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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Aug 17. 2022

엄마라서 미안합니다

일하는 엄마라 다 내잘못이에요

오늘따라 모든 일이 다 겹쳤다. 생리통은 유난히 심했고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 출근하는 날이 오늘이었고 일이 바빴다. 11시쯤 걸려온 어린이집 전화에 두근두근 불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울더라고요. 하원을 해야할 것 같아요.어제도 그랬는데 병원 안다녀 오셨나요?”


선생님이 아이를 걱정하는 말에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사실 어제도 아침부터 설사를 조금 하던 아이가 컨디션은 괜찮길래 어린이집을 보냈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도중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울었다고 한다. 집에 데리고 오니 괜찮기도 하고 컨디션도 좋아서 어와둥둥 놀아가며 업무처리를 대강 했다.


그런데 오늘도 또 연락이 온 것이다. 선생님의 말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냥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굳이 아픈 애를 보내셨나요. 어제부터 배가 아팠는데 병원에는 왜 안갔나요. 이렇게 아이를 보내면서까지 일을 해야하나요’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안다. 사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거란걸. 자책과 미안함이 몰려오고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상황을 알리고 한숨을 쉰다. 다들 그렇게 키우는 거지 않냐는 엄마한테 괜한 쓴소리를 퍼붓고 엉엉 울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항상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다행히 재택근무 날이고, 근처에 아이의 등하원 이모님이 사셔서 바로 달려와주시기도 하고, 여차하면 남편도 바로 반차를 쓰고 올 수 있다. 모든 상황이 힘들어도 나의 회사는 육아맘에게 꽤나 관대해서 양해를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져내리는 마음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면 어쩌고 운이 좋으면 뭐 어쩌라고. 나는 이 상황에 닥친 것 자체가 너무 힘든걸. 생각보다 일찍 온 엄마를 보며 아이는 반가워하고, 엄마의 관심을 더욱 더 갈구한다. 그 모습이 짠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럽지만 왜 내 자신은 이렇게 힘이 들까.


이런 일은 대부분 방심할 때 일어난다. 아이와 관련된 일은 약간 불안하긴 해도 적당히 괜찮겠지 넘어가면 꼭 뭔가 더 큰 사단이 난다. 그 과정에서 이 모든 상황을 내가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숨이 막힌다. 이 모든 상황에서 나는 항상 미안해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죄송한데.. 아이가 아파서요”

이모님에게 “죄송한데.. 지금 일정 있으실까요”

남편에게 “혹시 내일 연차 쓸 수 있어..?”

어린이집에는 “신경쓰이게 해 죄송합니다”

아이에게 “아픈데 보내서 미안해.. 일하는 엄마라 미안해..”


무엇을 위해 직장을 부여잡고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 일은 이미 타성에 젖은지 오래 되었고, 열심히 할 생각은 없다. 월급만 밀리지 않으면 그만. 그 월급의 많은 부분을 이모님의 급여로. 도대체 나는 우리 가족을 어떻게 지키고 싶은 것일까.


아이가 크면 클수록 돌발상황도 많이 일어난다. 앞으로의 나는 또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까. 앞이 아득하게 막막해지는 기분이 든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고 이런상황에 내 시간을 컨트롤 하고 싶어서 부업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여기도 저기도 다 패배자가 된 것만 같다. 엄마로써 아내로써 사회인으로써 난 무엇을 잘 하고 있긴 한걸까. 이것저것 다 잘 하고 싶어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진 않을까.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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