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서글픔

로또 사러 갑니다

by Bekay

예술가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영혼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나름 곧은 삶의 모토가 있다.


물질을 제1의 가치로 두고 살지는 말자라는 것이다.


어려서 예술과 정신이 주는 독특함이 좋기도 했고,

변화를 싫어하고 속물처럼 보이기를 싫어하는,

오래된 유교 사상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사실 정확히 왜 그런지는 난 잘 모른다.


그냥 물질만 쫓기엔 뭔가 좀 아까운 것 같다.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돈 쓰는 것 정말 좋아한다.

새로운 경험을 사는데 결국 필요한 건 돈이니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다채로운 경험, 안도, 사랑, 창의 등

무엇을 보든 돈 보다, 다른 가치로 사물과 사람의

새로운 면을 보기에 힘썼다.


하지만,

업무 때문에 방문한 박람회장에서

큰 가방을 이끌고 이곳저곳 다니며 끼니를 해결하고 다니는

어르신들의 주름 깊게 파인 굳은 표정을 바라보며,

통장을 잠시 찍고 사라지는 내 월급과 대출을 보며,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서글프다.


그래도 똥고집처럼,

내 생각을 바꾸진 않겠지만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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