은 금주를 하는 'Dry January'라는 캠페인이 있다. Mintel에 따르면 Dry January에 대한 소셜 미디어의 언급은 2018년에서 2019년까지 89% 증가했고,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는 1,083%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2020년 1월에는 520만 명에 가까운 영국인들이 1월에 음주를 중단했으며, 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규모가 큰 수치로 밝혀졌다.
출처: Alcohol Change UK 홈페이지
소셜 인사이트 회사 Fizziology는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술과 음주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소비자들은 알코올 중독과 정신 건강에 대해 더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 알코올과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니즈가 점차 높아지리라 예측했다.
음료 리서치 회사 Imbibe는 "건강과 웰빙이 경험 문화와 경제 상황과 연계되며, 음료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 및 주류 음용 형태의 변화에 따라 주류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저 알코올/무알코올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저 알코올 무알코올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디아지오의 투자
다국적 주류 대기업인 디아지오는 2019년 8월 무알코올 스피릿 Seedlip의 지분을 상당수 사들이며, 무알코올 스피릿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디아지오는 "Seedlip은 미래에 세계적인 음료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향후 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2020년 1월 Seedlip은 런던과 맨체스터에서 기차, 지하철, 버스, 빌보드, 디지털을 통해 첫 캠페인을 열었다 (출처: Seedlip 페이스북 페이지)
이 뿐만 아니라 디아지오는 Distill Ventures 설립해 새롭게성장하는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최근 시카고에 기반을 둔 무알코올 음료회사 Ritual Proof에 투자할 것을 발표했다. Distill Ventures의 15개 포트폴리오 중 1/4이 무알코올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디아지오는 무알코올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Distill Ventures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소비자의 58%가 무알코올 저 알코올 음료를 더 많이 마시고 있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의 영향력 있는 바텐더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무알코올과 저 알코올 시장이 계속 성장하리라 예측했다.
맥주 시장의 움직임
미국의 무알코올 및 저 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8~2022년 사이에 약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해진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서도 이러한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데, "무알코올 맥주" 키워드 검색량이 매년 상승하며 지난 10년간 제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0년-2020년 무알코올 맥주 구글 검색 트렌드 (출처: Forbes 홈페이지)
ABInBev에서는 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4개의 NALAB (no- and low-alcohol beers) 포트폴리오를 추가했다. ABInBev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맥주 판매량의 20%를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제품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신제품에는 Goose Island의 So-Lo (ABV 3%, 98칼로리), Four Peaks Brewing Company의 Gilt Lifter (ABV 3.4%, 7g의 탄수화물 함유), Breckenridge Brewery의 Resolution Blueberry Acai Golden Ale (ABV 3.4%, 전해액 첨가), Golden Road Brewing의 Mango Cart Non-Alcoholic Wheat Ale (ABV 0.5% 미만)이 포함되어 있다.
Brewdog은 20년 1월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알코올 프리 바인 BrewDog AF Bar를 열었다. 15 종류의 무알코올 크래프트 맥주를 탭에서 즐길 수 있으며, Dry January를 맞아 1월 한 달간은 'Drink All You Can'이벤트로 무알코올 맥주 무한 리필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픈 시간은 오후 12시로 고객들이 브런치를 즐길 수 있게끔 할 뿐만 아니라, Ellon-roasted BrewDog 에스프레소 커피 (Ellon은 브루독의 증류소가 위치한 스코틀랜드의 도시)를 제공하고, 맥주 테이크 어웨이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Brewdog Alchol Free Bar (출처: Brewdog 페이스북 페이지)
다국적 대기업 맥주 회사부터 크래프트 브루어리까지 다양한 무알코올/저 알코올 맥주가 출시되고 있다. 종류 및 맛이 궁금하다면 수많은 무알코올/저 알코올 맥주 리뷰를 담고 있는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보아도 좋다.
2020년에는 더욱 다양한 브랜드와 확장된 주종의 저 알코올/무알코올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는데, 2019년 브루클린에서 열린 2019 Bar Convent Brooklyn 트레이드 쇼에서는 Stryyk (영국), J. Gasco (이탈리아), Memento (이탈리아), Undone (독일) 등 수많은 저 알코올/무알코올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또한 올해 1월 런던의 Mindful Drinking Festival에는 60개 이상의 무알코올 음료 브랜드가 참여했는데, 이 중 10개 브랜드가 진, 럼, 위스키와 같은 전통 스피릿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디아지오뿐만 아니라, 다른 다국적 대규모 주류 기업에서도 이미 무알코올/저 알코올 시장에 적극적이다.
Perno Ricard에서는 2018년 무알코올 진 Ceder’s를 출시한 이후 무알코올/저 알코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2019년 7월에는 다크 스피릿 Celtic Soul을 출시했다. Perno Ricards는 이 시장에 다크 스피릿 포트폴리오가 적다는 점에 착안하여 Celtic Soul과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에 제품을 내놓게 되었다고 밝혔다.
작년 5월, William Grant & Sons 역시 Hendricks Gin 마스터 스틸러가 제조에 참여해 탄생한 0.5% ABV의 Atopia Spirits를 출시하였다. 천연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어졌으며, Atopia & Tonic 한 잔에는 평균적인 진토닉 칵테일보다 75배 적은 알코올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유럽 각지에 식료품 매장을 두고 있는 Lidl에서도 자체 PB 상품으로 CeroCero 무알코올 스피릿을 출시했다. 영국의 건강식품 판매점인 Holland & Barrett에서는 세계 최초로 특수 설계된 시럽 캡을 이용하여 고객들이 단맛을 조절할 수 있는 무알코올 칵테일인 Kolibri 칵테일 판매를 시작했다. Kolibri는 가벼운 탄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설탕 대신 골든 아가베 시럽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Kolobro Chilli & Cardamom, Strawberry & Basil, Elderflower & Lime (출처: The Spirit Business 홈페이지)
무알코올/저알코올 RTD(Ready to Drink, 개봉 즉시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음료 역시 크게 성장해오고 있고, 앞으로 더욱 큰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Kraft Heinz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크림 리큐르 중 하나인 BAILEYS와 파트너십을 맺어 RTD 커피 음료, 그라운드 커피, K-cup Pod를 출시하였다.
이 밖에 작년 10월 The Original Free Drinks Company에서 영국 최초의 0% ABV RTD인 Highball Cocktail을 선보였으며, 12월 스코틀랜드의 크래프트 양조장 & 증류소인 Eden Mill에서도 두 가지 다른 맛의 무알코올 캔 진 토닉을 출시했다.
브랜드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앞으로 쉐리, 베르무트, 사케 등 다양한 주류 카테고리에서 저알코올/무알코올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