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다이어리
"나는 다이어리에 시간 그렇게 촘촘하게 못 쓰겠다."
첫 책 <<똑똑한 엄마는 시간 관리가 다르다>> 출간하고 지인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이었습니다. 24시간을 한 시간도 아니고 십 분 단위로도 기록하고 있을 때였어요. 꼼꼼하게 기록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고민했습니다. 나를 비롯해 이렇게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 방법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했지요. 이제 책 출간했고, 그 내용에는 시간 기록을 어떻게 하는지 담겨 있었어요.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잊을만하면 또 들었습니다. 이 말이 저한테는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그들은 제게 '다이어리는 쓰고 싶은데 시간으로는 못 적겠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내 시간이 없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엄마를 위해 시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을 썼어요. 따라 하고 싶어도 시간 적는 게 두려운 엄마들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는 나를 위해 다이어리를 썼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싶었습니다.
그들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봤어요. 계획 자체를 거부하는 걸까, 빽빽하게 쓰고 있어서 부담스러운 걸까 혼자서 원인을 파악합니다. 제 책 108쪽에 있는 표를 활용해 보기로 했어요. 가로는 새벽, 오전, 오후, 저녁, 밤으로 적었고요, 세로는 나, 육아, 살림, 일로 할 일을 구분했습니다. 이 표는 어느 시간대에 어떤 일을 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인지 파악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십 분 단위로까지 적고 있는 지금의 방식보다 꼼꼼하지 않아요. 물어봤습니다. 좋다는 반응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부담감은 줄지만 별 차이가 없다고 했지요.
다시 고민합니다. 저의 성향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계획 세우는 그 자체를 싫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저라는 사람에 대해 특징을 적어봤어요.
① 계획을 꼼꼼하게 세운다. 이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받는다. 이렇게 세운 계획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② 플랜 B도 있다. 어느 상황일 때 이렇게 한다는 내용이 있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해 보고 대비책을 세워 놓는다.
③ 계획을 세우며 미리 준비할 수 있으면 한다.
저는 이런 사람이었기에 시간을 계획하고 따르는 걸 좋아했습니다. 저와는 잘 맞는 방법이었어요. 반면, 이와 반대인 사람은 답답함을 넘어서 질색했어요. 삶을 옥죄이는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위의 세 가지를 해외여행 준비할 때 상황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에 가까운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① 집에서 출발해 국내 이동을 어떻게 하는지 적는다. 해외 도착 이후 스케줄은 시간대별로 정해져 있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이동 경로까지 다 파악한다. 이를 다 시간을 추측해 표에 적는다. 일정을 짤 때는 방문지의 휴무일도 검색한다. 일정표대로 되지 않으면 즐기지 못한다. 일정표에 없던 곳에 가면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지만 계획대로 보내지 못해서 찝찝하다.
② 보통은 내가 일정에 맞추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비책이 있다. 식당에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하면, 주위에 갈 만한 다른 곳이 종이에 있다. 가다가 괜찮을 거 같은 집에 들어가는 건 꺼린다.
③ 2024년 11월에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면 경비를 예상해 보고 매월 적금을 넣는다. 유럽이나 미주로 떠나기로 했다면 일 년 전에 비행기표를 끊는다.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이 정도 해야지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으로 적용시켜 볼게요.
① 언제, 무엇을, 얼마나 할지 꼼꼼하게 일정을 짠다. 이를 위해 취침과 기상 시간도 결정한다. 이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② 일단 갑작스러운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면 거부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면 바로 다음 일정을 쫙 세운다.
