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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Feb 21.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고생스러워도 좋아

(D+62, 쿠알라룸푸르-족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마치며

2019.1.1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63.

[그녀의 시선] 고생스러워도 좋아


이동하는 날은 아무리 비행기를 타고 인프라가 좋은 도시여도 힘들다. 자동화라서 더 힘들었던 에어아시아 수속을 거쳐 족자카르타에 도착했다.


무슨 자신감에 현지인 버스를 탔고, 설상가상 내리던 비까지 맞으며 배낭을 맸다. 그래도 내일 출근해서 시무식, 미팅, 회식을 줄줄이 스케쥴링하는 것에 비하면 이렇게 몸으로 고생하는 게 훨씬 좋다. 이런 고생조차도 회사원생활보다 덜 힘든 걸 보면 퇴사하길 참 잘한 것 같다.





[그의 시선]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마치며

화려했던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새해 Countdown 및 불꽃놀이를 뒤로하고 오늘은 인도네시아 Yogyakarta(aka 족자카르타)로 이동하는 날이다.

떠날 때가 되서야 컨디션이 회복된 나에게 쿠알라룸푸르는 아쉬움이 남는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창문이 없던 첫 숙소부터, 뒤이어 찾아온 감기와 장염까지. 맛집리스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장염으로 인해 방문하지 못하는 아쉬움이란 ㅠㅠ. 숙소 또한 차이나타운이 아니라 방사지역으로 했더라면 쿠알라룸푸르에 대한 인상이 훨씬 달랐을 것 같다. Budget Traveler로서 숙소를 찾다보니 위치 대비 가성비가 좋은 Chinatown에서 지냈는데, 위치의 장점을 거리에 있는 부랑자들과 도로의 혼잡함이 상쇄시킨다. 떠나기 전날 처음으로 Bangsar 지역을 가보고 너무 깔끔하고 가게들이 세련되서 같은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 였다. 그래도 유종의 미랄까. 떠나기 직전 Dynamic Yoga에서 들었던 Hatha 수업도 너무 좋았고(엄청 빡세기도 했고)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쏟아지던 불꽃 역시 대만족이었다.

우리가 느낀 쿠알라룸푸르는 가성비가 좋아진 '홍콩'이었다.  5성급 호텔을 10만원 초반에 숙박할 수 있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들을 한국 및 다른 나라 대비 더 저렴한 가격에 쇼핑할 수 있다. 쇼핑몰도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쇼핑몰인 수리아 KLCC몰 하나가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합쳐놓은 규모랄까.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올 때 보았던 인도거리, 내가 머물던 차이나타운 등 쿠알라룸푸르에는 유독 중국인과 인도인이 많았다. 다인종의 국가라던데 역시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조금 공부해보니 이곳에 중국인과 인도인이 많은 건 쿠알라룸푸르의 성장과 맥을 같이 했던 역사가 숨어 있었다.

쿠알라룸푸르는 19세기 중반 주석 광산 채굴이 활발해지면서 도시로 성장한 곳이다. 이 지역의 왕이 1850년대에 중국인들에게 주석 광산 채굴을 허락한 이후로 도시가 급속도록 성장했다고 한다. 20세기 영국 식민지 당시에도 주석 채굴은 활황이었고 통치자였던 영국은 광산 채굴을 위해 많은 인도인들의 쿠알라 이주를 장려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인구의 25%를 중국인이 7%를 인도인이 차지하고 있다. 길을 걷다 지나치는 사람 3명 중 한명은 중국인 아니면 인도인 인거다. 중국인, 인도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도 쿠알라의 다인종(?)에 한 몫 거든다. 말레이시아의  총인구가 3천만명인데, 매년 말레이사아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수가 3천만명 이라고 하니 길 거리를 걷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는 워낙 '도시도시'해서 우리가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이 적었다. 미얀마에서 볼 수 없었던 히잡을 쓴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건 말레이시아의 60%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니 크게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충격을 받은 장소가 있는데, 바로 서점이었다. 서점의 거의 모든 서가에 '말레이어'가 아닌 '영어'로 된 책이 꽂혀 있었다. 우리나라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는데 거의 모든 서가를 영어책이 꽉 채우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이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느낄 수 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 영어는 제2의 언어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그럼에도 말레이시아의 공용어는 '말레이어'다.

서점에 모든 책이 영어인걸 보고 내가 놀란 이유는 2가지 인데, 첫 번째는 "이렇게 모든 책을 영어로 보면, 이곳 사람들은 영어를 진짜 잘 할 수 밖에 없겠다."(실제로 내가 만났던 많은 말레이 사람들이 영어를 잘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두 번쨰는 "영어"의 세계화가 이제는 '세계화'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너무 당연해졌다는 것. 현지식당을 가도 영어로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영어로 주문해도 모두가 알아듣는 걸 보면 영어의 세계 공용어로서의 지위는 점점 더 확고해 지는게 아닌가 싶다. (비단 영어 뿐 아니라, 영어권 문화인 팝송, EPL도 이곳 동남아를 호령하고 있다. 영미권 문화의 동남아 제패 현상에 대해서는 다른 일기에서 한 번 다뤄봐야 겠다.)

속이 안좋아 방문하지 못했던 최고 존맛탱 '불도장'을 다음에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하게 되면 꼭 가봐야 겠다. 이렇게 쿠알라룸푸르를 다시 와야하는 이유를 남긴 채 우리는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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