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비리 대응방법 (1)
[사진 출처: 영화 '명량']
구매부서에 새로 배치받은 대리 2년 차입니다. 인수인계받은 거래업체가 알고 보니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였습니다. 그 업체랑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전임 과장님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요. 그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면서 눈감아주지 않았을까요? 물증은 없지만... 어떻게 해야 되죠? 신고해야 하나요? 안 하면 나중에 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텐데요.
고민이 많이 되시겠어요. 사내 비리를 처음 경험하신 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위에서 말씀하신 사내 비리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스무리한 상황은 한두 번쯤 겪어보셨을 것 같아요.
그럼 우리 한번 고1 시절로 되돌아가 볼까요?
학창 시절에~
1. 교내에서 고2 선배님들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목격한 1학년 학생은 나 한 명이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2. 학교 인근 레스토랑에서 교감 선생님이 학부모로부터 촌지로 추정되는 봉투를 건네받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런데 봉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손편지일 수도 있겠죠. 어떻게 하시겠어요?
3. 전교 쌈짱인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의 치마를 들춰 올리며 "아이스케키"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여학생이 담임선생님한테 말씀드리니까 선생님께서는 쌈짱에게 "고등학생이나 돼서 초딩처럼 아이스케키나 하고. 철 좀 들어라. 쫌"하고는 끝났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1번은 국민건강에 심히 해로운 담배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게다가 흡연은 교칙으로도 금하고 있고. 또 교내에서 담배 피우다가 잘못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약간은 있죠.
2번은 투명한 사회를 멍들게 하는 뇌물과 관련된 문제죠. 증거는 없습니다만 교감 선생님이 학부모와 연분이 있기 전에는 손편지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없겠죠. 정황상 촌지가 분명한데요.
3번은 명백한 성추행입니다. 담임 선생님이 성추행을 그냥 눈감아 준거네요. 마음 같아서는 성추행을 한 남학생을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지만... 그러다가 뒈지게 맞겠죠. (걔는 쌈짱이니까...)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니, 학창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글쎄요. 아마 많은 분들이 신고를 망설였을 거예요.
1번의 경우, 제 학창 시절에 담배는 '쿨(Cool~)'한 것으로 통했죠. 반면, 담배 피우는 동료를 '꼬발리는' 행위는 '낫 소 쿨(Not so cool)' 한 것으로 간주됐죠. 따라서 담배 피우는 행동은 서로 눈감아 주는 게 동료 간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2번의 경우, 역시 또 제 학창 시절은 촌지가 당연시되던 때였습니다. 이 세상에 촌지가 어디 있어요? 다 뇌물이죠. 하지만 명백한 뇌물을 '촌지' 또는 '떡값'이라는 말로 미화시킨 것만 봐도 학부모가 선생님께 뇌물을 바치는 행위를 당시에는 눈감아줬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봉투 안에 돈이 들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렵고요.
3번의 경우, 제 학창 시절이 아무리 옛날이라고 해도 "아이스케키"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셨죠. 이때 제가 정의로운 시민의식을 발휘해 이 사실을 동네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합시다.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담임선생님은 교장선생님께 한 마디 들었을 것이고 쌈짱은 일주일 정도 화장실 청소했겠죠. 저는... 담임과 쌈짱 모두로부터 지독한 핍박을 받지 않았을까요?
사내 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고하는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제 사내 비리를 신고할지 말 지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직원들 간 어느 정도는 용인되는 행위인가?
만약 학창 시절에 고2 선배님들이 담배가 아닌 '매리와나'를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히로뽕'이나 '코케인'이었다면? (누가 뽄드 얘기해? 중딩이야? 뽄드하게!)
