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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22.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여행은 도끼다

(D+47, 양곤) 양곤의 두 얼굴, 극과 극

2018.12.17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48.






[그의 시선] 여행은 도끼다.

미얀마, 한 때는 버마라고 불렸고 지금도 미얀마 국민들의 다수가 버마라고 칭하는 나라. (미얀마라는 명칭은 군부독재시절 정부가 국민들의 동의없이 국명을 정해서, 미얀마사람들은 버마라는 이름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미얀마의 정치 역사는 우리나라와 닮아 있었다. 장기간의 군부독재와 군부독재 후 민주화의 탈을 쓴 군부로의 정권이양,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진 야당(민주화세력)으로의 정권 교체까지. 현재 미얀마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정당이 상,하원의 다수당이 되어 민주화의 틀을 다지고 있다.

미얀마의 공식 수도는 네피도. 미얀마 나라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이것도 군부독재시절 나라의 중앙에 수도를 정한다고 하여 양곤에서 수도를 옮김) 수도가 된 곳. 네피도 이전의 수도였던 양곤이 여전히 정치,경제,사회적 중심지 역할을 한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쉐다곤 파고다 역시 양곤에 있다. 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미얀마 설화에 따르면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기 전 미얀마인 형제가 공양을 했고, 부처가 고마움의 뜻으로 머리카락을 뽑아 주었는데, 그 중 두 가닥을 봉안해 언덕에 묻고 쉐다곤 파고다를 세웠다고 한다.

미얀마에 오기 전, 내가 생각한 미얀마는 '동남아시아 나라중에 특히 개발이 더딘 곳', '가난한 나라', '수천개의 불탑이 있는 곳' 이었다. 그 생각은 양곤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깨졌다. 양곤 공항은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처럼 깨끗했고, 시설도 좋았다. 내가 생각한 공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충격.

오늘 낮에 마주하게 된 양곤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 혼재되어 있었다. 서울의 어느 거리라고 해도 믿을만큼 깔끔한 백화점과 호텔이 있는 거리를 걷자마자 나타나는 빈민가와 나를 보자마자 돈을 요구하는 어린 아이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길거리에 있는 상인조차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거리에는 4G를 광고하는 미얀마 통신사들의 대형 간판들. 스마트폰이 곧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에서 거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나라에서 조차도 스마트폰은 이미 상용화 되어 있었다.

점심에 들렀던 Rangoon Tea House는 이태원의 핫한 카페(1층)와 청담동의 고급 싱글몰트 바(2층)를 합쳐놓은 곳이었다. 손님 대부분이 관광객이었고, 가격 역시 관광객물가였지만 이런 시설 자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 내가 가진 저개발된 국가들에 대한 선입견, 잘못된 인식 들이 깨지는 순간이다.

미얀마로 여행을 오지 않았더라면 나에게 미얀마는 여전히 오지, 개발도상국, 가난한 나라로만 존재했을 것 같다. 파고다에 올라 일출,일몰을 바라보는 사진으로만 미얀마를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유심만 끼면 LTE가 팡팡 터지고, 숙소까지 그랩택시를 불러 이동한다. 스마트폰을 파는 길거리 상점을 골목마다 볼 수 있고,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Gloria Jeans Coffee가 있다. (너가 왜 거기서 나와... 전경련 지하에서만 보던게..)

박웅현님이 지었던 책의 제목을 빌려 표현하자면, 여행은 도끼다. 내가 가진 생각들을 깨뜨려 주는. 나도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우고 있다.




[그녀의 시선] 양곤의 두 얼굴, 극과 극


나가면 무지 더우나 보수적이라 긴 바지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양곤. 미얀마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는지, 삶의 고단함이 가득히 쩌든 눈빛을 보니 괜시리 가방을 고쳐매게 된다. 경계심이 드는 불편한 도시이지만, 서양인을 위한 고급 요가원과 카페는 어찌나 잘 돼있던지.

힘들어보이는 상인들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곳, ‘국제 경영’은 책으로 배울게 아니었다. 이렇게 직접 발로 다니며 배우는 게 진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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