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 하나
싱글 매트리스 4개, 프레임 4개를 산다. 아이들이 안방에서 우리(엄밀히 말하면 남편)와 같이 자고 있는데 각자의 방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시환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자기 방을 갖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 6학년까지 안방에서 살겠다고 했다. 이런 시환이가 마음을 바꾼 건, 서하가 크게 작용했다. 둘이 같이 누워 잘 때가 있는데 누워서 싸운 날에 대부분 시환이 마음이 상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시환이가 서하와 따로 자고 싶다고 했다. 서하는 자신의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서 방을 만들고 싶어 했고. 아이들의 방이 만들기 위해서 침대가 필요하다. 아이들 것만 사면 2개만 구입하면 된다. 우리 매트리스가 10년 이 되었다며, 이참에 우리도 바꾸자고 말했다. 남편은 당연히 킹사이즈를 산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싱글 두 개를 안방에 놓자고 말했다. 내가 자고 싶을 때 편하게 자고 싶다고, 내가 자고 있을 때 누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내가 자고 있을 때 자기가 와서 누워도 내 잠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결혼 10년 만에 드디어 같이 잘 수 있다며 좋아했는데, 내가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랬다면 따로 잤겠지. 좋아하는데 잘 때만큼은 편하게 자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들 임신했을 때부터 밤에 푹 자본 적이 없다. 임신 초기와 막달에는 새벽에도 화장실 간다고. 그나마 안정기에 접어들면 잠을 좀 자지만, 배가 불러올수록 내 몸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자려고 누워있을 때 태동이 느껴지면 자고 싶어도 뱃속 아이에게 말 걸고, 배를 쓰다듬었다. 신생아 때는 2시간 전후로 잠을 깼다. 아침까지 자는 시기가 왔을 때는, 일찍 일어나니까 나도 일어나야 했다. 더 자고 싶어도 아이들 봐야 하니까, 안 일어나면 와서 얼굴을 만지며 깨우니까 못 잤다. 요즘은 하루 5시간 잔다. 신생아처럼 10시간 자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데 반으로 확 줄였다. 내가 좋아하는 잠을, 잠자려고 안경을 벗고 불 끄고, 이불 안에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한 나는 이 시간, 방해받고 싶지 않다.
침대 하나에서 둘이 자면 상대의 움직임에도 잠이 살짝 깬다. 남편은 안고 자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려면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럴 거면 킹사이즈 침대는 왜 사냐고. 반이 비어 있는데. 편하게 잠도 잘 겸, 침대 놓은 공간도 제대로 활용할 겸, 싱글만 주장했다. 몇 번 듣더니 남편도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자다 보니 혼자 편하게 자고 싶은 마음을 찾은 것이다.
나는 잠에 예민하다. 내 잠뿐만 아니라 아이들 잠에도 그렇다. 아이들은 성장 호르몬과 관련이 있기도 해서 잠자는 시간까지 예민하게 군다. 나한테 잠은 어떤 의미이길래 그런 걸까?
하나, 몸 회복하는 시간이다. 눈 뜬 이후부터 누울 때까지 휴식 다운 휴식을 보내지 않는다. 폰 보는 것도 쉬는 일이지만, 몸과 정신까지 쉬는 시간은 잠잘 때뿐이다. 나는 잠만 잘 자도 몸이 덜 아프다.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나는 다른 거 하지 않는다. 약 먹고 잠잔다. 그러면 몸이 낫는다. 잠만 잘 자도 다음 날 에너지 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런 날을 보내고 싶으니 숙면을 바라고 적당한 시간, 11시에 누워 자기를 바란다.
둘, 잠은 내 몸 리듬을 조절한다. 잘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볍다. 그러면 활기차게 하루 보낼 수 있다. 12시를 넘겨 늦게 자거나, 잠잘 때 깨면 일어날 때부터 몸이 다르다. 무겁다. 이런 날은 오전에 커피 두 잔 마시고, 오후에 또 생각이 난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숙면만 해도 내 컨디션과 하루 좋게 흘러갈 수 있는데. 그래서 내 잠을 누군가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셋, 상대가 나를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잠은 단순히 피로만 푸는 시간이 아니다. 나는 매일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낮에 있었던 일, 억누르고 있던 감정과 관련한 일이 나올 때가 있다.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꿈에서 푸는 시간이라고 할까. 이런 이유로 내 시간을 침해받았다는 느낌이다. 내가 잠을 이렇게 생각하니 가족들이 자고 있을 때 건드리지 않는다. 그 사람의 시간을 지켜준다. 반대로, 상대도 나한테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킹이 아닌 싱글로 사기로 결정은 했다. 마냥 좋은 일일까 싶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혼자 다른 방에서 자기 때문이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5시 전후로 일어나고, 누구의 방해 없이(요즘 강아지 쏘니가 새벽에 쉬하고 나면 와서 얼굴을 핥긴 하지만) 보내고 있다. 가구 배치가 끝나면 침대가 온다. 그때부터는 다른 침대에서 남편과 같이 자야 한다. 킹을 사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데, 이 글을 적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진정한 승자는 남편이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 같이 자기도 하면서 싱글에서 자기 잠도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잘 때 안기만 해봐라. 침대 사이에 협탁 놓아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