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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y 24. 2017

경력직을 '하드랜딩'시키는 무지막지한 회사

경력직 소프트랜딩하기 (3)...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Question


제가 약 한 달쯤 전에 헤드헌팅 회사 소개로 이직했습니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엄청난 태스크를 받았습니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네요. "팀장급이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면서요. 입사하자마자 이렇게 힘들게 일을 시키는 경우가 또 있나요?



Answer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일을 겪어봐서 그 심정 잘 압니다.


입사 후 보통 6개월까지는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회사와 기업문화에 대해서 익힐 수 있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일부 '성격이 급한' 회사의 경우 실제로 입사하자마자 '하드랜딩'을 시키기도 하죠. 몇 가지 사례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사례 제시 1 


오과장은 J그룹 기획실 입사 2개월 만에 부서 업무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사업보고서 검토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업무라 많이 헤맸으나 어느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고 이전 담당자는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죠. 결국 오과장은 빵꾸 내기 직전의 위기상황까지 몰렸고 그제야 동료 팀원들은 지원을 했습니다. 팀원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업무를 마친 오과장에게 팀원들은 "가장 힘든 일을 빡세게 배웠다"며 다독여주었습니다. 



사례 제시 2


L그룹은 1년에 두 차례씩 있는 신입사원 연수가 가혹하기로 유명합니다. 총 2주간의 합숙훈련 기간 중에는 하루 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체력적, 정신적으로 강행군을 시킵니다. 문제는 나이 많은 경력직 입사자들이 신입사원과 합숙훈련을 같이 받는다는 것이죠. 40~50대 경력 입사자 중에는 연수를 받다가 지병이 도지거나 체력이 고갈돼 병원에 실려가는 분들도 나옵니다. 하지만 L그룹은 "기업문화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경력직을 대상으로 이를 매년 강행하고 있습니다.   



사례 제시 3


S사 회장님은 경력직으로 입사한 노부장과 기존 조직장인 토박이 부장에게 같은 과제를 내준 뒤 각자 전략을 수립하라고 경쟁을 시켰습니다. 2개월 뒤 회장님 보고 때 더 좋은 전략으로 승리한 쪽은 노부장이었죠. 하지만 문제는 정작 노부장의 전략을 실행해야 할 토박이 부장이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었습니다. 회장님이 토박이 부장을 불러 다그치자 그는 "노부장 전략이 현실성이 없고 노부장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라고 보고했습니다. 결국 노부장은 전략 불이행의 책임을 지고 최악의 고과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경력직을 하드랜딩 시키는 사례는 많고 그 형태도 다양합니다. 소프트랜딩을 시켜도 살아남을까 말까 한데 이렇게 맨땅에 하드랜딩까지 시키면... 버티기 힘들죠.


삼고초려까지 해서 어렵게 뽑은 경력직을 퇴사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처럼 하드랜딩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경력직의 실력을 테스트 해보기 위한 목적. 일종의 통과의례로 경력직의 '그릿'(Grit)을 시험해 보기 위한 의도. '못 견딜 사람은 그냥 초반에 빨리 나가라'라는 저의. 아니면 기존 직원들의 일종의 '엿 먹어봐라' 심뽀. 등 등.


어쨌든 이러한 하드랜딩의 대상자가 된 경력직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겠죠. 어떻게 하면 하드랜딩을 피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드랜딩을 피하는 방법


(1)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베어 물어라 (Don't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Don't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베어 물면 안 된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직을 할 때 현재 수준보다 연봉과 직급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다다익선이란 생각으로 연봉과 직급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죠.


하지만 몸값을 높이면 몸값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경력직 입사자의 처우가 그 회사의 통상적인 기준보다 높을 경우 기존 분들의 시기와 질투를 피하기는 어렵겠죠. 


몸값을 높이면 몸값을 해야 한다



사례 제시 4


고부장은 컨설팅 펌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때 컨설팅 회사 연봉 수준을 맞추다 보니 동급 직원들에 비해 연봉이 많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슨 힘든 업무가 떨어질 때마다 "돈 많이 받는 고부장이 하면 되겠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이 있잖아요. 연봉과 직급의 경우 '하이 리턴'이면 '하이 리스크'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베어 무십시오. 아니, 내가 베어 물었을 때 남들이 참고 감내할 수 있을 만큼만 베어 무십시오. 안 그러면 정말 '하드 하드 랜딩' 합니다.


