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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Feb 12. 2017

비리에 관대한 회사 판별법

사내 비리 대응방법 (2)



Question


저희 팀장님께서 거래업체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여러 차례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아마 상당한 수준의 리베이트도 받으신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뒤처리를 하느라 팀원들은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실을 감사실에 보고해도 되갈느간지 해서요. 잘못을 저지른 팀장님은 가벼운 경고로 끝나고 감사실에 보고한 사람만 오히려 괜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여지네요.


저희 회사가 비리에 정말 엄격한 회사인지, 아니면 웬만한 비리가 아닌 이상 그냥 눈감아주는 회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비리에 관대한 회사라면 제가 굳이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Answer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온갖 크고 작은 비리에 접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습니다. 이러한 비리에 접할 때마다 '아니, 우리 회사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에 '부르르~' 떨며 분개한 나머지 큰 심사숙고 없이 곧바로 감사실에 가서 찌르거나 인사팀에 고발할 경우 직장인으로서의 생명이 조기에 종식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습니다.

 

사내 비리를 신고하기에 앞서 꼭 먼저 파악해 보셔야 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비리 수용도'입니다.


비리에 대해 철저한 회사라면 신고를 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웬만한 비리는 다 눈감아주는 회사라면 오히려 신고하신 분만 사내에서 왕따 당해 본의 아니게 '살신성인'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성인'은 못하고 '살신'만 되실 수도 있겠네요. 이건 그야말로 개죽음인데요... 이런 회사에서는 웬만한 불의를 당하거나 목격하더라도 그냥 참고 인내하는 것이 회사에서 연명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불의를 당했을 경우에는 다르죠.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겠죠. 아니,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바로 신고를 해야겠죠. 그것이 옳은 행동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필요한 행동이니까요.


하지만 비리에 둔감한 회사일 경우에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퇴사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죠.


저는 지금 '사내 비리를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하자'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사내 비리는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되지만 사내 비리를 신고할 경우 회사에 따라서는 오히려 신고한 사람이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뜻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앞에서 사내 비리를 신고하기 전에 먼저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것은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느 정도의 비리까지는 용인하고 어느 정도의 비리부터는 철저하게 처벌할까요?


이에 대한 100% 정답은 물론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리 수용도'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기준을 몇 가지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습니다.


먼저 '비리에 엄격한 회사'로 오인할 수 있는 경우 3가지를 말씀드린 다음, '비리에 관대한 회사'로 봐도 무방한 경우 3가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리에 엄격한 회사'로 오인할 수 있는 경우  


(1) 기업이 공식 자료를 통해서 깨끗함을 지나치게 많이 강조한다


먼저 절대로 '네버 에버'해서는 안 되는 일은 기업의 공식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입니다.


'제 발 저린 도둑이 시치미를 더 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런 말 없습니다. 제가 방금 전에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제 발 저린 도둑이 시치미를 더 떼는 것처럼 기업은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서 어떤 내용을 실제보다 더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 기업은 경영이념으로 '정직'을 강조합니다. 기업 홈페이지는 물론 홍보 자료에서도 스스로 얼마나 정직한 지 시도 때도 없이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를 실제로 다녀본 분들은 "비리가 없는 게 아니라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감사에서 적발돼도 덮기 때문에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실제로는 비리가 많다"라고 얘기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공표 내용과 실체가 따로 노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기업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공식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은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죠.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해도 돼"라고 해서 정말 하고 싶은 말씀 다 드리면... 눈치 없는 넘 됩니다.


"지금 멈추세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 곁으로 돌아가세요"라는 강원랜드 공익광고를 보고 우리 모두 정말 도박을 멈추면?



(2) 기업이 선한 사회 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한다


선행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비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비리가 많은 회사들은 모두 선한 사회 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더군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집을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근무 시간에 업무는 내팽개치고 전 부서원이 독거노인을 위해 김장김치를 담가주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달동네 담장에 장 미쉘 바스키아 뺨치는 그래피티(?)를 그려주던 회사도 있었고요. 심지어 문자 메시지 보내는 코흘리개의 푼돈을 긁어모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던 짜친 회사도 있었습니다.


모두 다 사내 비리가 만만치 않은 회사들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갑질로 유명했고요.


어쩌면 선행 자체가 비리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왜 선행을 근무 시간에 해요? 그것도 전 직원을 강제로 참가시키고요? 그리고 기부를 하려면 회장님 개인 돈으로 하지 그걸 왜 회사 경비로 하죠? 왜 주주 돈으로 회장님께서 인심을 쓰세요?


그룹 총수가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 그다음에 하나 같이 발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국민 사과 및 사회 공헌'이죠. 한 마디로 대국민 사과 발표문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싣고 수백억 원 또는 수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또 정부는 "좋아라" 합니다.


