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신세계로부터’ 신세계 백화점, 축구선수 신세계는 아는데 이 곡 제목을 몰랐다. 제목을 알면 음을 잊어버리고 음을 알면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 곡은 들어봤던 곡이다. 이제는 제목 기억할 것 같다.
저녁에 원주시립교향단의 연주회를 보러 갔다. 우리 가족이 이런 음악회에 온 건 처음이다. 작년에 시환이가 오케스트라 공연할 때 클래식을 들은 적은 있으나, 그때는 시환이 연주였다. 어제는 어른들의 공연이었다. 또 우리가 편하게 듣기만 하면 된다.
나도 이런 연주회는 오랜만에 오는데, 공연 시작 전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장과 장 사이는 박수 치지 말고, 곡이 끝나면 박수 쳐 달라고. 평소에 사람들이 자주 보러 오는지 장이 끝나고 박수 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총 세 곡 연주했다. 1부에는 두 곡, 2부에는 한 곡. 그중 두 번째 곡을 연주할 때는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왔다. 그녀가 연주하는 동안 뒤에 앉은 관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며 감상하고 있다.
나는 세 번째 곡이 좋았다. ‘신세계로부터’다. 특히 2악장의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 초반에 나오는 악기는 조용하게 소리를 냈다. 그 와중에 고운 소리가 들린다. 연주자를 찾았다. 플루트, 아니다. 트럼펫도 아니다. 자세히 보니 클라리넷이다. 이 악기가 이렇게 맑은 소리가 나다니! 묵직한 소리가 나는 악기가 아니었다. 2악장에서 클라리넷이 솔로처럼 연주하는 부분이 좋았다.
4악장은 들으면 아는 노래다. 역시 이런 데 오면 모르는 노래도 있고, 제목은 모르지만 아는 노래도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곡이 많아야 잠을 자지 않는다.
예전에는 바이올린 위주로 봤다. 아니면 어제처럼 한 명이 연주할 때에는 그 한 명에게만 시선을 뒀다. 요즘은 바이올린보다 클라리넷, 첼로보다 베이스에 눈이 간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으니까 눈과 귀를 집중하게 된다. 클라리넷 연주자 두 명 중 한 명은 좀 더 연주했다. 2악장에서 클라리넷 소리를 혼자 냈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 옆에는 침 수건이 있었다. 그는 악기 연주를 하지 않을 때에 악기를 조으기도 했다. 관악기 쪽에 바순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연주자는 두 개를 무대에 가지고 왔다. 하나를 불다가 쉴 때에 다른 악기로 바꿨다.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는 쉬는 시간이 없을 정도다. 플루트,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은 중간 정도. 불다가 쉬었다가 또 불다가 쉬었다가 했다. 90분 정도의 공연 시간이었는데 3분 정도 한 사람이 있다.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중 심벌즈는 한 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심벌즈를 양손에 쥐고 크게 쨍하며 울리는 소리를 낼 줄 알았다. 하나는 90도 가까이 꺾어 다른 하나를 스치듯 연주했다. 처음 보는 심벌즈 연주법. 잔잔하게 들려 기억에 남는다. 1분도 연주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악기 튜바라고 생각한다. 크기가 커서 눈에 띈다. 연주할 때만 들고 있고, 분 다음에는 다시 땅에 내려놓는다.
글쓰기 전의 나는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린 연주자 쪽을 많이 봤었다. 상대적으로 연주 비중이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쓸데없이 내가 그 사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악기 한두 번 들고 연주하더라도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본인의 자리에서 기다린다. 눈으로 악보를 보며 따라간다. 연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같이 연주하는 순간이 클라이믹스로 가는 듯했다. 지휘자가 했던 말이라고 기억한다. 관중의 침묵도 공연의 일부라고 했다. 3분, 1분 연주한 연주자들의 기다림도 연주였다.
의외로 맑은 소리를 내는 클라리넷을 보고 감탄했다. 우리 아이들이 악기 하나는 잘 골랐다 싶었다. 연주회에 와서 좋아하게 된 곡도 생겼다. 오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해 본다. 우리 인생도 중앙이 아닌 기다림의 시간이 있다. 중앙에 갔을 때 중앙스러우려면, 기다리고 있는 동안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그 순간에 빛낼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내가 보낸 오늘도, 언젠가 빛날 몇 초를 위한 기다림의 하루다. 우와, 잘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