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친구가 걱정하지 말래”

2부. 다섯 살 아이가 내게 건넨 가장 조용한 위로

by 벨라콩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우울감이
조금씩 나를 집어삼키고 있을 무렵이었다.


다섯 살이 된 첫째가
창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방금 친구가 왔다 갔어.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달래.
나중에 또 놀러 온대. 걱정하지 말래.”


순간 여러 생각이 동시에 스쳤다.
아빠가 다녀간 걸까.
아니면 내가 애써 숨겼다고 믿었던 슬픔을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아이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어낸 말은 아닐까.


혹은
내가 너무 깊은 우울 속에 빠져 있어서
모든 일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별의별 의미를 다 붙이다가
잠든 아이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몇 번을 다시 물어도
아이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창문 밖에 천사 친구가 왔다고.

지금도 그 말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웃어넘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후
아이들이 내 눈에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슬픔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마음껏 놀아주지 못하는 날에도
첫째는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놀았고,
둘째는 이유 없이 울지 않는 아이였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을 ‘지켜야 할 존재’로만 바라보고 있었지,
이미 아이들 또한
자기 몫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날 밤,
아이들을 이불 속에서 꼭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숨소리를 오래 들으며
아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새근새근 잠든 아이들만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내 슬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래서 내가 더 오래,
더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회복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멀었고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나는 그날,
슬픔 속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아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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