아니, 그룹 총수가 잘못했으면 그룹 총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면 되지 왜 주주님들의 돈으로 땜빵을 하죠? 그게 정부에 뇌물 먹여 형량을 감면받는 것과 뭐가 다르죠? CEO를 짤라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돈까지 삥 듣기는 주주님들의 심정은 어떻겠어요? 허리도 안 좋은데 몇 시간씩 쭈그리고 앉아서 배추 조몰락조몰락거리는 부장님의 마음은 또 어떻겠고요?


주주 돈으로 하는 기업의 선행은 형량을 감면받기 위한 일종의 뇌물


말씀이 길어졌는데 선한 사회 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는 기업 또한 '제 발 저린 도둑'일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허리 튼튼합니다.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끄떡없습니다.



(3) 기업이 비리 직원을 지나치게 심하게 처벌한다


개중에는 비리 직원들을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이 회사가 비리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모 기업은 비리뿐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단순 실수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엄벌합니다. 사례를 한번 볼까요?


회사 출입카드를 안 갖고 올 경우 매일 오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다.

법인카드를 단 돈 1만 원이라도 원칙에 어긋나게 사용할 경우 감봉되거나 최악의 경우 퇴사 처리된다.

입사와 동시에 전 직원은 금연 서약을 해야 하는데 담배 피우다 발각될 경우 인사 상 큰 불이익을 받는다.


이 회사의 경우 원칙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 상기 이유로 처벌을 받은 직원들도 여럿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이 회사는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한 회사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실제로 이보다 더한 비리를 저질러도 덮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령 임원이 수천 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도 봐준 사례가 있습니다. 사회의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합니다. 가령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습니다. 임원의 무리한 지시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부장의 임금을 수개월 동안 체불한 적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 회사는 비리 수용도가 낮은 게 아니라, '비리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일 것 같습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죠. 당시에는 "법을 다 지키면서 장사하면 망한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규제가 심했죠. 그래서 당시에는 기업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권한을 보유한 공무원의 파워가 막강했습니다. 당시 공무원의 청렴도가 지금보다 높았을까요? 당시 군사독재 정부의 부정부패가 지금보다 덜했을까요? 두 질문 모두에 대해서 저는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큰 비리에 관대한 회사가 일부러 보여주기식 차원에서 작은 비리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비리조차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죠.


실제로 사회 경험이 부족한 순진무구한 어린 새싹들은 이러한 호박씨 까기 행태에 속아 넘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진면모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신 분들은 이러한 행태에 속지 않죠.


오 부장이 모 회사에서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물기를 닦기 위해 종이 타월을 두 장 뽑자 이를 옆에서 지켜보시던 사장님께서 꾸짖으셨죠.  


"오 부장, 휴지는 한 장으로 충분합니다. 좀 아껴 쓰세요!"


화장실 휴지 두 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신 이 사장님이 누구냐 하면 앞서 말씀드린 수천 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임원을 눈감아주신 바로 그분입니다. 아마 두 분께서 한통속이 아닐까 하는...


비리 수용도가 낮은 게 아니라,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자의적으로 적용할 뿐
큰 비리는 봐주면서
보여주기식 차원에서 작은 비리를 강하게 처벌할 뿐


이처럼 회사가 비리 직원을 엄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비리에 엄격한 줄 알고 아무런 의심 없이 사내 비리를 고발하면... '살신' 당합니다.


지금까지 비리에 엄격한 회사로 오인할 수 있는 3가지 경우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비리에 관대한 회사가 갖고 있는 특징 3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비리에 관대한 회사'로 봐도 무방한 경우


1. 비리를 보고 받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이력이 있는 경우


경영진이 만약 비리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이력이 있다면 그 회사 경영진은 아마 비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비리 책임자에 대한 이해심이 아주 많거나,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회사는 비리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비리에 대해서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도 이 정도는 하는데 뭐, 회사 생활하다 보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내가 그런 비슷한 일을 경험해봐서 아는데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아이, 뭘 그 정도 갖고 그래. 다 그러면서 회사 생활하는 거야."


아마 그런 회사에서는 겉으로 말씀은 안 하셔도 속으로는 위와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술 한잔 거하게 드시면 실제로 속내를 말씀하실 수도 있고요. 아니죠, 그런 분들은 말씀을 하시는 대신 손을 더듬더듬하고 계실 수도 있겠네요.



2. CEO가 부정비리로 선고를 받거나 언론에 보도된 경우


20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여러 회사를 컨설팅해보고 직접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기업문화는 상당 부분 CEO의 성향을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상사의 성향을 닮아가잖아요. 제 선배 중에 정말 인자하신 분이 있었는데 CEO로부터 하도 쪼임을 많이 당하니까 언젠가부터는 자신도 팀장들을 똑같이 쪼시더라고요. 한밤중에 문자 메시지 보내서 일 시키고. 끊임없는 잔소리로 직원들 막 들들 볶아대고.


CEO의 성향은 최소한 본부장이나 팀장까지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CEO와 다른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서서히 도태되고 CEO의 판박이 또는 아바타들만 남게 되면서 기업문화가 CEO의 성향과 닮아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비리를 대하는 CEO의 태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CEO가 깨끗한 분이면 많은 경우 직원들도 이를 본받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스스로에게 엄격한 CEO는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비리가 발붙일 곳이 적어집니다.


