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세계여행] 비포 선셋, 바간 선셋

(D+48, 바간) 일몰을 찾아서

2018.12.18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49.

[그녀의 시선] 비포 선셋, 바간 선셋

10시간 야간 슬리핑버스를 타고 도착한 바간. 얼리 체크인 덕에 잘 쉬고 나와 e-bike로 바간을 누비고 다녔다. 황량한 대지 위에 시크하게 서있는 3천여개의 파고다, 그 사연을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완벽한 선셋은 아니었으나 어느 이름모를 파고다 위에 올라서서 본 ‘비포 선셋’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꼭 절정에 이르지않아도 가는 여정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빛날 수 있음을 옛 것으로부터 배운다.

[그의 시선] 일몰을 찾아서

새벽 5시, 미얀마의 북쪽 도시인 바간에 도착했다. 전날 저녁 양곤에서 슬리핑버스를 타고 10시간동안 쉼없이 달려 도착한 이곳 바간은 사원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도시 안에 크고 작은 파고다가 3천개 정도 있어, 파고다에 올라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바간에서는 1일 1일출, 1일 1일몰을 해야 한다고.

체력이 거지인 우리는 일출을 볼 기회가 앞으로 3일이나 더 있으니, 우선은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날씨가 이렇게 계속 안좋을 줄 알았다면 도착한 날 무리해서라도 일출을 보러 갔을텐데 그 때는 매일 날씨가 좋을 줄 알았다) 숙소에서 푹 쉬고나서 한 일은 e-Bike 빌리기. e-Bike는 전기스쿠터인데, 빠이에서 스쿠터를 마스터한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 스쿠터 렌트비를 오토바이당 부과하는 게 아니라, 인당 부과하는 특이한 과금 체계 덕에 새미도 한 대 운전하게 되었다. (처음 출발은 조금 불안해 보였으나, 이제는 도로에서 나를 추월한다.)

미리 찾아둔 사원을 바라보며 밥을 먹을 수 있는 The village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Fantasia Garden에 가서 평화로운 호수를 바라보며 쉬다가 4시쯤 일몰 포인트를 찾아 이동했다. 올해 초 지진으로 파고다 일부가 파괴된 이후에 미얀마정부에서 파고다에 오르는 것을 전부 금지시켰다. 때문에 사진으로 봤던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파고다들은 전부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그래서 바간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모두가 알음알음 전해지는 오를 수 있는 파고다를 위성 좌표로 찾아다니는 때아닌 보물찾기 게임중이다.

처음 찾았던 포인트는 내부에 계단이 있어 파고다 위로 올라가기는 쉬웠지만 앞에 사원이 별로 없어 원하던 View가 아니었다. 해가 더 지기전에 좋은 포인트를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두 번째 포인트를 향해 출발. 움직이는 동안에도 해가 지고 있어 급한 마음을 안고 찾은 곳은 파고다가 크고, 근처에 크고 작은 파고다들이 많아 view가 좋았다. 하지만 내부에 계단이 없어,  파고다 벽돌을 짚으며 말그대로 클라이밍을 해서 올라가야 했다. 나이들면 절대 못할 파고다 클라이밍. 동남아는 가까우니 나이 들어서 오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동남아야 말로 젊을 때 가야하는 것 같다. e-Bike, 파고다 클라이밍, 슬리핑버스 등 많은 것들이 체력과 순발력, 그리고 담력을 요구한다. 이건 미얀마 뿐 아니라, 라오스, 태국, 베트남 어딜 가도 비슷한 거 같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 파고다, 하지만 오늘은 구름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일몰을 보기 어려웠다.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어보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는 역부족. 일기예보를 보니, 우리가 바간에 머무는 동안 내내 구름과 비 소식이다. 끄라비에서도 날씨가 조금 아쉬웠는데, 바간에서도 날씨 요정이 우리를 져버리는 구나 싶다. 사실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맑고 선선하면 좋겠지만, 날씨야 말로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중에 하나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번에 못보면, 다음에 다시 여행 와서 보면 된다. 다음에도 다시 올 테니까, 우선 이번에 보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