내가 베어 물었을 때 남들이 참고 감내할 수 있을 만큼만 베어 물어라

씹을 수 있는 영보다 더 많이 베어 물면... [사진 출처: Joe's Barbell]



(2) 내가 대체 불가능한 곳으로 가라 


하드랜딩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쟁자가 거의 없는 곳으로 가는 겁니다. 나 외에 지원하는 사람이 별로 없거나, 아니면 아무도 나를 이길 수 없거나 하는 곳으로요. 만약 내가 대체 불가능하다면 하드랜딩을 시키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하드랜딩 하더라도 나를 쉽게 평가하지는 못하겠죠. 비교 대상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기자 출신이라면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담당 임원으로 갈 수 있겠죠. 기자 출신만큼 기자들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테고, 기자 출신 홍보 전문가도 많지는 않으니까요. 제약회사라면 의사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가 희소 자원일 겁니다. 특정 지역 전문가나, 특정 언어 구사자도 여기에 속하겠죠. 그 외에도 몇 가지 사례를 더 찾을 수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3) 만만하거나 약간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가라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와 약간 겹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한번 더 강조하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곳', '누가 봐도 내가 약간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가령 회사는 옮기되 업무는 내가 잘할 수 있는 현 업무를 유지하는 것, 아니면 동일 산업 내에 규모가 조금 더 작은 회사로 가되 직급을 올리지 않고 현 직급을 유지하는 것 등입니다.


만약 새로 옮긴 회사 경영자들이 나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나를 더 잘 케어해 줄 겁니다. 동료 직원들에 비해서 업무 능력은 뛰어난데 연봉이나 직급 측면에서는 약간 양보를 하고 들어왔다면 그런 마음이 더더욱 들겠죠. 그런 직원은 가급적 소프트랜딩 시켜 회사에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말이 쉽지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이직할 때에는 연봉이나 직급을 '범프 업' 하려고 하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동하려고 하는 분은 많지 않거든요. 물론 장기적으로는 약간 손해보고 들어가는 게 이익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을 용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손해보고 옮기면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전 회사에서 문제가 있어서 잘린 걸로 오해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했을 경우입니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면, 연봉도 직급도 모두 깎이고 들어갔는데 적응에 실패할 경우, 향후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하드랜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딱히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하드랜딩은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해서는 안 되고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리스크'일 수도 있습니다.   


하드랜딩은 피해서는 안 되고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리스크


만약 하드랜딩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어떻게 맞닥뜨려야 할까요?




하드랜딩에 임하는 자세


1.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고 생각해라


하드랜딩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그 회사에 대해서 파악하게 될 일을 단 수개월만에 파악하는 '단기 속성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겪을 일. 빨리 겪고 빨리 판단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 있잖아요.


물론 매를 맞을 때 먼저 맞은 친구의 반응을 보고 '어디를 어떻게 때리는지', '얼마나 아프게 때리는지'를 파악한 뒤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에 맞으면 더 좋겠죠.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어디, 함 때려봐!' 심정으로 맞는 게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디 한 대 맞아보고 견딜만하면 계속 버티는 거고, 이거 영 아니다 싶으면 빨리 거취를 판단해야죠. 이성 친구랑 3년 넘게 사귀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아닌 것 같으면 그게 더 큰일이잖아요. 



2.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무조건 견뎌라


하드랜딩을 겪으시면 정말 힘들 거예요. 아직 룰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선빵 맞으면...  아픈 건 둘째치고 억울한 심정은 물론 배신감마저 들겠죠.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싶겠죠.


하드랜딩을 심하게 당하면 그동안 쌓아왔던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짐은 물론 자신감마저 잃게 됩니다. 잘못하면 '직장 바보'되기 십상이죠. "일 잘한다고 해서 스카우트 해왔더니 별 것 아니네"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을 거고요. 이전 회사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어오신 분이라면 견디기 힘든 자존감의 상실을 경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이때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일단 견디면서 대안을 찾으십시오. 대안 없이 중도하차하면 큰일 납니다.


하드랜딩을 심하게 당해도 일단 견디면서 대안을 찾아라
대안 없이 중도하차하면 큰일 난다


하지만 '직장 바보'가 되면서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잘 압니다. 특히 나 하나 바보 되면 모르겠는데 '바보 팀장' 때문에 팀 전체가 바보 취급받는다면... 동생 조카 같은 팀원들이 울먹이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나를 따르던 직원이 단지 나를 따랐다는 이유로 찍혀서 퇴사의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 없이 그만 두면 큰일 납니다. 견디십시오.



3.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라


힘들지만 어찌어찌하여 하드랜딩을 견디고 극복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장밋빛 레드카펫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물론 통과의례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경우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회사는 매우 냉정한 회사라는 겁니다. 긴 안목과 호흡을 갖고 직원을 찬찬히 육성하는 회사가 아니라, 경쟁과 비교를 통해 단기간에 직원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직원에 대해서는 냉정하리만큼 가혹한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회사가 '나쁜 회사'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늘날 경쟁사회에서는 그런 회사가 더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죠.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았으니 항상 이에 대비하고 준비해 두자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는 언제 또 다른 새로운 경력직의 하드랜딩 비교 대상이 될지 모르니까요.  


냉정한 회사에서는 나 역시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그게 그 회사의 '게임의 법칙'이니까요.


장밋빛 레드카펫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항상 대비하고 준비하십쇼.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하드랜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직할 때 몸값을 너무 높이지 말고, 내가 대체 불가능한 곳으로 가거나, 만만하거나 약간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가라.

2. 하드랜딩은 피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피해서는 안 되고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리스크'일 수도 있다.

3. 하드랜딩을 겪을 경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되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무조건 견뎌라. 그리고 회사의 특성을 알게 된 이상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라.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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