담배는 용인되는 행위일 수 있지만 '히로뽕'은 절대 그럴 리 없죠. 히로뽕 거래 현장을 신고했다고 해서 '배신자' 또는 '노리(No 의리)'로 낙인 될 가능성은 적겠죠.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회사에서는 리베이트 수수 행위가 절대로 용인되지 않는 비리이지만, 또 다른 회사에서는 그것이 사내에서 통용되는 관행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느 회사에서는 사내 불륜이 기업문화에 어긋나는 행위이지만, 또 다른 회사에서는 기업이 간섭할 수 없는 개인의 사생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리베이트 수수 행위가 정당하거나 사내 불륜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만약 여러분이 사내에서 어느 정도 용인되는 행위를 신고했을 경우 '사내 왕따'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고하기 전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내에서 용인되는 비리를 신고할 경우 '사내 왕따'가 될 수 있다
회사마다 비리를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지를 나타내는 '비리 수용도'는 다릅니다.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결론,
회사에서 어느 정도 용인되는 비리를 신고할 경우 잘못하면 '사내 왕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2) 신고 후 나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가?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신고 후 나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신고를 통해 비리 당사자가 해고된다면 모르지만 감봉이나 경고 조치로 끝난다면? 그러면 저는 회사에 '철천지원수'를 한 명 두게 되겠죠. 그리고 특히 그 당사자가 상사라면? 그렇다면 앞으로의 회사 생활은 '고난의 행군'이 될 가능성이 100%입니다.
만약 신고를 통해 비리 당사자가 해고될 경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비리 당사자의 '베프', 그를 이끼던 상사, 그를 따르던 후배 모두가 나를 '출세 위해서 동료를 팔아먹은 넘'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따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평판이 서서히 나빠지거나 사내 협조를 받는 과정에서 물먹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결론,
신고 후 당장은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내 비리의 경우 위의 1번, 2번 모두에 대해서 "YES"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사내 비리가 제대로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사내 비리는 많은 경우 직원들 간 어느 정도는 용인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을 아무도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것을 알지만 서로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례 1.
모 회사의 경우, 외부에서 경력직으로 온 이사가 자신이 맡은 사업부와 거래하고 있는 어느 하청업체가 인건비를 부당 청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아보니 이 하청업체는 전임 사업부장이 소유한 회사였죠.
이사는 이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자신도 이 사실을 알고 묵인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회장님께 보고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직속 상사인 사장은 이를 덮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사장은 이를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묵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체크 앤 밸런스'(Check & Balance)가 잘 갖춰진 대기업에서 누구 한 명이 발각되지 않고 비리를 저지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동료 직원들이 이를 알고 있지만 눈감아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특히 새로 온 직원이 한 달 만에 파악할 수 있는 비리를 그동안 아무도 몰랐을 가능성은 적겠죠. 오히려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었겠죠. 왜? 그 정도는 회사에서 용인되니까.
당신이 한 달만에 파악한 비리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2) 사내 비리 신고자에게는 반드시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따른다
두 번째 이유는 사내 비리 신고자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쉽게 신고를 못하는 것이죠.
사례 2.
모 회사의 경우, 신입 사원이 팀장의 '성희롱스러운 발언'으로 계속 시달려오다가 결국 감사실에 익명으로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이 팀에 새로 들어온 팀원은 단 한 명이었기 때문에 누가 신고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죠.
회사는 팀장을 쉽게 내치지 못했습니다. 워낙 일을 잘하는 팀장이었으니까요. 결국 팀장은 다른 부서로 옮겨졌고, 팀에는 신임 팀장이 부임했습니다.
그런데 신임 팀장이 그 신입 사원에 대해서 굉장히 못마땅해했습니다. "팀장을 찌르는 팀원을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겠냐"가 이유였죠.
만약 직원들 간 어느 정도 용인되는 비리라면 직원들 사이에 '공범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꼰지른' 사람은 왕따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용인될 수 없는 비리라고 하더라도, 신고한 사람은 '정의감이 투철하고 용감하다'라기보다는 '언제든지 동료를 고발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세상에 모든 죄로부터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는 눈감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죄에 대해
어느 정도 눈감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을 지도...
앞에서 말씀드린 사례 1과 2에서 비리를 신고한 이사와 신입 사원은 모두 퇴사를 했습니다. 이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임원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아서 연봉이 삭감됐고, 신입 사원은 이전 팀에서 방출된 뒤 어느 팀에서도 그녀를 받지 않아 대기발령 비슷한 상태가 되었죠. 얼마 후 둘 다 "자발적(?)으로" 퇴사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사내 비리를 경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신고한다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를 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내 비리 신고는 '살신성인'이라는 것입니다. 즉, 신고를 통해서 회사는 깨끗해지지만, 본인은 억울하게 희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고를 하려면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를 갖고 하십시오.
사내 비리 신고는 '살신성인'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가 필요하다
2. 본인을 깨끗하게 하고 힘을 키운다
또 다른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사내 비리 근절을 위해 힘쓰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다음과 같은 3단계를 제안드립니다.
