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업 실패기

취업에 성공이란 없다

by 콩새

갑자기 문득 나의 20대 시절이 더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사실 결혼과 육아 전의 나의 생활을 요약하자면 학생, 취준생 그리고 취업생으로 나뉜다. 취업에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한 나의 이야기다.


빼빼로 학번의 스펙 쌓기

나는 소위 '빼빼로 학번'이라 불렸던 11학번이다. 빼빼로 학번이라는 건 11년도 수능을 보면서 11월 11월에 수능을 봐서였다. (물론 나와 동시대 친구들 말고는 아무도 안 씀) 오히려 더 익숙한 건 '88만 원 세대'와 'N포 세대'라는 말이었지 싶다. 고등학교 때 '88만 원 세대'라는 말을 접했고, 수능 공부만 했는데 수시 비중이 70%까지 급격하게 늘어난 때였고, 자율전공학부라는 이름 하에 전공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 기회가 생겼다.


운이 좋게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 이과생이지만 논술 특기자 전형으로 이상하게 대학교에 입학했다. 사실 수능으로는 점수가 안됬을 거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던 친구는 지방으로 대학을 갔고, 나는 인 서울 10대 대학이라는 곳 중 하나로 입학했다. 그래서인지 뭔가 대학생활은 더 알차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학생회 활동과 동아리 활동은 기본으로 4~5개에 참여했고, 주말마다 카페 아르바이트도 했고, 거의 매일 저녁 술자리에 참여했다. 학점도 꽤나 잘 유지했고 복수전공으로 단과대를 왔다 갔다 하며 휴학하고 토플도 공부했다가 핀란드로 교환학생도 한 학기 다녀왔다. 그 와중에 연애도 했고.


세상 바쁘게 살아서 내 자소서엔 쓸거리가 넘쳐났지만, 첫 번째 취업 시도는 실패했다.


첫 번째 실패

24살. 참으로 빠르게도 취업에 도전했다. 스펙을 왕왕 쌓은 선배와 친구들이 '취업계'라는 걸 내기 시작했다. 대학교 재학 중에 취업을 하게 되면 취업계를 내고 적당한 출석과 학점을 인정받으며 강의를 수료할 수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얼른 취업 세계에 뛰어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공부를 하는 건 차라리 방향을 잡기가 쉬웠다. 취업은 '사회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었다. 자료 콜렉터답게 자소서 쓰는 법부터 면접 관련 자료를 찾고, 스터디를 나가고, 심지어는 사설 학원까지 다녔다. 하지만 영어공부와 학사 공부는 공부할수록 알아가는 게 생기는데, 취업은 준비할수록 자신감만 떨어졌다. 나보다 대단한 사람이 세상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하던 대기업에 최종면접까지도 갔다. 뭐에 홀렸는지 기본만 잘하면 된다는 최종면접을 말아먹었고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이미 다른 기업도 다 서류던 면접이던 다 어느 정도선에서 끝난 상태였다. 나에게 남은 건 좌절감, 피해의식, 불안감 등등 죄다 우울한 감정들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막 핫해진 기업에서 처음으로 '공개채용'이라는 걸 했고, 어쩌다 보니 최종 합격했다. 이미 지쳐버린 나는 그냥 경험이나 쌓자라는 마음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분명 취업은 성공한 것 같은데 나는 실패자가 되었다.


두 번째 실패

내가 생각했던 멋진 정장을 입고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 모습은 아닌 첫 직장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점인 회사였지만, 내가 원했던 회사생활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름 신입사원 중 교육과 평가를 거쳐 60% 정도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무자비한 시스템이었다. 그냥 적당히 열심히 했는데, 또 이게 됐다. 정규직 전환 후 1년은 정말 그냥 좀비 같았다.


그때 좀 깨달았다. 사회에서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과가 나는 일이 있고, 죽어라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네 분수를 알고 덤벼라'와 같은 말이었다. 내 분수가 닿지 않는 곳은 뭘 어찌해도 될 수 없는 일인 것이었다. 반대로 운 좋게 그냥 내 분수랑 잘 맞는 일은 대충 해도 되려면 되는 것이었다.


이대로 내 25살이 썩는 게 너무 싫었다. 아직 늦지 않겠다 싶어 돌아온 대기업 공채시즌에 자소서만 미친 듯이 썼다. 몰래 면접을 가고 심지어는 대놓고 면접도 갔다. 주변에서 누군가는 분명 욕을 했는데, 그건 들리지가 않았었다. 사람이 목표에 심취하면 누가 뭐라 하든 안 들리나 보다. 항상 눈치 보며 살아온 내가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그렇게까지 심취해서 본 면접도 탈락했다.


세 번째 실패

아이러니하게도 첫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회사에 합격했다. 지금이 아니면 대기업 로망은 끝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열심히 해서 된 게 아니고 첫 회사의 이력이 이 회사에 필요해서 된 거였다. 동기들은 어차피 될 것 같았는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했다.


합격했지만 실패한 것 같았다. 반쯤 영혼을 빼놓고 회사를 다녔다. 육아에 지쳐 복직을 했지만 아직도 영혼은 가출 중이다.


분명 나는 대기업에 취업했는데,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그렇다. 취업, 회사, 직장 이 단어들은 ‘성공’이란 기준이 없는 존재였다. 난 ‘일’에서 성취를 느끼는 사람인 건 분명했지만 ‘직장생활’에서 성취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는 그 어떤 선배들 중에서도 닮고 싶은 나의 미래는 없었다. 그렇게 꿈꿔왔던 연봉 5000을 받는 삶도 의미가 없었다. 또다시 탈출을 꿈꾸는 실패한 직장인이 되었을 뿐이었다.


단단히 잘못된 게 틀림없다.


20대 화려한 내 대학생활과 스펙들은 취업을 위해서였던 것 같은데 왜 나는 실패했을까. 아마도 20대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뭔가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것 같다. 회사원이 돼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보다 회사원이 되자’가 목표가 되어버렸고, 그걸 달성하니 근근이 찍히는 월급통장의 숫자가 내가 되어버린 것 같은 허무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나마 20대에 내가 즐거워서 했던 기억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는 시급 4000원을 받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리에 쥐가 나도록 서있었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내가 뭔가를 만들고 팔고 하는 게 재밌었던 것 같다. 그때의 열정으로 돌아가서 ‘나의 것’을 만들어보려 한다. 블로거와 작가로서의 삶. 요즘 내가 제일 즐거워하는 고민과 고뇌의 대상.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꿈꾸겠다.

더 이상 탈출이 아닌 꿈과 인생 목표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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