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면?
과장 1년차 직원입니다. 과장 승진 후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졌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매일 밤 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잠도 잘 못 잡니다. 언젠가부터 우울감도 생겼고. 말도 안 되지만 가끔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자살을 고민해본 적도 있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당신 혼자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상당수가 '직장인 우울증'을 앓고 있고 실제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린 분들이 많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 또한 10여 년 전에 업무 강도는 점점 세지는데 피로는 누적되어 체력은 부치고, 저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커지는데 심신은 전체적으로 약해져서 기량은 예전만 못하고, 이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말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같은 회사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그분은 오히려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도 요즘 힘들어 죽겠다. 출근길에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원하면 쉴 수 있잖아."
Disclaimer
이 질문은 답변드리기가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힘든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 대한 조언이 다른 분께는 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살과 같이 심각한 문제는 특히 더 그렇겠죠.
제 답변은 회사 스트레스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인생이 너무 고달파서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시는 분들께는 아마 제 말씀이 어떠한 위로도 되지 않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사 스트레스로 극단까지는 아니더라도 극단에 가까운 생각을 해보신 분들은 아마 여럿 계실 겁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과연 자살을 생각할 만큼 절망적이었나?'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여럿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시 내가 심신이 약해서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의 나는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당시의 나보다 더 강해졌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많은 경우 자살은 '그때만 어떻게든 모면하면 피할 수 있는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드네요.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책으로 유명한 토니 로빈스는 자신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I Am Not Your Guru'에서 자기 자신이 너무 하찮게 보여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한 청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지난 1년 동안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반면, 앞으로 20년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과소평가'한다. 당신은 아직 자살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젊다."
사람들은 지난 1년 동안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반면,
앞으로 20년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과소평가'한다
유년기에 너무 힘든 나머지 깊은 절망에 빠졌다가 갖은 노력 끝에 지금은 세계적인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토니 로빈스의 조언 한 마디에 이 청년은 용기를 되찾게 됩니다.
이처럼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이 짧은 한마디에 의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막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머릿속에 떠오른 한마디의 말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는 경우도 있고요.
조금 주제넘지만, 아니, 조금 많이 주제넘지만, 저는 오늘 어쩌면 자살을 예방하는 단 한마디 말이 될 수도 있는 그 한마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조금 길게 풀어보면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입니다.
'죽고 싶다' =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문장에서 제가 특히 분석해보고 싶은 단어는 '나'와 '지금'입니다. 먼저 '나'를 살펴보겠습니다.
1.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고민
많은 분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주변에는 너보다 훨씬 더 힘든 사람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맞습니다. 그분들 관점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본다면...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너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어'라는 식의 이런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나는 그 사람과 살아온 삶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따라서 '나'라는 단어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지금'이라는 말을 분석해보겠습니다.
2.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의 관점에서 고민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와는 또 다릅니다. 가치관도 다르고 인내심도 다르고 수용도도 다릅니다. 따라서 당장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도 나중에 보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먼 훗날의 내가 아니라 '바로 내일' 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오늘 죽는 게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내'가 아닌 '내일의 내'가 이 문제를 고민하게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내'가 아닌 '내일의 내'가 이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바로 그 찰나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하는 겁니다.
내일 죽자!
하루만 더 살아보고 내일 죽자!
아무리 죽을 만큼 힘들어도 하루만 더 살아보자.
그리고 내일 죽자!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하루만 더 살아보고 내일 죽자는 것입니다.
하루 더 사는 것도 힘들다고요? 아무리 죽을 만큼 힘들어도 하루는 더 살 수 있잖아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하루 더 산다고 크게 더 힘들 것은 없잖아요?
그래요. 우리 하루만, 단 하루만 더 살아요. 하루는 겨우 24시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하루 사이에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내일은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당장은 죽음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아도,
내일 아침에는 인생의 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내일 죽자'는 다짐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하는,
그래서 결국 지금의 성공한 나를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는 더 강합니다.
죽을 만큼 힘들면... '내일 죽자'라고 다짐하세요.
그리고 우리 하루만 더 삽시다.
힘내십시오!
글 마치면서 N.Flying (엔플라잉)의 '괜찮아'라는 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좋은 뜻에서 엔플라잉이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든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노래입니다. 댓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세계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듣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힘내세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 죽자'는 다짐으로 하루만 더 살자.
2.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는 더 강하다.
3. 그리고 우리 모두 힘내자!
최근 Neflix 오리지널 시리즈인 '13 Reasons Why'라는 미드를 봤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 고등학생이 자기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13가지 이유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한 때 친구였지만 지금은 방관자가 된 동료 학생들에게 사후 우편으로 전달하고, 그 테이프를 들은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에 테이프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지만 한 명의 고지식한 학생에 의해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는 내용입니다.
테이프를 들은 학생들은 "우리가 그녀에 대해서 오해를 하지만 않았더라도, 우리가 그녀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했더라도,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그녀를 외면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녀는 지금 우리 곁에서 웃고 있을 텐데..."라고 후회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늦었죠.
많은 경우 사소한 오해가, 아니면 일시적인 절망감이, 아니면 당장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비관적인 생각이 누군가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이때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성급한 판단을 하는 대신, 하루만 여유를 갖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많은 경우 그러한 결과를 예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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