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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자 Sep 21. 2020

시어머니 취미는 화투치기[05화]

어머니는 몸이 아파도 화투를 치면 즐겁다.



결혼한 첫해 여름방학 동안 남편 퇴근을 기다려 이른 저녁을 먹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화투치기를 한다. 나는 이때 고스톱을 배웠다. 화투치기 구성원은 결혼 후 친정에 함께 살고 있는 큰 시누이 , 작은 시누이, 우리 부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화투패가 좋으면 앞사람을 들어가라 압박고 당신 패가 나쁘면 무조건 안 치시며 패자가 되지 않으시려고 안간힘을 쓰신다. 자식들이 돈을 잃으면 어머니 것이고 어머니가 돈을 잃으면 모두 드려야 한다. 어떤 날은 패를 읽지 못하는 초(初) 자인 내가 민망할 정도로 계속 선(先:일등)이 되어 돈을 따게 되었다. 화투치기 시작할 때 얼마의 돈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이름하여 판돈) 어머니가 돈을 잃고 판돈 없이 화투를 신다. 장난기가 많은 남편은 어머니의 반응을 보며 신경을 건드려 어머니가 화를 내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어머니는 " 돈 푸고( 잃고 ) 속 좋은 사람 없어, 좀 기둘려 (기다려 )!!!" 하시며  돈은 절대 내놓지 않으신다. 아마도 판을 돌리면서 만회할 생각을 하고 계신 거다. 남편은 돈을 면 화투를 안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으로 채근한다. 이런 모습은 남편이 즐기기도 하지만 어머니 또한 재미있어해서 남편이 빠지는 화투치기는 안 하시려고 하신다.


어머니의 화투 사랑

 

명절날 가족이 모이면  어머니는 화투치기를 기다리신다. 어른이라 먼저 말씀을 못 꺼내시니 화투판을 가져다 자리를 마련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사위가 어려워 말씀을 못하시는 거다. 어머니의 화투 사랑은 몸이 아파 누워 계실 때도 화투 치러 오라는 전화를 받으면 곧장 나가신다. 화투를 치고  돌아오실 때 어머니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인다. 저녁 늦게 들어오시는 날은 시아버님 눈치를 보시며 미안한 마음에 내가 차리는 상차림을 받지 않으려 하신다. 항상 입맛이 없으신 편인데 화투 치고 오신 날 저녁식사는 맛있게 드신다. 어머니와 시골 농장에서 힘들게 밭일을 하고 오면 우리 부부는 누워있게 되는데 , 어머니는 몸이 피곤해도 좋아하는 화투를 치러 가신다. 희한한 것은 10살 아래 이모 친구들하고 화투를 쳐도 돈을 잃기는커녕 되려 돈을 따 가지고 오신다. 만약 돈을 잃으면 다음날은 가시지 않고 간격을 둔다.



큰 시누이는 남편 직장을 따라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화투치기를 하는데 타짜가 되어 화투패를 읽어내면서 초(初) 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패를 내면 민폐 끼친다고 짜증을 낸다. 큰 시누이는 낯선 곳에서 사람도 잘 사귀고  화투치기가 취미인 것이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어머니의 세상살이는 그냥. 저냥 하는 대충이라는 것은 없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면 잘해야 하고 몰두하며 연구하고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연 연생 아들 둘을 낳고 3시간 자가운전으로 출퇴근하며 어머니가 사람을 좋아해 함께 모여 음식 해서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그때는 불편한 줄 몰랐다. 결혼해서 시부모님께 순종하며 사는 것은  당연한 거라 여기며 살았다.


남편의 습관


결혼생활이 수를 더해가면서 남편과 말다툼 중 대부분은 " 이 옷 입으세요 " 남편 왈 "아니, 됐어 " 생각도 안 해보며 무조건 입었던 옷을 그냥 입는다고 한다.  바꿔 입고 싶지 않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진짜 바꿔 입어야 할 상황일 때는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결국 짜증을 내며 바꿔 입는다. 남편이 학창 시절 시험기간이 정해지면 공부를 열심히 하다 어머니가 계속 간섭하며 공부하기를 종용하면 시험 보기 며칠 전부터 청개구리 마음으로 공부를 안 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창호지 문을 뚫어서 엿보는 어머니를 본 순간 공부가 싫어져서 교과서 앞에 무협지를 포개서 놔두고 봤다 한다. 어머니와 남편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어머니가 어떤 말을 꺼내면 들으려 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고개를 저으면서 안 한다 , 안 먹는다로 일관한다.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당신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강하게 강요한다. 남편의 버릇은 어머니의 강요가 반복되면서 생긴 거다. 지금도 버릇은 이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여자는 호르몬 변화로 남성화된다고 했던가 남편이 습관처럼 무조건 먹는다하면 이제는 큰소리로 이유를 물어본다. 남편이 대답할 말이 막혔을 때 내가 이야기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남편이 직장을 결정할 때 어머니가 서둘러서 연봉이 더 많이 보장되는 곳으로 지인에게 청탁해서 정하게 했다. 남편의 직장이 사라졌을 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능력 있는 아들이어서 좋은 곳으로 취직했을 텐데 당신이 아들을 잘 못 되게 했다고 한탄하셨다. 자식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줘다. 그런데 기다려주는 느긋함이 어머니에게는 없다. 어머니는 자식들의 모든 것을 당신이 해결해 주시려고 머릿속은 늘 조급함과 걱정으로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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