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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Dec 15. 2023

위대한 유산

설핏 잠에서 깬 아이가 눈을 감은 채로 팔을 뻗어 여기 저기 더듬는다.

무언가 팔에 걸리자 손가락 끝으로 촉감을 확인한다.


마침내 엄마의 존재를 확인한 딸은

손끝으로 엄마 살을 만져가며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 포근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주는 안도감이 있다.

손을 뻗었을 때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편안함.




한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친구와 작별인사를 했어. 
우주의 시간은 달라서 돌아오면 2백 년이 훌쩍 지나버려. 
지구 시간으로는 마지막 만남이니, 그게 결국 죽음인 거라. 
그런데 이를 어째. 그 우주선이 출발하다가 중간에 폭발을 해버린 거야. 

TV 중계로 그걸 지켜보던 친구가 깜짝 놀랐겠지.
‘아이고, 내 친구가 죽어버렸네.’ 그제야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럼 아까 죽음은 뭐고, 지금 죽음은 또 뭔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이어령



아이러니하지만 어딘가에 잘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의 한 조각을 함께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삶에 동력을 주는 그런 사람들.


이런 관계를 포함해서..ㅎ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어느 하나도 똑같은 관계는 없다.

여러 모습의 관계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테다.






그런데 참 신기하고도 무서운 것은

이 다양한 관계의 출발이 어린 시절 주양육자와 맺는 '애착'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타인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맺게 될 수많은 관계들이 기대된다.

기쁘고, 슬프고, 웃고, 울고, 화나고, 아픈 관계들 속에서 성장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출발이 지금 나와의 관계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 예쁜 눈을 오늘은 한 번 더 마주치고, 한 번 더 활짝 웃어야지.

작은 시간들이 쌓여 위대한 유산이 되어주길 바라며.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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