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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자 Oct 17. 2020

시어머니의 5년에 1억 만들기 [07화]

푼돈은 아끼고 큰돈은 아낌없이 쓴다.




어머니가 결혼할 때 시아버님은 가산이 기울어져 집안에 막내아들로 물려받은 재산이 없었다. 어머니는 잘 살고 하는 목표가 뚜렷하여 어떤 일을 해도 열심히 하셨다. 참외농사를 지으면 참외밭에 집중해 남들이 밭에 가는 횟수보다 많이 가며 정성을 다해 다른 참외보다 돈을  많이 받았다. 열심히 농사지어 돈이 모아지면 돈을 빌려주어 이자를 받고 돈을 모으셨다. 



내가 결혼했을 당시 이모님이 매달 50만 원씩 20번을 넣어 1천만 원이 되는 계주를 하셨다. 곗돈을 먼저 탄 사람은 1천만 원에 해당하는 이자를 나머지 횟수만큼 내야 한다. 어머니는 곗 타는 순서를 미루어 마지막 달에 곗돈을 받고 이자를 챙겼다. 남편이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잃고 시댁에 들어와 살게 되었을 즘 , 어머니가 돈이 없어 곗붓기가 어려웠다. 목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모에게  매달 10만 원을 지원받아 ( 나중에 갚기로 하고) 돈을 부었다.



 어머니에게 힘이 되는 것은 돈을 모으는 거다.  어머니 돈이 모아지는 재미를 느끼며 살아왔고 , 돈을 모으는 것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왔다. 생활력이 강해서 돈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개의치 않고 참여를 하셨다. 어머니 목표는 항상 현금 2억이다. 저축된 돈이 든든하게 있어야 사는 것이 재미나는 거다. 그런데 그 당시 어머니가 유난히 기운 없고 , 눈물을 자주 흘리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남편이 어머니가 모아 놓은 돈을 많이 없애 버려서이다.



어머니가 의지하며 살아온 외숙이 퇴직하면서 5년 동안 톨게이트 경영을 게 되었다.  외숙이 어머니에게 직원들 점심식사 준비해 주십 제안하셨다. 그때 어머니 연세가 65세였다. 어머니가 월급을 받게 되신 거다. 어머니는 시장 보는 것을 최대한 줄여 반찬값을 아끼려고 고구마순을 심어 고구마 줄기로 나물과 김치 담기, 멸치를 여러 박스 사서 내장 빼기 , 마늘 까기, 토란대 벗기기 , 죽순 삶아 벗기기, 쪽파 다듬기, 김치 담기 , 생선을 박스로 사서 간하고 손질하기 반찬값이 덜 들면서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을 준비하셨다. 가족들 특히 아버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 여름철 현관 입구에서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기고 계셨던 아버님 모습이 생각난다. 동생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 1주일에 한번 대형마트에서 할인 품목 위주의 장을 봐왔다.



어머니가 몸에 좋은 먹거리로 맛있는 반찬을 만드 , 직원들이 고마워하며 집에서 먹기에 양이 많은 식재료들을 가져왔다. 직원들이 식재료를 가져오면 어머니는 엄청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손맛이 좋고 반찬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연세에 비해 빠르시다. 직원들은 어머니 칭찬에 많은 식재료를 가져왔다. 가족들의 협조와 노동력 제공으로  어머니 나이 70세인 2006년, 월급을 모아 5년에 1억을 만드셨다.



어머니는 10년 동안 산악회 회장을 하셨다. 직함이 회장이다 보니 회원들을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회비로 준비하는 선물 외에  멋진 술병에 담근 술을 담아 챙기고, 남자분이 회원이면 부인의 선물을 사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에 있는 새 물건 (손수건, 양말, 액세서리, 스카프) 중  하나를 추가하시어 선물 부피를 크게 하신다. 선물 포장도 신중하게 선택해 정성이 느껴지는 선물을 준비한다. 손을 잡고 따뜻한 말씀으로 "ㅇㅇ 씨가 생각나서 챙겨 왔어요."라고 선물을 전해 주신다. 어머니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칭찬하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 계신다. 선물을 받은 분은 본인이 인정받은 큼 또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한다. 점심 초대를 하거나 본인들이 농사지은 것을 나눠 주신다. 어머니는 적극적인 성격이어서 많은 일을 벌이기도 하고 앞장서 추진하신다.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항상 가족들과 의논하며 도움을 받고 최선을 다하신다. 


