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이건 제거 아닌데요.”
“이건 오빠가 마지막에 만진 거예요.”
물건 정리하라고 하면 꼭 빠지지 않는 말이다. 장난감 정리함은 한 방에 있다. 아이들이 놀고 나면 정리를 하게끔 한다. 어떤 날은 치우고, 놀다가 마음 상한 날은 내 물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우지 않는다. 이제 그럴 일이 줄어들겠지.
아이들 방을 만들어줬다. 6학년까지 안방에서 자겠다던 시환이가 혼자서 자겠다는 말을 했다. 혼자 자는 게 더 이상 무섭지 않아서 한 건 아니었다. 서하랑 같이 자기가 싫어서 말을 뱉었다. 남편은 그 말을 재빨리 주웠다. 혼자 자기 무서워하는 서하에게는 아지트를 만들 수 있다며 구슬려 각자의 방을 만들기로 했다. 가구 배치를 다 그려놓았다. 어제는 도면대로 옮기는 날이었다.
안방, 옷방, 공부방에 있던 물건을 옮겨야 한다. 안방에서는 침대 하나를 뺀다. 대신 옷방에 있던 옷장과 스타일러를 옮겨 왔다. 여기에 옷을 걸고 나니, 서하가 옷 가게라고 했다. 희한하네. 입는 옷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걸려 있는 옷은 많다.
서하방은 안방과 마주 보고 있다. 크기는 조금 작은데 아담하다. 옷장, 침대, 책상 있을 건 다 있다. 아직 침대와 책상은 들이지 않았지만.
시환이 방은 현관 입구에 있다. 침대, 책상, 책장, 1인용 소파, 피아노가 있다. 붙박이장이 있는데 기존에 있던 물건을 다 빼지는 못했다. 시환이는 기존에 있던 책상을 쓰기로 해서 침대 하나만 들어오면 된다. 여기에 책꽂이 하나 사 줄 예정이다.
아이들은 자기 방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시환이는 서하와 같은 방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까 이 점이 가장 좋단다. 1인용 소파에서 책 읽으며 힐링할 수 있으니까 만족한다. 서하는 아지트 만들 수 있어서. 다른 건 아직 모르겠고 자기만의 공간, 아지트에 엄청 관심이 많다. 큰 박스를 방 안에 들여하고 싶어 한다.
방이 생긴 아이들, 마냥 좋기만 할까. 이제부터 시작일 텐데. 자기만의 공간을 정리해야 하는 책임을 맡았다. 더 이상 오빠 거라는, 동생이 마지막에 만졌다는 이런 말은 필요 없다. 적어도 자기만의 방에서는. 아이들은 이제 자기 공간을 정리하는 법을 배워 나갈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정리하고, 커튼 걷고 나오기. 잠옷을 벗으면 개어서 정리해 놓기. 외출 갔다 오면 옷 걸기. 서랍에 넣어야 할 옷은 접어 넣기. 학교 책 복습하고 문제집 풀고 나면 책상 위의 지우개 가루 정리하기. 책꽂이에 꽂아 넣기. 이런 걸 하면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한 사회의 최소 단위가 가정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 아이들의 방을 만들면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최소 단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 정리를 통해 자기를 다스리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