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소프트랜딩 하기 (1) ...먼저 신뢰를 얻은 뒤 성과에 도전해라
[사진 출처: KBS 드라마 '직장의 신']
최근 경력직으로 입사한 30대 과장입니다.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성과를 내려고 하는데 유관 부서에서 협조를 잘 안 해 주네요. 아무래도 제가 경력직 입사자여서 조금 텃세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 큰 성과를 내면 좀 나아질까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많은 경력직 입사자들이 입사하자마자 큰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도 입사 초기에 성과를 기대하고요.
하지만 입사하자마자 큰 성과를 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음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뭐,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1. 전략 수립
2. 전략 실행
입사 초기에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산업 및 경쟁구도와 내부 핵심역량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좋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만... 뭐, 어찌어찌하여 정말 좋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문제는 전략의 실행입니다. 전략 실행을 위해서는, 또 당연한 말씀이지만, 다음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1. 관련 부서 설득
2-2. 예산 획득
2-3. 실행
먼저 관련 부서를 설득한 뒤, 필요 예산을 획득하고, 업무를 실행해야죠.
그런데 바로 '관련 부서 설득'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내 생각에는 정말 좋은 전략인데 관련 부서는 이에 대해 동의를 안 해주는 거죠. 그러다 보니 예산 획득에도 실패하고요.
그럼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겠죠. '경력직이라서 텃세 부리나?'가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일 겁니다. 다음으로는 '나의 성공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는 음모론 비슷한 생각도 들고요. 또 '전략에 엄청난 결함이 있나?'라는 불안감도 들겠죠.
그런데 이처럼 관련 부서를 설득하는 게 어려운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음과 같은 전략의 특징 때문이죠.
전략의 특징 (1)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100% 맞는 전략은 없다
전략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바로 '선택과 포기'입니다. 다른 말로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가 있다'고도하죠.
전략은, 비유하자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두 갈래 갈림길 중에서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왼쪽 길을 갈 수 없겠죠. 그 결과 우리는 '오른쪽 길을 선택'하고 '왼쪽 길을 포기'하게 되는 거죠. 우리가 오른쪽 길을 선택하는 순간 왼쪽 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경치와 광경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오른쪽 길을 가다 보면 왼쪽 길에는 없는 야생동물을 만날 리스크도 있고요.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A라는 전략을 선택하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전략은 필연적으로 장점도 있지만 무언가를 놓치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전략에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100% 맞는 전략은 없습니다.
'100% 정답은 없다'는 전략의 특징 (1) 때문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또 하나의 전략의 특징에 도달하게 됩니다.
전략의 특징 (2) 전략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제안했는가'이다
전략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제안한 사람이 누구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누구'라 함은 바로 '어느 정도 파워(Power)와 트러스트(Trust)를 보유한 사람인가'를 의미합니다.
똑같은 전략이라도 회장님께서 지시하실 때랑 '그냥 대리'가 보고할 때랑은 그 반응이 천지차이죠.
아무리 어설프고 허점 투성이인 전략이라도 회장님께서 말씀하시면 "역시 우리 회장님은 일반 월급쟁이들과는 관점이 달라", "달리 회장님이 아니야"라는 칭송을 듣는 반면, 아무리 훌륭하고 획기적인 전략이라도 '그냥 대리'가 보고 드리면 잘 해야 "신선하군", 최악의 경우 "대리 나부랭이가 말이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반응을 듣기 십상이죠.
똑같은 전략이라도 회사 내부 사정 및 산업구조는 물론 경쟁구도까지 꿰뚫고 있는 '빠꾸미'가 보고하면 그 장점에 주목하는 반면, 입사한 지 6개월도 채 안된 '신삥'(영어로는 Newbie)이 보고하면 장점보다는 단점을 파헤치는 데에 집중합니다.
빠꾸미가 보고하면 장점에 주목하고
신삥이 보고하면 단점을 파헤친다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경력직 입사자가 전략을 내놓을 경우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발상이야"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부분 다음과 같이 반응하죠.
"아이디어는 좋은데 아직 우리 회사를 잘 몰라서 그래."
"업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는 게 어때?"
그리고는 전략의 장점에 주목하는 대신 단점을 공격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결국 그 전략은 폐기 처분됩니다.
기존 직원들이 경력직 입사자의 전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 전략을 채택하는 순간 다음을 인정하는 셈이 되거든요.
기존 직원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를
경력직 입사자는 단기간에 발견했다.
결국 기존 직원들은 둘 중 하나다.
무능하거나, 복지부동이거나.
이러한 이유 등으로 경력직 입사자는 관련 부서를 설득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많은 경우 실행 자체를 못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을 따내 실행에 옮기더라도 관련 부서에서 적극 협조할 리 만무하죠. 대부분 겉으로 도와주는 시늉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성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력직 입사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드립니다.
'첫 술에 배부르겠다'는 욕심은 버리십시오. '큰 거 한 방으로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도 버리십시오. 처음 1년 동안은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평판을 관리하는 데에 힘쓰십시오. 야구에 비유하자면 훈련을 열심히 해서 성실한 선수라는 평판을 쌓으십시오.
그렇다고 아무런 성과도 못 내면 안 됩니다.
하지만 큰 성과는 아직 무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조직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고, 조직의 충분한 공감 없이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예산이 덜 드는 작은 성과부터 차근차근 달성하여 경영진의 신뢰를 얻는 데에 힘쓰십시오. 작은 성과가 성에 안 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과가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필요 예산도 덜 들고, 관련된 부서의 수도 적습니다. 한 마디로 실행에 옮기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여러 개의 작은 성공이 보다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작은 성공이 보다 큰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야구로 치면 2루타, 3루타를 노리는 대신 확실한 안타에만 계속 도전하십시오. 그렇다면 언젠가 큰 거 한방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기존 직원들로부터 경력직 입사자가 아닌 '우리들 중 하나'(One of us)로 인정받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작은 성과를 어느 정도 달성하면, 경영진으로부터 큰 예산을 허락받을 만큼 인정받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 내부 사정과 산업구조, 경쟁구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면, 회사를 혁신할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길 것입니다. 바로 그때, 그 시점에 큰 성과에 도전하십시오.
그때가 바로 여러분이 만루홈런을 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경력직 입사자들은 입사 초기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하고 회사도 그것을 기대한다.
2. 하지만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조직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고, 조직의 충분한 공감 없이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가 힘들다.
3. 따라서 처음 1년은 평판 관리에 힘쓰면서 작은 성과부터 차근차근 달성하여 신뢰를 키우고 사내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지면 큰 성과에 도전해라.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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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소프트랜딩 하기 시리즈
(1) 입사 초기에 성과 내려고 하지 말고, 먼저 신뢰를 얻은 뒤 성과에 도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