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깊이를 더하는 공식

오늘 있었던 일, 그다음에 써야 할 것

by 벨리따

일기를 쓰기로 했다면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어떻게 써야 하나, 어디에 써야 하나, 언제 쓰는 게 좋을까, 꾸준히 쓸 수 있을까 등이요. 이번에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기를 쓰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제가 적었을 때 좀 더 뿌듯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읽어 봤을 때 그날이 생각도 나고, 제 생각의 과정도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이번 글에서는 일기 쓰기를 이제 시작하는 분들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써 본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글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는 내용이 길어지면 습관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매일 다섯 줄, 열 줄이라도 꾸준히 적으시는 분에게 좀 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본인의 성향에 따라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경험 + 생각 또는 느낌, 감정 적기’입니다. 하나씩 풀어서 설명드릴게요.

무엇이든 쓰기에서 무엇은 경험을 말합니다. 어제 또는 오늘 있었던 일을 적습니다. 내가 한 것만이 아니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진 일도 가능합니다. 오감을 바탕으로 적겠다 마음먹고 쓰잖아요? 쓸거리가 많아요. 빵 굽는 냄새, 커피 향기, 장미 향기, 봄의 시골길을 걸어갈 때, 세탁소 앞을 지나갈 때, 지하철 옆 사람들의 대화, 옆 차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 등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합니다. 하루를 적다 보면 그동안 놓치고 산 하루가 아쉽기도 해요. 온전히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이런 경험 중에서는 좋은 일을 적으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좋지 않은 일도 적습니다. 두 가지 적는 이유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좋은 일을 적어야 하는 이유는 좋지 않은 일보다 더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웃고 축하받고 넘어갑니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일보다 마음속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고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굵직굵직한 큰 사건을 제외하고는요. 하루 중에도 행복한 적, 웃은 적, 도와준 적, 도움받은 적, 일이 잘 풀린 적이 있습니다. 적지 않으면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쌓아둔 경험이 많으면, 힘든 순간에 떠올리며 버틸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생기고요.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도 적어야 하는 이유는 이 또한 내가 겪은 일이고, 이는 결국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힘들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 다들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텐데요, 지나고 보면 우리 다 겪어냈잖아요. 이 말은 내가 좀 더 단단해졌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남긴 기록 역시 잘 살아온 나를 인정해 주는 일이었어요. 적으면서 눈물이 나고 한숨을 쉴 때도 있는데요, 그래도 괜찮죠. 시간 지나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 오니까요. 웃는다는 말은 이겨냈다는 뜻입니다. 쓰지 않아서 그렇지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방법까지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배우고 성장했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정리하면 뭔가 잘 풀린 일을 일기로 적으면 힘든 일을 겪을 때 성공 경험 떠올려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꾸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는 문제 원인과 해결 방법, 나한테 일어난 이유를 찾아보며 포기하지 않게 도와줍니다.

일기 쓰다 보면 적고 싶지 않은 일도 있더라고요.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적고 있었어요. 특히 저는 블로그에 남기기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숨기고 싶은 모습도 있었는데요, 그런 내용은 다이어리에만 적고 블로그에 공개는 하지 않았습니다. 또는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타자칠 때 글로 옮기지 않았어요. 가리고 빠뜨려도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고요. 처음에는 내용을 가렸지만 알고 난 이후에는 숨기고 싶은 모습을 글로 썼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이름은 이니셜로 써도 괜찮습니다. 혹시 누가 볼까 봐 안 적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관해서 적어봤는데요 경험은 오감을 활용해서,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면까지 다 적는 걸 추천합니다.



경험을 적은 후에는 이 두 가지 중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생각을 적거나, 느낌과 감정을 적는 거예요. 생각은 그 일에 대한 내 의견이 무엇인지를 적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하기 때문이다.’와 같이 의견과 근거를 같이 써주면 의견만 적는 일보다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대해 뒷받침할 수 있는 이유, 배경까지 남겨 놓으면 적을 당시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훗날 일기를 다시 읽어봤을 때, 과거와 지금의 생각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쓰는 습관을 들이면 생각과 말을 할 때에 근거를 대려고 해요. 이는 타인이 나를 논리적이고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됩니다.

느낌과 감정은, 경험에서 내가 어떤 마음이 들었고, 어떤 기분이 들었다는 걸 남기는 겁니다. 짜증 났는지 뿌듯했는지, 화가 났는지 참았는지, 불안했는지 자신 있었는지, 의심이 들었는지 신경 쓰지 않았는지 등 내 감정을 적습니다. 이때도 왜 이런 마음이었는지를 적습니다. 어쩌면 짜증, 화, 불안, 의심은 내가 생각한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내 감정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내용을 일기에 적어내면 감정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죠. 실수도 줄고, 관계에서도 편안해지고,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초반에는 있었던 일 모두를 적으려고 했습니다. 뒤에 돌아보니 내용이 빈약했어요. 마치 초등학생 때 쓴 일기처럼요. 바로 얼마 전의 일인데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한두 가지 일만 적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대한 사소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특별하게 일어난 일보다는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요. 뭔가 좀 다른 일은 가끔 발생하잖아요. 그러면 꾸준하게 쓰지를 못합니다. 작고 작은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뤄요. 가족이 주로 등장해요. 아이들이 말 듣지 않을 때, 아이들이 실수해서 내가 처리를 해야 할 때, 아이들이 복습과 숙제를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 일기를 씁니다. 주로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입니다. 그중에는 소리를 높인 적도 있고요, 숙제 안 하면 이번 주에 가기로 한 곳에 가지 않겠다며 협박처럼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일기에 담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게 잘못된 행동인지. 듣지 않아서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말을 잘 들으면 잘했다고 해야 하는 건지. 어리니까 많이 틀려봐라고 하는데 이런 실수로 화내는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 쏟으면 닦으면 되는 일에 나는 왜 한숨부터 나오는지. 다음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닦는 방법을 알려줄지 등 여러 내용을 씁니다. 글로 적기만 해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족한 면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굳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는 걸 여러 번 쓰고 나면 제 행동이 달라지더라고요. 이는 솔직하게 적었기 때문입니다. 있었던 일은 왜곡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도 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생각과 느낌도요. 이렇게 썼을 때 제 생각이 커지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며, 성숙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다 보면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요. 특히 기록하는 사람은요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성장,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생각나는 일을 막 쓰기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경험, 의미 있었던 일들을 적습니다. 경험을 적되, 경험만 쓰지는 않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 시간이 지나 일기 쓰는 지금 드는 생각, 그 차이가 일어난 이유, 내 마음 등을 같이 적어 갑니다. 결국 무엇을 적을 것인가를 알고 나면, 일기 쓰는 일은 성장의 기록이 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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