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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자 Jan 30. 2021

집 나간  세탁기가 돌아왔다?

이 집에서 사는 동안 함께 하자구나







 휴 ~~~ 이제 정리가 되었다. 8년 동안 사용한 세탁기가 탈수가 안되어 A/S 신청을 했다. 탈수가 안 되니 수평을 맞추면 된다 하여 출장비 18000원을 주고 해결했다. 우리 집은 입소문으로 된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어 된장 만들기가 늦어져서 3일 동안 시누이 부부와 80kg 콩  5자루를 씻고 24시간 불리고 솥단지 3개에 나누어 3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삶고 찧어서 항아리에 넣는 일을 했다.



앞치마와 입고 있는 옷에 빻아진 콩들이 군데군데  묻어서 세탁물이 늘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리는데 다 된듯하여 빨랫감을 는 데 어~~~ 탈수가 안 되어 있네.  다시 탈수를 했다. 세탁기가 잠깐 돌다가 멈춘다. 다시 한번 해 봐도 마찬가지다. A/S 기사와  통화를 하니 기판이 나간 듯싶다 한다. 비용은 13만 원이다. 고칠 수도 있지만 가전이 한번 고장 나기 시작하면 계속 고장이 날 텐데. 집안 어른인 시어머니에게 여쭈웠다.



우리는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어 이사를 가야 하니 세탁기를 고쳐서 사용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집은 욕실이 넓어서 세탁기가 욕실에 있다. 주택이 한파가 오면 세탁실에 세탁기가 얼게 된다.  습기가 많은 욕실은  세탁기 수명에 치명타다. 고치고 난 후에 또 고장 날 수 있으니 어머니 친구 집에 최근에 가져다 논 세탁기가 있다고 가져가라 한다.







마트에서 수레를 빌려 길고 좁은 골목을 지나 남편은 앞서가고 나는 뒤에서 잡고 덜거덩거리며 세탁기를 가져왔다. 8년 동안 사용한 우리 집 세탁기는 도로에 내다 놨다.  가져온 세탁기를 연결하고 물을 받는 데 세탁조 안에 물이 더럽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세제를 넣어 세탁조를 세척하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인터폰에서 " 앞집 사람인데요, 내놓은 세탁기를 가져가도 되나요?"라고 물어본다. "탈수가 안 되는데요" "괜찮아요 "인터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유난히 밝다. "그럼, 가져가세요"  어차피 내일 가전 수거하는 곳을 연결하려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 번거롭지 않고 잘 됐다 싶었다.



새로 들여온 세탁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세탁기 청소용 세제로 불려 놨다. 다음날 물을 받아 보니 으 ~~~ 악. 우리가 쓰던 세탁기를 고쳐서 쓸 걸  남편은 세탁기를 사라고 한다. 시어머니는 하는 데까지 해보자 한다. 저녁에 식사를 하는 데 밥맛이 뚝 떨어져 버리고  몸이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든다. 어머니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어 몇 번을 세척했으나 마찬가지이다. 밖에는 또 눈이 온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최근에 큰아이 새 아파트를 계약한 바람에 어머니는 돈을 아껴야 한다며 그대로 사용했으면 한다.







예전에 거실 장판이 얇아서 새 장판으로 바꾸었던 사건이 생각난다. 얼마 안 쓴 장판을 가져오려 했는데 돈을 주고 샀다고 어머니가 화를 많이 내셨다. 그때가 떠올랐다. 나는 평소에 물건을 살 때 가격이 높아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서 오래 쓰자는 주의이고 살림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어머니는 내가 세탁기를 살까 염려가 많이 되었을 거다. 그 마음을 아는 터라 꾹~~~  마음을 다잡고 어머니가 바라시는 데로 했다.



 결국 어제 세탁기를 가져간 앞집에 얘기해서 돌려달라 말하라는 것이다. 어머니 핑계를 대면서. 눈이 펑펑 쏟아진다.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다. 불은 켜져 있는데. 잠시 후 이야기를 듣고 가게에 가져다 놨으니 내일 가져다주신다 한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한다. 첫째 돈이 문제이고 둘째 어른하고 함께  살면서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날 벨이 울리면서 세탁기를 가져다 놨다고 앞집 사시는 분이 말씀하신다. 세탁기를 고쳐놨다 한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집 나간 세탁기가 돌아왔다. 우리 집 세탁기는 우리와 함께 하고 싶나 보다. 세탁기야~ 고맙다!  이 집에서 사는 동안 함께 하자구나~ 세탁기가 잘 돌아간다. 휘리~릭 탈수가 힘이 있게 잘 돌아간다.



잠깐!  A/S 기사는 뭐 하는 사람이지? 이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세탁기를 1안, 2 안을 제시하며 어렵게 얘기했다. 실력이 없는 건지, 회사의 매뉴얼인지 믿을 수가 없다.  염치없이 앞집 아저씨에게 도로에 있는 세탁기를 집에 들여 주라 부탁을 드렸다. 또 누가 가져간다 이야기하면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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