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을 읽고
회복탄력성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힘든 일을 겪거나 화가 나면 그 기억이 오래가서, 이런 점을 고치고자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는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자존감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에, 나중에 알 수 없는 우울감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 얘기에 더 공감한다.
그리고, 작가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타인과 관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세상에는 나를 괴롭히고 갉아먹는 사람도 많다. 또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다수이기 때문에, 이 얘기에도 공감할 수 없다.
나는 내 주관에 맞게 이 책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 감정을 외면하는 긍정이 아닌, 이미 일어나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경험이 스토리로 정착되면서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고, 그것이 곧 삶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곧 삶은 내가 만드는 이야기다. 나의 정체성은 나의 기억에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구냐 하는 것은 내가 나의 경험에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 김주환, <회복 탄력성>
우리는 수천, 수만 가지 행동과 경험 중에서 일부를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경험을 다시 조직하고 기억에 저장한다고 한다. 즉, 경험을 스스로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는지에 따라 내 인생이 결정된다.
요 근래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과거에 남자에게 의존하고, 스스로 을의 연애를 자처했던 내 모습이다. 어린 시절 결핍에 의해, 애인이 내 결핍을 채워주길 바랐고 집착했다. 애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어떤 나쁜 짓을 해도 헤어지지 못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지금 나아진 모습만 생각하라고, 앞으로 안 그러면 된다고 위로해도 힘든 마음이 잘 통제되지 않았다. 그때만 회상하면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남자를 못 잃었던 내가 책을 읽고 공부해서 독립적이고 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이 됐다’고 스토리를 짜보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과거가 한심한 사람이 아닌, 노력해서 바뀐 대단한 사람이 됐고, 스스로 대견했다. 내 경험은 그대로지만, 인식하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한심한 사람에서 대견한 사람이 된 것이다.
며칠 전 아는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몇 달 동안 매일 새벽에 퇴근하며 여유가 없는 와중에 집안에 갈등이 생기고, 친한 친척은 수술 중 과다 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취미로 듣던 강의에서 강사가 본인에게 집착해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서 성과를 인정받았고, 집안 갈등은 해결됐고, 친척은 건강을 되찾았으며, 강사와는 단호하게 인연을 끊어낸 언니가 운이 좋고, 잘 이겨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해줬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고단한 일이 일어났지만 모두 잘 해결된 것은 큰 행운인 것 같다고.
이렇게 같은 사건에 어떤 이야기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불행한 인생이 될 수도, 행복한 인생이 될 수도 있다. 내 인생에는 감사할 일이 충분히 많은 데도 그것을 잊고 살았다. 드라마 작가가 된 것처럼, 인생에 행복한 각본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