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다이어리
19년 3월, 다이어리를 오랜만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업무가 아닌 나를 위한 다이어리 쓰기는 10년은 더 되었습니다. 하루를 시간으로 적어서 눈으로 확인해 보자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쓰려는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면서 다른 마음이 생겼습니다. 시간을 파악하는 건 뒤로 밀려났어요. 할 일을 꾸준하게 하지 않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제는 하지 않았고, 오늘은 했고, 이번 주에는 세 번 했고 이런 게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뭘 시도해 본 건 아니었습니다. 달라진 점이 없으니 재미도 없었고 그 상태로 다이어리를 덮은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전 처음 목적인 시간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중간에 마음을 바꿨던 루틴 만들기도 이루지 못했어요.
적었던 방법을 좀 더 자세하게 적어볼게요. 시간을 적는 란에 공란이 있었어요. 여기에 오늘 할 일을 적었지요. 독서 30분, 운동 30분, 영어 공부 30분 이렇게 적었습니다. 할 일과 얼마나 할 것인지 적으면서 이때는 나름 구체적이라 생각했답니다. 기대도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매일 하지 않는 날도 있었지요. 하더라도 어떤 성과가 있었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계속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말이기도 합니다. 또 집중도 하지 않았어요.
독서 30분이라고 적었지만 책 펼쳐서 읽다가 연락 오면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읽다가 혼자 생각에 빠진 적도 있었고요. 정해 놓은 30분 동안 책 읽지 않은 거 알아서요 조금은 더 보고 나옵니다. 그 분량이 집중해서 30분 동안 읽은 분량이 아니었지요. 이렇게 읽으니 진도도 팍팍 나가지 않았지요. 책 읽는 재미도 없더라고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과 남은 분량을 보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읽던 책 덮고, 새로 관심이 가는 책 읽었습니다.
운동도 비슷했지요. 유튜브로 요가 검색합니다. 해보니까 30분짜리 영상은 길더라고요. 그래서 나눴어요. 하나는 스트레칭, 하나는 복부나 허벅지와 같이 특정 부위를 집중 공략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같은 영상 보는 건 싫어하거든요. 영상 찾다가 운동과는 상관없는 다른 영상을 보는 날도 있었습니다. 또, 힘든 운동은 쉬었다 한다는 핑계로 잠시 폰 본다는 게 시간이 훌쩍 지나서 티브이를 끌 때도 있었어요. 이렇게 시간으로만 정해 놓으니까 제가 그 시간 동안 계속 운동을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살을 빼겠다는 목표도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음 검색한다고 네이버 켰다가 신문 기사 읽은 적도 있어요. 30분 동안 공부한다고는 했지만 단어나 표현에만 집중하지는 않았습니다. 책은 공부하면 표시가 나잖아요. 공부한 곳까지는 까매요. 저는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보다 진도 나가는 게 더 뿌듯했어요. 시간만 낭비한 셈이죠.
배운 점이 있습니다. 세 가지인데요, 하나는 단순히 얼마나 할 것인지 적으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웁니다. 하는 시간을 적으니까 그 시간에만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달라지기 위해서는,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시간보다는 양으로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습관을 들인 후에 다른 걸 시작해야겠다는 점도요. 둘째가 이제 어린이집에 가고 난 이후라 제시간이 많아졌을 때입니다. 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다 하고 싶었어요. 그게 다이어리에 다 반영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여러 개를 동시에 시작해 버리니 모두 다 놓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습관을 형성하려면 한눈에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싶었어요. 일주일에 몇 번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종이 넘기면서 하나씩 확인하는 게 불편했습니다. 달력처럼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중에서 시간 대신 양을 적는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메모난에 '오늘 할 일'을 적었습니다. 먼저 적고 있던 세 개 중, 독서부터 하기로 했어요. 시간이 아니라 책을 얼마나 읽을지 분량을 정했습니다. 대략 10분에 10쪽을 읽었습니다. 50쪽을 읽으려면 최소 한 시간은 걸리겠더라고요. 이 시간이 가능한지 본 후에 '책 제목과 누적 쪽수'를 적었습니다. 책에 집중하기 위해서 폰은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했습니다. 폰으로 타이머를 맞춘다고 제 옆에는 있어야 했어요. 10분씩 시간 설정한 후에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에 50쪽 가까이를 읽으니 일주일이면 책 한 권 읽더라고요. 이전과는 다르게 끝까지 읽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중간에 빼먹는 날이 있을 때는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앞부분을 다시 읽어야 했습니다. 연속으로 같은 책을 읽으니까 그나마 연결이 되더라고요.
이게 습관이 잡혔다 싶을 때 운동을 추가했습니다. 운동 종목도 바꿨어요. 요가는 저한테는 정적이었거든요. 실내 자전거 타기나 계단 오르기를 했습니다. 시간 대신 칼로리 또는 횟수로 바꿨습니다. '실내 자전거 130칼로리' '29층 계단 두 번'이라고 적었습니다. 바꾸기 전에는 30분 운동으로 했었는데요, 독서 시간이 늘어난 만큼 운동에서 줄였어요. 그래야만 꾸준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실내 자전거 타기가 지겨운 날에는 아파트 계단을 올랐습니다. 29층 아파트였는데요, 두 번을 걸어 올라갔어요. 익숙해지니 시간도 짧아져 15분이면 마쳤습니다. 이렇게 운동한 지 3주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29층에 사는 지인이 허리 라인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허벅지도 가늘어졌다고 했지요. 시간으로 적지 않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었더니 두 달 운동했을 때보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영어 공부는 그만두었습니다. 자기 계발하면 외국어 공부 많이 하는데요, 영어를 좋아하지만 중국어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어를 배운 건 아닙니다. 제 우선순위에서 외국어는 다섯 번째 안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영어 표현을 외웠었는데 하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독서 시간도 늘릴 수 있었습니다.
다이어리를 적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내고 싶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내 하루를 기록하기 위해서와 같은 목적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삶이 있어서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 '오늘 할 일' 적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순서가 있습니다. 1 단계,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정해야 합니다. 2 단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정하기가 어려우신 분들은 일, 자기 계발, 가족, 건강, 돈, 취미, 봉사 범위 안에서 적어보세요. 각각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그렇게 살기 위해서 어떤 점이 필요한지, 그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써 봅니다. 3 단계, 적은 내용을 보면서 하나를 정해야 합니다.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입니다. 4 단계, 그 하나를 다른 말로 바꿉니다. 무엇을 얼마나 할지로요. 독서라면 책 제목과 읽을 분량을 적습니다. 운동은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름을, 집 정리는 특정 장소를, 수업 준비는 강의 계획서 중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쓰는 겁니다. 5 단계, 행동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또는 정한 기간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사항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바라는 삶과 관련된 일을 적는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해야 하는 일도 분명 있는데요 적더라도 구분하여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물 2리터 마시기, 약 먹기를 습관으로 만들려는 분들 있으실 테고요, 은행 업무와 같이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쌓아가는 하루'와 '메모'로 구분해 작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쌓아가는 하루'에 적은 일을 먼저 한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보냅니다. 또 하나는 습관이 잡히기 전이라면 하나씩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시작할 때 의욕 넘치는 건 비슷합니다. 첫 마음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죠. 끝까지 의지를 강하게 하려 하지 말고 행동을 쉽게 합시다. 하나만 있으면 쉬워져요. 마음도 급하지 않고요.
다섯 단계를 순서대로 따라 하고, 주의 사항까지 지켜주며 꾸준히 하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구체적으로 적은 내 행동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