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리추얼 하나가 하루를 바꾼다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일부러 오전에 외근을 나갔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디제이 목소리가 편안했거든요. 아침 일찍 자금 결재 은행 서류에 법인 도장을 받는다고 평소보다 챙겨야 할 서류가 더 있었습니다. 승인난 서류 정리하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나옵니다. 곧 라디오 시작 시간이고, 기껏해야 들을 수 있는 시간도 십 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조급하게 나온 저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진행해서 마음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듣는 말이 있습니다. 글 쓰기 전에 본인만의 리추얼을 정하면 습관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글쓰기 연습으로 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리추얼을 정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문득 직장 다닐 때 들었던 라디오 문구가 생각이 났어요. 저도 그와 비슷하게 만들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일기를 적으면서 혼잣말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문장 하나 말한다고 해서 낯설지가 않았기도 했습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때를 돌이켜 보면 나에게 말하는 문장 말고도 리추얼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 문구, 글귀가 있더라고요. 이러한 것들이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해 저의 리추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걸 따라 하기보다는 평소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떠올려 적용하면 습관을 잡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일기를 쓰기 전에 늘 제가 하던 행동이 있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기 전에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왔어요. 직장을 다닐 때에도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커피 한 잔 태워서 모니터 아래에 두곤 했습니다. 일을 시작한다는 신호가 커피였습니다. 지금도 같습니다. 가족이 일터로, 학교로 떠난 후에 처음 하는 일이 일기 쓰기입니다.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전날의 일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커피가 일기를 쓰는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일기 쓰는 초반보다 리추얼이라는 걸 알고 난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봉지만 뜯어도 일기 쓰러 간다고 생각했거든요.
평소에 차를 즐겨 마시는 분, 음악을 자주 들으시는 분이라면 이를 의식 전환 단계로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나만의 리추얼 이니까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보다 좋아하는 취미와 접목을 시킨다면 좀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방해 금지 모드, 비행기 모드를 설정하는 겁니다. 제 폰에는 설정의 집중 모드에서 방해 금지 모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간을 설정하면 폰의 알림이 울리지 않습니다. 저의 평균 생활 주기를 바탕으로 시간을 정하고, 이 시간에는 일기를 쓰는 겁니다. 또는 일기 쓰기 전에 비행기 모드로 직접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폰의 알림 소리 하나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 폰의 상태를 바꾸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은 일기를 쓰기 전에 저한테 한마디 하는 겁니다. 라디오 멘트처럼 근사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일기 쓰자. 어제 뭐 했더라?” 일기장과 펜 꺼내면서 이 말을 그냥 내뱉어요. 저는 주로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한 게 귀로 들리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질문으로 끝냈잖아요. 답을 하기 위해서 전날의 일을 떠올립니다.
앞서 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도 쓸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고민에 대해 적을 때는 “나 무슨 고민이 있지? 지금 내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건 뭐지?”라고 말합니다. 아니면 일기장에 적어도 괜찮아요. 목표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내가 오늘 계획한 일과 했던 일을 점검해 볼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일기를 쓰기로 했다면 오늘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과 생각과 행동은 뭔지, 오늘 나의 감정 변화는 어땠는지를 적고 떠올려 봅니다.
그냥 쓸 때보다 수월합니다. 질문이 생각을 열기 때문입니다. 써야지 하고 앉아 가만히 있기보다 질문을 하면 막연함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답을 하면 써지니까 재미가 있고, 재미가 곧 습관으로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 질문이 구체적이니까 좀 더 자세하게 적을 수 있습니다.
일기 마지막 문장에는 “어제도 수고했어. 오늘 하루도 쌓아가자.”라고 적고 마무리합니다. 전날이 좋았든 힘들었든 보낸 나에게 한마디 하고요, 남은 시간도 의미 있게 보내자는 의미로 적어요. 거창하게 표현하면 인정과 다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적은 날과 아닌 날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적은 날은 되도록 자책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야 다음 날 나한테 응원도, 칭찬도 할 수 있으니까요. 자책뿐만 아니라 부족한 점도 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대신 오늘은 좀 더 나은 하루를 보내자며 실수나 아쉬움은 털어버리려고 해요. 또,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빨리 알아차리고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아침에 저와 약속을 했으니까요. 이 두 문장으로도 하루를 다르게 살 수 있습니다. 매일 나에게 반복해서 들려줌으로써 점점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게 합니다.
명언 검색해서 적어도 좋고요, 내가 살고 싶은 모습, 신념과 가치를 일기의 마무리로 지어도 괜찮습니다. 감정 정리, 다짐, 계획의 실행 등에 도움이 되니까요. 마지막 문장을 긍정적이고, 본인이 살고 싶은 문장으로 적으면 글도, 삶도 그렇게 됩니다.
제 경험으로 본다면 리추얼은 평소 제가 하고 있는 것과 연결을 시켰습니다. 커피 마시기와 책상에 앉기, 혼잣말을 질문으로 바꿔보기, 오늘 하루도 쌓아가자는 슬로건을 일기 마지막 문장에 썼던 것처럼요. 리추얼을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행동에서 찾아보라는 겁니다. 또,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면 좋겠어요. 시작 전에 준비 시간만 삼십 분이 걸리면 안 되겠죠?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하는 겁니다. 신호를 명확히 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하나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 단계를 만들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손 씻기, 커피 마시기, 책상 정리하기, 음악 틀기 이와 같은 행위를 하면 자연스레 습관 행동이 생각난다고 해요. 제가 이를 지속해 보니 안정감을 느낍니다. 쓰기 자체가 막막하잖아요. 나의 일을 적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를 고민한단 말이죠. 빈 종이를 채우고 싶은 욕심과 덜 채울 것만 같은 불안함도 느끼고요. 그런데 리추얼은 이런 걱정을 덜어줍니다. 흥미와 연결시키면 시작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무엇을 쓸지에 대해서 미리 말하고, 질문하면 쓸 내용도 손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일기의 마지막 문구도 정해서 쓰면 하루와 삶의 방향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리추얼은 단순히 습관 형성에 기여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하나. 이는 습관과 마음과 삶의 태도까지 바꾸는 연습입니다. 지금 당신이 자주 하는 행동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오늘부터 나만의 리추얼로 작게 시작해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