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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Mar 01.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인도네시아 자동차 비즈니스 산책

(D+63, 족자카르타) 쌍문동같은 족자카르타

퇴사하고 세계여행 두 개의 시선. Day 64.




[그의 시선]인도네시아 자동차 비즈니스 산책

족자카르타 이틀째, 이곳에서도 우리는 주로 GRAB을 이용해 이동한다. 이곳에 온 이후로 GRAB을 부를 때마다 Toyota SUV가 오길래 신기해서, 거리에 차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왠걸 10대 중에 9대가 SUV 차량이다. 그것도 대부분 Toyota이고, 아니면 혼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왜 Sedan이 아닌 SUV를 선호할까" 궁금해져 GRAB 기사에게 물어봤다. 젊고 영어를 잘했던 친구라 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큰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Sedan이 아닌 SUV를 사고, 토요타 7인승 SUV 가격도 $18,000(2천만원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또한 일본차가 튼튼하고 유지보수가 쉽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었다.

카페에 와서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조금 더 찾아봤다. 인도네시아는 ASEAN 국가들 중 태국에 이어 2번째 자동차 생산국 이었다. (2017년 기준, 아세안지역 차 생산의 약 50%가 태국, 30%가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자동차 공장의 대부분은 일본 자동차 회사인 Toyota와 Honda 등의 것이었고, 당연히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는 가격경쟁력과 함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니게 되었다.

세단보다 SUV가 앞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이곳 사람들이 가족 혹은 친구들과 차를 타고 여행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은 차보다 큰 차를 더 선호하고, 이런 사람들의 성향에 맞춰 자동차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 SUV, MPV(Multi Purpose Vehicle)을 시장에 출시하면서 점점 더 많은 SUV가 도로 위를 점령하고 있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 역시 이런 트렌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Sedan에는 30%의 세금이, SUV에는 10%의 세금이 붙어 세단이 가격경쟁력의 측면에서도 뒤떨어진다고 한다. 전세계 차량의 80%가 Sedan이라고 하니 인도네시아 시장의 SUV 열풍은 더욱 특수성을 갖는다.

신기한 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신식인데 반해서, 도로 자체의 컨디션은 굉장히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랩기사는 그나마 족자카르타는 도로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골목만 들어가도 1차선 도로가 많고, 도로에 비해 차가 많아 아침, 저녁으로는 교통체증이 심하다. 이건 동남아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상황인듯 하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지속적인 해외진출로 자동차 자체는 가격경쟁력이 좋아져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도시 인프라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보급, 편리하고 값싸진 데이터 통신망,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신차들. 이 세 가지가 합쳐진 덕에 많은 동남아 사람들이 GRAB Driver가 된 것은 아닐까. 그 덕분에 여행자들은 저렴하게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기회를 미리 포착하고 동남아 시장을 선점한 GRAB의 기업가치는 작년 6월을 기준으로 10조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작 GRAB Driver들이 돈을 많이 버는지는 모르겠다. 공급자가 워낙 많고, 택시의 핵심인 가격책정 자체가 GRAB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지는 만큼 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 비해 돈을 많이 벌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동안 GRAB은 동아시아 벤처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이 되었다.

이렇게 멋진 GRAB이 내가 각 나라별로 Account를 만들어서 Promo Code를 사용했다고, 나의 계정을 정지시켜버렸다. 그 덕분에 내 휴대폰은 더이상 그랩을 사용하지 못한다. 10조원을 뛰어넘는 기업가치를 지닌 GRAB의 Micro한 Cherry Picker 선별 시스템을 보니, 이 기업은 더 크게 될 것 같다.




[그녀의 시선] 쌍문동같은 족자카르타


작지만 깨끗하고 친절한 스태프가 있는 파티오족자 호스텔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오니 이제서야 이 동네의 아기자기함이 눈에 들어온다. 우기의 인도네시아는 꽤 비가 많이 오지만 회사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하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비교할수록 아직은 좋고 행복한 것 투성인것을. 이 조용한 도시에서 느긋하게 연초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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