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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18.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니모를 찾아서 피피섬으로

(D+44, 끄라비) 대항해시대 2

18.12.14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45.



[그녀의 시선] 니모를 찾아서 피피섬으로


오늘도 예보와 다르게 해가 떴다. 날씨 요정이 함께 하고 있는 우리의 세계여행.

상상했던 그 에메랄드빛 물을 보고, 그 안에 있는 니모와 함께 헤엄칠 수 있어 또 한번 감사한 하루다. 최악의 승차감을 자랑하던 스피드보트를 타며 ‘파도를 거스르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편하게 다가오는 파도를 탈 수 있을까? 파도를 거슬러 가고 있는 것일까? 혹은 이미 파도를 탄 걸까?




[그의 시선] 대항해시대 2

끄라비 여행 3일차, 오늘은 피피섬투어가 예약되어 있는 날이었다. 우리는 선셋투어+피피섬투어+에메랄드풀투어를 한 번에 예약했는데, 블로그로 찾아본 가격보다 1000바트 정도 싸게 계약했다. 그래서 혹시 사기당한 거 아닌지 의심했었는데, 픽업차량이 오늘도 픽업하기로 한 시간에 맞춰 숙소로 와주었다. 싸게하면 불안하고, 비싸게 사면 열받는 세상이다.

피피섬은 끄라비에서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스피드 보트로만 투어가 가능하다. 우리는 투어 시작할 때 당차게 스피드보트의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맨 앞자리는 아무나 앉는게 아니었다. 파도 한 번 칠때마다 엉덩이가 공중에 떴다가 시트에 내려 꽂히는데, 이건 월미도 디스코팡팡이 따로 없다. 한가지 좋은 점은, 앞자리는 뒷자리와 달리 천장이 따로 없어서 탁 트인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점.

날씨가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해서 완벽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기 쉽지 않았지만, 금요일에 끄라비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바다를 누비고 있으니 뭔가 성공한 억만장자가 된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앞자리는 보트보다는 요트의 느낌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동남아를 여행하면 화폐 가치의 차이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풍족함을 느끼게 된다. 어제 우리를 하루종일 태워주고 먹여주고 숙소까지 데려다 준 선셋 투어의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인당 25,000원. 얼마나 혜자스러운 가격인가. 태국은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방문하는 국가인데(그만큼 수요가 높은데) 태국의 물가는 아직도 굉장히 저렴하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면 물가가 오를법도 한데 신기하다. 물가가 저렴해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건지, 아니면 관광객이 많이 와도 그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이 존재하는 건지. 나는 단지 태국으로 왔을 뿐인데 내가 가진 돈의 가치가 한국에서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져 있다. 심지어 현재 물가는 예전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라고 하니, 예전에는 도대체 어땠을지... 한국 화폐로도 돈의 가치가 이렇게 올라간다면, 물가가 비싼 호주나, 북유럽 관광객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동남아를 여행하며 자주 느끼는 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글로벌한 세상을 누비며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다는 것이다. 우리부부는 지금은 놀고만 있지만, 차츰 디지털을 활용하여 일하며 놀러다닐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고 있다. 일해서 버는 돈은 원화로(달러라면 더 좋겠지만) 받고, 생활은 날씨 좋은 도시를 옮겨가며 지내는 것. 놀러와보니 세상은 넓고, (겉보기에) 노는 사람은 더 많다.

어렸을 때 해양소년단을 해서 그런가, 바다만 보면 원대한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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