1단계: 나만은 정직하자
2단계: 내 '나와바리'만은 정직하게 관리하자
3단계: 빨랑 힘을 길러서 내 나와바리를 넓히자
단, 무슨 일이 있어도 초심은 잃지 마십시오. 사원 대리일 때 불의를 보면 부르르 떨던 친구들이 차부장이 되어서는 "좋은 게 좋은 거지"를 너무 좋아하는 경우를 참 많이 봤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고민과 걱정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혹시 이 글이 '사내 비리를 어느 정도는 용인하자'는 주장으로 오해되지는 않을까?
그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사실 저는 지난 2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누구보다도 사내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처럼 사내 비리에 대해서 타협적인 제안을 드리는 이유는... 저 역시 사내 비리에 대해서 '정직한 방법'을 선택했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직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방법'이었던 것 같네요.
당시 저는 회사의 '비리 수용도'를 과소평가한 나머지 비리를 근절하려고 했다가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무지한 사람이 되고 말았죠. 저는 '히로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회사 경영진에게는 '담배'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결국은 퇴사하였고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 같은 순진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물론 사내 비리 근절해야죠. 하지만 그런 생각을 나 혼자만 갖고 있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일은 잘하니까' 또는 '이 사람이 그동안 기여한 바가 얼만데' 또는 '뭐 이 정도 갖고 그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나 혼자 '살신성인'하게 됩니다.
사내 비리 근절을 나 혼자 생각하고 있다면, 나 혼자 '살신성인'하게 된다
저는 그 이후로는 본인을 깨끗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힘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초심은 잃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비겁해져서...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사내 비리를 신고하기 전에는 (1) 회사의 비리 수용도 (2) 신고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지 여부 등을 반드시 먼저 파악해야 한다.
2. 사내 비리 신고는 '살신성인'이기 때문에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가 필요하다.
3. 중장기적으로는 나와 내 나와바리를 정직하게 관리하고, 힘을 키워 내 나와바리를 넓히는데 힘쓰자.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초심은 잃지 말자.
며칠 전 친한 지인으로부터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회사 여직원이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서 고민 끝에 상사한테 얘기했는데, 그 상사가 하는 말이 "그건 너의 행동가짐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해서 결국 퇴사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사 분도 여성분이었습니다. 성추행을 한 직원은 그 부서 '에이스'였고요.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사내 비리를 덮어주는 이런 나쁜 관행은 언제쯤 없어질까요? 우리의 의식이 바뀌기 전에는 힘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고. 결국 세대가 바뀌어야만 가능할까요?
어쩌면 우리도 말로만 "사내 비리 근절", "깨끗한 기업문화"를 주장하지, 실제로는 이를 은근슬쩍 눈감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사내 비리를 고발하시는 용기 있는 분들은 계속 '살신성인' 당하시는 거고요.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에서 비롯되어, 2018년 초 현직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국내에서도 촉발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2019년 초 이 미투 운동에 대한 재판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겁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맞다." "아니다." "그 사람도 문제가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등등.
제 와이프는 직장을 다닙니다. 제 어머님께서도 한 때 일을 하셨고요. 따라서 저는 제 어머님과 와이프 같은 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업무 성과에 의해서 제대로 평가받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 세계 노동 자원을 확대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범죄이고, 이러한 범죄의 실상을 고발하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미투 운동은 공정하게 심판받고 모두가 격려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미투 운동에 동참하신 용감한 분들은 우리가 함부로 재단하고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비리에 대한 평가에는 정치 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평가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따져서는 안 됩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예술인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으로는 내가 지지하는 정치 진영에 타격이 올 수도 있고 우리나라 문화계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분의 명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고 그분이 제작한 영화를 더 이상 감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하비 와인스틴이 제작한 많은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피해는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만 이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지만 더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쓴 글 중에 욕을 가장 많이 먹은 글 중 하나가 '사내 비리 고발은 살신성인'이라는 글입니다. 이 글은 "사내 비리를 눈감아주자"는 취지의 글이 아닙니다. "사내 비리를 고발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고민하고 대처하자"는 내용의 글입니다. 제가 그러한 피해를 당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퇴사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들 또한 미투 운동에 동참하신 용감한 분들을 '살신성인'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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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비리 대응방법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