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하고 싶은 건요? 안 하고 싶은 것도 있었나요? 저는 숙제와 공부요. 노는 게 더 재미있었으니까요. 요즘도 같지 않을까요? 놀이터나 집 근처에서 노느냐 스마트폰 같은 영상 기기를 보느냐의 차이일 뿐 공부보다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겁니다. 진득하니 앉아서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야 하고, 모르는 문제도 끙끙대며 풀어야 하니 안 하고 싶을 겁니다. 지금 당장의 재미있는 일, 흥미 있는 일을 하려 합니다.
둘째 아이는요 네다섯 살 때부터 이런 말을 했어요.
"책 시시해. 재미없어." 그리고는 놀기만 합니다. 그래도 내버려 뒀어요. 집은 키즈카페 수준의 장난감이 있지만 새로운 놀이 규칙을 개발해서 시간을 보내길래 저렇게 하는 일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아이는요 크게 걱정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알려주면 잘 흡수했고, 책을 가지고 오면 눈빛부터가 달랐어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뭔가를 찾아내겠다며 뚫어지게 책을 보려 했습니다. 여섯 살 후반에 한글에 관심을 보이고, 아는 글자가 많아지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초반부터도 제법 잘 읽더라고요. 이런 첫째 아이를 보다가 둘째를 보면 그냥 걱정이 됩니다. 아이도 걱정인데요, 하다가 우리 둘 사이의 관계까지 망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일도 고민이었어요.
유치원, 학교 상담 기간에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께서는
"보통 엄마는 첫째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요. 둘째는 좀 안 그러시더라고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요 저는 둘째에게도 많이 가르치고 놀이를 통해 배우게끔 했어요. 하지만 아이의 실력이 맴도는 느낌이라서 결심했습니다. 일곱 살 하반기에 한글을 가르치기로요. 그리고 그때까지는 신나게 놀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나게'입니다. 후회 없이 잘 놀아야 공부할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라는 판단에서요.
세 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가 관심 있을 때 시작하기'입니다. 보통 공부는 엄마들이 아이에게 시킵니다. 저도 첫째한테는 그렇게 했어요. 둘째는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고 있는 오빠가 있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어요. 다섯 살 하반기부터 들었으니까 일 년을 버티고 버텼습니다. 여러 번 말할 때까지.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점을 이용했어요. 대신 이 작전으로 간다면 아이의 상황을 보고 그 타이밍을 파악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하루 한두 장 하기'입니다. 스티커 붙이고 색칠하는 날은 하루에 두 장 합니다. 쓰기가 좀 많다 싶은 날은 한 장만 했고요. 다 쓰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쓰면 손도 아프니까 이 정도까지 하자고 했지요. 다음 날 예쁜 스티커 붙이는 날이면 더 하고 싶어 했습니다. 막상 다음 날이 되면 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지만 제가 예쁜 스티커 이야기를 해요. 그러면 금세 신나서 책을 펼칩니다. 이때 필요한 건 칭찬입니다. "예전에는 두 장만 했었는데 이제는 한 장을 쓸 수 있네?" 처음 시작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서 대단하다고 말해줘요.
세 번째는 '아이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기'입니다. 두 번째 방법을 쓸 때 같이 사용하기도 해요. 매번 아이 대신 표현하라는 건 아니고요, 한글 잘 읽을 때, 공부할 때 사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어제 좀 어려워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또박또박 읽는 거 같은데. 노력 많이 했구나. 기특해. 너도 뿌듯하겠다" 이런 식이요. 오빠 따라 연산 문제집도 하고 있어요. 처음에 많이 틀렸는데 요즘은 거의 다 맞게 풉니다. 연산이지만 새로운 단어가 나올 때도 있잖아요? 그러면 "요즘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많아서 재미있겠는데!" "그렇게 자신 있는 표정 보니까 엄마도 좋다." 이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배움으로 인해서 '뿌듯, 알아가는 재미, 자신감'이라는 것이 뭔지 말로 한 번 짚어주면 됩니다.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생각했을 때 연필을 책상 위에 놓았어요. 제가 글을 쓰고 나면, 주위에 말하고 나면 아이들이 쉬거나 갑자기 하기 싫다고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죠. 흥미 없던 아이, 이제 습관 좀 잡고 하고 있어요. 아이가 안 한다고 하면 제가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또 상황에 맞게 다른 방법을 찾아내서 아이와 같이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학교 다니기 전, 한글 배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수업 사십 분을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듣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글도 7세 후반에 해도 되겠다 싶었지요. 대신 그전까지 마냥 놀릴 수는 없어서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오려 붙이기 등으로 앉아 있는 힘을 키우고 있던 중이었어요. 한 번 할 때, 이십 분 가까이 앉아있는 연습을 하는 거죠. 학교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20분 수업을 두 개로 준비하는 선생님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한글 공부 아직 안 한다고 조급했다면 먼저 엉덩이 힘부터 기르는 일을 추천드립니다. 관심을 보이면 조금 뜸 들이며 아이가 왜 하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 한글 모르지만 일 년 뒤에는 다 알게 될 거잖아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면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이후 서서히 양을 늘려가면 됩니다. 이때도 칭찬은 필수입니다. 나이 한 살 더 먹을 때 양을 늘리기 좋은 이유가 생기고요, 이해력이나 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면 아이와 대화를 통해 늘리면 됩니다.
하다 보면 변화의 순간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이겠지요. 혼자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많아지는 것, 한글을 순서대로 쓰는 것, 하기 싫은 날에 조금이라도 한 것 등. 아이가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엄마가 대신 감정을 추측해서 언급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더 신나서 할 겁니다. 공부와 책이 재미없다던 아이였는데요, 제가 계속 '배움과 뿌듯함과 재미'를 언급하니 아이 입에서 재미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공부, 이제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또 준비하는 아이라면 앞으로 십 년 이상 해야 합니다. 나중에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 때 하기 위해서 초반부터 힘 빼지 말고 아이와 감정 상하지 말고 즐겁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