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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Dec 04. 2023

옷이랑 인사하다가 생긴 일

지난 주에 이런 글을 보았다.

옷 정리를 할 때, 그 옷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인사한다고.


고백하자면 계절마다 찾아오는 옷 정리가 귀찮았다.

조금 더 고백하자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내 옷 정리도 귀찮은데, 아이 옷까지 정리해야하니 미룰만큼 미뤘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로 인해 이제는 '진짜 겨울 옷'들을 꺼내 정리할 때가 온 것이다.


딸에게도 내가 본 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해보고자 다짐을 하고 옷 정리를 시작했다.


기모, 패팅 나와라 얍



나는 물건을 잘 못 버린다. 옷은 특히 더 그렇다.

언제 어떤 코디에 이 옷이 떠올라 합이 맞게 될 지 알 수 없다.


살이 조금 더 빠지면 이 옷도 핏이 다시 예뻐지지는 않을까,

이건 진짜 큰 맘 먹고 비싸게 산 건데 아까워서 못 버리겠어.


엄마가 면접 잘 보고 오라며 사준 정장 자켓을 결국 이번에도 못 버리고 다시 옷장에 걸었다.

날씬맘이 되어 다시 입겠다고 다짐했던 짧은 원피스도 또 못 버렸다.




겨울 옷을 꺼내어 정리를 시작했다.

작년 겨울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래, 이 옷이 있었지! 반갑다 너.


어릴 때 옷 못 사준 게 미안하다며 엄마가 사준 겨울 코트,

유행이 지나 올해도 손이 잘 안 가겠지만 다시 꺼내본다.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하다.

마음이 추운 어느 날, 나는 이 옷을 입고 출근을 하겠지.





사실은,

정리하기 귀찮을만큼 많은 옷이 있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어릴적엔 사복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고,

20대 중반까지도 정리할만한 옷이 딱히 없었다.






"우리가 느끼고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에요.


Having은 지금 이 현실에서

출발해야 해요.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셈이죠."


더 해빙





가끔씩 현재의 감사함을 잊을 때가 있다.

과거의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들을 당연하게 여길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느껴야 할 것은

지금도 스쳐 지나가고 있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현재 이 순간이었다.


+ 아주 의미 있는 옷 정리였다.

+ 봄 옷 꺼낼 날이 기대된다.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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