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에게 버릇없이 대든 날 [04화]
그때의 기분은 영원히 말을 안 하고 싶었다.
시어머니에게 버릇없이 대든 날
우리 집은 김장을 하면 다섯 집은 기본적으로 나누고 여기저기 나눔 할 곳이 많아서 최소 250폭~300폭 정도 한다. 배추 사 오는 것을 시작으로 소금 간하고, 씻고, 양념 만들고 2박 3일 정도 소요된다. 김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아찔한 이야기가 있다. 김장 준비로 자정까지 일하면서 시누이 부부와 가족들이 얘기를 나누던 중 내가 듣기에 서운한 이야기가 있었다. 2층으로 올라와 남편하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말다툼을 했다.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가 새벽에 배추를 씻으며 며느리가 왜 안 나오는지 자꾸 물었단다. 남편이 전 날 말다툼으로 내게 미안함 때문에 깨우지를 못한 거다. 어머니가 계속 재촉을 하자 남편이 나를 깨우러 왔다. 미안한 마음으로 급하게 내려오는 나에게 어머니가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 잠이 그토록 많이 오더냐!”라고 화를 내셨다. 나는 엄청나게 놀랬다. 어제의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야단을 치시니,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 네! 잠이 펄펄 오데요!!!” 갑작스럽고 버릇없는 내 대답에 남편이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2층으로 올려 보내려 했다. 나는 코를 씩씩거리며 완강하게 버팅 겼다. 그리고는 물을 튀겨가며 배추를 열심히 씻었다.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너무 난감했다. 조금 있으면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데 집을 나가버릴 수도 없었다. 어색한 마음으로 부엌으로 가서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얼마쯤 지나 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오시며 “ 아가~ 채반 좀 줄래?” 하고 먼저 말을 하셨다 그때의 기분은 영원히 말을 안 하고 싶었는데 , 어머니가 건네신 말씀으로 엉겁결에 풀어져 버렸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김장을 마치고 가족들이 떠났을 때, 어머니가 나를 불러서 새벽에 일어난 일을 설명하시고 어색하지 않게 상황 정리를 하셨다. 어머니는 가슴속에 좋지 않은 감정을 품지 않으신다. 뒤끝 없는 어머니의 성격은 함께 살아가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고민거리가 생기면 해결될 때까지 식사를 못 하신다. 그래서 고민거리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시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난감한 일
시댁 2층으로 이사 왔을 때 어머니가 밥을 따로 먹자고 제안하셨다, 언제쯤인지 모르지만 1층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집 주변에는 친척들 , 어머니의 지인들이 살고 계셔서 아침부터 갑자기 오시는 날이 있다. 내 집에 오신 손님이어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식사에 커피까지 대접하고 올라간다. 나는 약속시간이 정해져 있는 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날은 출근하기 위해 내려오는데 시어머니가 나가는 길목에서 김치를 버무리고 계신다. 도와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마음이 불편하고, 돕고 계신 시이모에게도 면목이 서질 않는다.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직업이어서 시이모의 눈길에서 시어머니가 김치 담고 계시는데, 며느리가 도와드리고 출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 시어머니는 괜찮다고 말씀하시지만 출근하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이런 경우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불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