반면 CEO가 마치 자기가 회사의 100% 소유자인 것처럼 회사 돈을 마구 횡령하거나 유용하면 직원들도 그러한 성향을 닮아가지 않을까요? 아마 직원들 사이에서도 '윗물이 더러운데 우리만 유별나게 깨끗할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겠죠. 그래서 직원들도 큰 죄책감 없이 비리를 저지르겠죠.


윗물이 더러운데 우리만 유별나게 깨끗할 필요가 있나


또 이러한 회사에서는 CEO 또는 그 일가의 부정한 축재를 돕거나 언론으로부터 그러한 비리를 숨기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아니, 이러한 일만 전담하는 부서도 있죠. 그리고 이러한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승진을 더 빨리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비리에 대해 점차 둔감해지고 CEO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관대해지죠. "회사 다니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서로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윈윈(?) 시스템이 형성됩니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CEO의 비리를 잘 알고 있는, 한 때 CEO의 심복이었던 분들이 아예 맘먹고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죠. '내가 CEO의 비리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데 설마 나를 징계하겠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행동입니다. 이런 회사는 비리가 여기저기 참 많겠죠. 특히 회사의 주요 임원들이 비리의 주인공이시니까 기업문화도 비리에 관대할 것이고요.


결국 기업문화가 깨끗해지려면 오너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이 오너의 잘못을 대신 덮어쓰고 하는 방법으로 오너의 잘못이 계속 용인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무슨 대단한 로열티인 것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면... 우리 모두 그러한 문화에 물들어 가겠네요.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도 맑은데요.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최고 책임자인 CEO가 깨끗한 분인지, 비리가 있는 분인지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CEO의 청렴함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CEO가 비리나 갑질로 선고를 받았거나 언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거나 하면 CEO가 청렴한 분이 아닌 게 명백하죠. 이런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은 사내 비리를 고발하기 전에 한번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만 다치거나 왕따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일이 없다고 해서 CEO가 반드시 깨끗한 분이라고 단정할 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냥 우리가 모를 뿐이죠. 그렇다고 선의의 해석(영어로는 'Benefit of the doubt')을 하지는 마십시오. 몰라서 그렇지 양의 탈을 쓴 늑대일 수도 있습니다.



3. 기업의 태생 자체가 부정한 사업에서 비롯된 경우


지금은 지극히 합법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불법 영업에 태생을 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가령 속칭 '보세 상품'(관세 부과를 보류한 상품)의 불법 유통에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라든가, 아니면 불법 대부업이나 밀수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지금은 비록 어엿한 대기업이지만 그 태생은 엄연한 불법 사업(Illegal Business)입니다.


이런 기업의 경영진은 한 때 대놓고 불법 사업에 몸담았던 분이십니다. 한 세대가 지나서 비록 지금의 경영진은 현 사업의 기원이 되는 불법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그 기업의 고위 임원 중에는 '우리의 선배들은 이런 일도 했는데 우리라고 이 정도 못할쏘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불법 사업 또는 협잡이 무슨 대단한 업적인양 칭송하는 분들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분명 감옥 갈 일인데 "우리 선대 회장님께서는 이러한 비상한 방법으로 경쟁사를 아주 싼 값에 인수할 수 있었다"라고 모 임원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뜨악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업은 부정과 비리가 DNA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엔간한 비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웬만큼 대단한 비리가 아닌 이상 매우 관대합니다.


'80년대 청춘스타이자 21세기의 영원한 오빠인 Tom Cruise의 Breakout Film인 'Risky Business' [사진 출처: 영화 'Risky Business']


지금까지 기업의 '비리 수용도'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기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이 글은 '비리를 당하거나 목격해도 모른 채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비리를 신고했을 때 자신한테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르니 이에 대한 대비를 하자'는 좋은 뜻에서 쓴 글입니다.  


정말 검은 마음을 품고 계신 분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투명하고 깨끗한 회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합니다. 비리에 관대해서 자금 횡령도 어물쩍 넘어가고 성추행도 그냥 눈감아주고 하면... '헬 컴퍼니'죠. 더욱 슬픈 현실은 그러한 회사에 다니는 나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기업문화에 물들어간다는 거죠.


...


자,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리지요?


여러분의 회사는 비리에 엄격한 회사인가요? 아니면, 비리에 관대한 회사인가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사내 비리를 신고하기에 앞서 먼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파악해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2. 기업이 공식 자료를 통해서 깨끗함을 지나치게 많이 강조하거나, 선한 사회 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거나, 비리 직원을 지나치게 심하게 처벌할 경우에는 의외로 '비리에 엄격한 회사'가 아닐 수 있다.

3. 반면, 비리를 보고 받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이력이 있거나, CEO가 부정비리로 선고 또는 언론에 보도됐거나, 기업의 태생 자체가 부정한 사업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비리에 관대한 회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함께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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