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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퇴사D+90, 세계여행을 떠나온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불안하지 않아? 한국에 돌아가게된다면 뭘 해먹고 살까?

by 망샘


회사를 다니며 일과 사람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퇴사 준비를 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다잡을 때마다 이 곳에서 글을 써내려갔던 게 위로가 되었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처음 브런치 작가신청을 했을 때의 초심대로 글도 꾸준히 쓰지 못했지만, 서투른 글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많지 않아도 260여분이나 성글은 글을 읽어주신다는 것에 얼마나 즐겁고 신기한지 모릅니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지금 시작한 세계여행이 계속 이어질거에요. 여행을 다니며 맞딱드리는 소중한 감정들을 지금처럼 서투르게 써내려가고 싶습니다. 한 분이라도 저의 글을 읽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신다면 그것만큼 큰 기쁨은 없을거에요.


세계여행을 떠나온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세계여행을 떠나며 ‘이것만은 꼭’ 했으면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 남편과 저의 공통된 목표로 ‘매일 글쓰기’가 있었어요. 도저히 일기장을 펼칠 수 없을만큼 피곤한 날이 많아 방학숙제를 몰아서 하는 초등학생마냥 일기를 몰아쓴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하루도 빠지지않고 짧게나마 하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물받은 일기장에 짧게 하루를 기록하고, 남편은 에버노트로 일기를 쓰고 그 날의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어쩜 그렇게 써내려 간 글이 다른지. 나란히 놓고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게 참 재밌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으로 저희의 일기를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달 전인 치앙마이에서의 이야기가 올라가고 있지만 부지런히 정리해 올리려고 합니다.

삼십대 초반에 한창 돈 벌고 경력을 쌓으며, 돈을 모으고 아기를 키울 나이에 다 내던지고 여행을 떠나온 두 백수이자 한량의 이야기입니다.





여행을 떠나온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매일 뭘 먹고, 뭘 할지 찾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도 겨우 인지하게 되네요.



“벌써 12월 말이라니,
2018년도 3일밖에 남지 않았다니!
내년엔 빼박 만 나이까지 서른이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어가는구나......”



하지만 현타가 오는 것도 잠시, 세계여행자에게는 달력이 좀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물 날이 4일 밤밖에 남지 않았네,
일주일 후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페리에 구겨져 예쁜 섬으로 향하고 있지 않을까.
당장 인도네시아가면 묵을 숙소도 예약하지 않았네.”



또래들이 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경력을 쌓고 있는데 그렇게 모아놓은 돈을 까먹으며 놀기만하면 불안하지 않냐고요?


당장 내일 뭘 할지, 어딜 가게될 지도 모르는 일상을 살다보니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느낄 새가 잘 없습니다. 보통 저의 여행스타일은 미리 준비하기 보다는 닥쳐서 알아봅니다. 공항이나 정류장에 도착해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을 타면 그제서야 닥쳐서 여행 정보를 알아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여행을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즐거운 일이 가득합니다. 물론 어느 여행지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나 해보고 싶은 것같은 큰 아웃라인은 잡고가지만 세세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습니다. 걱정을 해봤자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 무쓸모한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저 역시 퇴사와 세계여행을 선택할 당시, 피해갈 수 없었던 현실적인 고민들에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2020년에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뭘 해먹고 살아야할까?
다시 회사에 취업을 하면 잘 다닐 수 있을까?
회사에 들어가면 아이는 언제 가져야하나?
아이를 가지면 육아휴직은 잘 쓸 수 있을까?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승진이 누락되겠지?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걸까......


퇴사한 지 세 달, 세계여행 배낭을 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쓸모없는 걱정을 안고 살았구나 싶어요. 고민을 했던 주제 자체가 정답이 아니었는데, 오답을 가지고 끙끙 머리를 싸맨 격이랄까요. 떠나오기 전에는 ‘회사원’으로 살아가는게 정답이고, 그 정답에 나를 어떻게든 끼워맞추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인’은 제도권 교육을 받고 대학교를 졸업한 저에게 가장 안정적이자 쉬운 보기였어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객관식 문제 중에 가장 맞는 보기인 줄 알았고, 회사생활을 했던 5년동안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떠나오게 된 것도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이었음을 깨달았고, 그 답을 써내려가고 싶어서에요. 그렇기에 떠나오기 전에 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과 그에 따른 불안은 제가 짊어져야할 것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이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게 될 거에요. 그럼 저는 다시 가장 쉽고 안정적인 보기인 회사원의 생활을 다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일 때처럼 객관식으로 선택한 게 아닌 논술형으로 써내려가다 정답을 도출한 주관식이 될테니 훨씬 더 현명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싶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남편과 나눈 무수히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중에 ‘정답은 없다’는 말을 참 많이 했더군요. 인생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입니다. 주관식에 정답은 있을지언정 논술형으로 나만의 논리과 주관을 가지고 써내려가면 그건 모두 정답이에요. 오답은 없습니다. 그 논리와 주관을 찾기 위한 여행인만큼 따뜻한 가슴으로, 차가운 머리로 더 많이 느끼고 가는 여행이됐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 2019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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