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그림책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내가 지켜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작은 아이의 말이
조용히 내 일상을 다시 흔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주 천천히 아이들에게 해오던 일을 떠올렸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아이들은 습관처럼 책을 꺼내 왔고,
나는 다시 예전처럼 책을 펼쳤다.
무언가를 잘 해보겠다는 마음보다는
그저 그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우연히
키즈스콜레 더 브레인 그림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아빠는 가만히 내 말을 들어주었어요.
햇살이 낙엽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바다가 빗방울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그렇게 아빠는 내 말을 모두모두 들어주었어요.”
아빠와 아이가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이게 뭐라고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 투정을 늘 말없이 받아주던
아빠의 얼굴이 겹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읽어준 그림책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내가 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단순해서였을 수도 있고,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그림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그림책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곰아, 아까 왜 울었던 거야?”
“글쎄… 기억이 잘 안 나.”
곰돌이처럼,
아까는 많이 슬펐는데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슬픔은 여전히 있고,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도 있고,
갑자기 울음이 터질 때도 있다.
그런데도 그 사이사이,
괜찮아지는 순간이 함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언젠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무 설명 없이
그냥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