③ 미리 여유 있게 해 놓으려 하는 편이다. 그 이유에는 혹시 뒤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해외여행 계획과 시간 계획 이 두 가지를 이어 보면서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운지 파악이 되셨나요? 차이점을 떠올리면서 계획 세우는 그 자체에 초점을 둔 적이 있습니다. 저처럼 하루를 꼼꼼하게 적는 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얘기를 나눠보면 계획을 세우기는 하더라고요. 차이는 내 마음이 평온한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받아요. 반면에 하고자 했던 일을 하지 못했더라도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계획 여부가 아니라 꼼꼼하게 세우는 일에 대한 마음, 원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 정도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숙제라고 했던 그 일이 해결된 건 아닙니다. 이렇게 알아봤으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성향에 따라 다르게 작성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도 들었어요. 다른 양식을 쓰기보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뭔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저와 반대의 색을 가진 사람도 계획을 세운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할 일 위주로 적으면 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저도 시간을 적고는 있지만 무슨 일을 언제 할지, 그 일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저는 시간을 적고 있었던 것뿐이죠. 시간으로 적고 있다고 해서 시간 관리가 아니라 저도 목표 관리를 좀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와 비슷한 사람은요 할 일 적으면서 세 가지를 옆에 더 쓰면 됩니다. 시작 시간 / 예상 종료 시간 / 실제로 한 시간이요.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사람은 할 일만 적고 그날 안에서 자유롭게 하면 되더라고요.
앞에서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를 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있다면 할 일은 자연스레 나오게 됩니다.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이 이유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해봐야지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언제 할 건지를 날짜까지 정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성향이라면 온갖 상황을 다 파악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반대의 성향도 마감을 정하면 좋습니다. 보통 전자는 매일, 시간 정해서 떠올려보면 일이 진행이 되고요 후자는 딱 마감일에 후다닥 해치워버리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사람들 만나면 물어보는 MBTI와 연관을 시켜보게 됩니다. 굳이 따진다면 저는 J에 속해요. 그 반대는 P이겠죠. 단순히 이 두 가지로만 성향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를 연구한 사람들이 있던데요, 같은 J라도 다른 요소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이 달랐어요. 이 하나하나를 쓰기엔 제한이 있습니다. 다만, 계획하고 다이어리를 쓰는 데 있어서 이 두 가지가 다른 요소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외향, 내향이 다이어리 쓰는 일에 비중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겠죠. 또, P인데도 J처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할 때는 J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이유로 여행 계획 세우기를 예시로 들었으니 테스트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바꾼 방법으로 작성해 봤어요. 처음에는 시간을 적지 않으니까 불안했어요. 여기에 익숙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불안감이 쌓일 때도 있었습니다. 이때 제가 떠올린 경험이 있어요. 앞서 해외여행 계획을 예시로 들었는데요, 일주일 이내로 갈 때는 계획을 다 세우고 가는 게 편했습니다. 한 번은 50일을 남미와 뉴욕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이후에 저는 달라졌습니다. 여행 기간 모두 계획을 세우고 떠난 게 아니었거든요. 초반 일정만 정해놓고, 여행 중에 결정하기로 했지요. 꼼꼼하게 세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는데요, 칠레의 카페에서 두 시간 넘게 수다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3박 4일 일정으로 떠날 땐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구경하고 먹기 바쁘니까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여행하다 보니 체력도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무리하지 않게, 발이 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는데 마치 제가 여기 이민 온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저한테는 좋은 감정으로 남아있습니다. 저 같은 J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적는 게 마음 편해졌습니다. 저와 비슷한 유형에 속한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24시간을 기록'하거나 '□ 할 일 / 시작 시간 / 종료 시간 / 실제 한 시간'을 적는 겁니다. 언제 할지를 떠올리는 일조차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은 '□ 할 일'만 적으면 됩니다. 하고 나면 네모 칸에 체크 표시하시고요.
첫 꼭지에서는 목적부터 알아보자고 했고 이번 글은 나의 스타일을 살펴보자고 했습니다. 다이어리를 적어본 적이 있으시다면 어느 유형인지 파악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겁니다. 이제 시작해 보려 하는 분들을 위해 여행 계획 세우는 모습을 예로 들었어요. 계획이라는 틀이 자연스레 받아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에 거부감이 없다 하시는 분들은 3P 바인더, PDS 다이어리의 양식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후에 시간으로 적을지, 아니면 할 일과 시간을 기록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계획이라는 말 들었을 때 고개부터 젓는 사람이나 꽉 짜인 일정이 부담으로 확 느껴진다면 할 일만 적기. 이렇게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