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지만 밀어내는 마음

by 시크한 달빛

사랑이 뭘까.

얼마전, 그는 아직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나에게서 얻고 싶은 것을 얻는 게 사랑이라고 당신이 착각하는 거라고. 나에게 궁금한 것이 없는데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나 또한 그를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보험을 정리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었다. 계약자 변경을 위해 내가 작성해야 할 부분을 마무리하고 그에게 전해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를 만나면 어떨까 생각이 스쳤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그가 집을 나간 지 약 2주 정도. 그의 얼굴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서로 눈을 맞추지 않았어도 중심 시선 밖으로 느껴지는 어렴풋한 실루엣만으로도 그의 모습 하나하나가 예리하게 스캔되어 나의 뇌로 전송되는 것 같았다. 잠깐의 지나가는 시선으로 그는 생각보다 까칠하지 않았다. 약간의 들뜸도 느껴졌다.


서둘러 돌아서는 길에 오늘 하루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 버릴 것임을 금새 깨달았다. 아프다. 아프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프다. 무엇이 아프고 왜 눈물이 날까. 나조차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에서 토해내는 울음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편안해 보이는 그가 정말로 편안한가 싶다가, 서둘러 돌아서던 그 순간에 느낀 약간의 들뜸을 나는 외면하려 했던 건가 싶어 송곳에 찔린 듯했다. 이 선택으로 가는 길에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내가 어떻게 살까'보다 '그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이었다. 나조차도 그 마음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그의 들뜸이 '어쩌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기대가 아니길 바라고, 그런 여지를 줄까봐 서둘러 돌아선 내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그를 걱정하면서도 밀어내고 있는 이 상황이 마음이 아팠다. 머리로 생각하면 내가 그를 버린 게 아니라 진작부터 내가 버림받고 있었던 건데, 마음으론 '내가 그를 버린 게 아니'라고 끊임없이 확인해 줘야 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고, 그와 나의 마음 어디까지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게 어설픈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사랑을 가장한 이기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게 이 헤어짐의 핵심일 것이다. 내가 가야할 길, 그가 가야할 길. 아직 아픔의 시작일 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