어머니 친구분들은 돌아가며 점심을 사는데 , 어머니 차례가 되면 떡을 찌고 과일을 챙겨가신다. 식사 후에 화투를 치시니 무겁고 귀찮을 수 있지만 , 간식거리에 돈을 쓰지 않으려 준비해 가신다. 어떤 장소이든 어머니가 시는 곳은  먹거리가 풍부하다. 우리 집은 김치  담기를 자주 하는데 플라스틱 반찬통을 한꺼번에 많이 산다. 여러 집으로 음식을 나누다 보면 반찬통은 늘 부족하다. 이웃 분에게 받을 것을 기대하며 음식을 나누지 않는데 주변에서 먹거리를 는 분들이 많아 , 귀가할 때 어머니 손에 비닐봉지가 들여져 있는 날이 많다. 



어머니는 매달 산악회를 가시니 등산복이 필요하다. 막내딸에게 전화하시어 보고 싶은데 언제 올 거냐고 물어보신다. 어머니는 새 옷이 필요해 머리를 쓰신 거다. 어머니가 시누이와 백화점에 가게 되면 어머니가 "옷이 예쁘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지, 점퍼 , 이너, 신발, 모자 등 ) 세트로 사서 집에 오신다. 집 도착하면 우리 부부 앞에서 패션쇼를 하시며  "나 어때 , 예뻐?"를 연발하신다. 당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시며 자랑하신다. 시누이가 돈이 많아 부모에게 잘하는 것은 아닐 거다. 시누이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한다. 어머니는 좋아하는 감정표현을 아주 잘하셔 막내딸이 다음에 또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신다.



설령 쇼핑할 어머니 마음에 안 드는 옷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고 사 가지고 오신다. 그것이 어머니의 처세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 또 사 줄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용돈을 받을 때 비굴하게 고마워하지 않으신다. 자식들에게 요구할 때 당당하다. 자식들도 당연하게 생각하며 어머니가 기대하는 용돈 기준에 맞추려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지나치게 고마워하면 자식들이 우쭐대며 교만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친지들 경조사에 참석여부나 부조금은 어머니가 정하셔서 말씀하신다. 항상 내가 생각한 액수보다 웃도는 금액이다. 그리고 모두 참석하게 하신다. 다른 집 며느리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내가 참석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사를 챙겨야 하는 곳은 빠짐없이 챙기신다. 자식들 중 누군가 어머니에게 식사를 사 드린다 하면 , 어머니가 신세를 졌거나 , 식사대접을 받았던 분을 반드시 모시고 간다. 자식이 식사대접을 하니 모양새도 좋고 어머니는 돈을 들이지 않고 식사대접을 한 거라 일석이조이다. 



부모가 경제사정이 어려운 자식한테 더 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다. 어머니가 모으신 돈이지만 같이 사는 우리 부부 의견을 물어보신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처리하신다. 그리고 가족이 모였을 때 우리가 먼저 도와주자는 얘기를 꺼냈다고 말씀하신다. 2천만 원을 일시불로 주는 것과 매달 1백만 원씩 주는 것을 의논한 결과 매달 1백만 원을 자동 이체하기로 했다. 잘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일시적인 큰돈보다 매달 받는 금액이 더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하는 거라 생각된다.



어머니는 모은 돈이 아까와서 못 쓰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늘 돈 모으는 방법을 연구하시는데 , 경제사정이 안 좋아 시댁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어머니가 큰돈을 주셨다. 당신이 도와줄 수 있어 행복하다 하신다. 만약에 1천만 원을 주신다고 하실 때 1백만 원은 빼고 건네신다. 그리고 1천만 원을 주셨다 하신다. 1백만 원은 다음 1천만 원을 모으기 위한 종잣돈이 되는 거다. 어머니는 돈을 저축하며 모으는 것이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다. 저축해놓은 목돈은 의미 없게 허투루 헐어서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화투 치러 가실 때 가끔씩 천 원짜리 2장을 요구하신다. 3천 원을 보태어 5천 원을 드리면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신다. 목돈을 헐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시는 거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신 큰돈은 그 순간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푼돈은 아끼고 큰돈은 아낌없이 쓰신다.



어머니는 배움이 있는 분이 아니고 물려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자식들한테 그대로 전해져서 4남매 중 큰아들 위주의 생활인데도, 3자녀가 효도하는 마음들이 크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당신이 헌신한 만큼 , 3자녀가 자주 얼굴을 보여주며 살게 한다. 어머니가 부르면 이유를 묻지 않고 달려올 거라 믿고 있는 자식들이다. 많은 것을 가진 시누이 남편이 우리 집을 부러워하는 한 가지는 따뜻한 가족사랑이다. 그 중심에 어머니가 계신다. 어머니의 따뜻한 리더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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