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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May 23. 2019

혼자하는 요가, 야매 요가선생님

요가여행 #4. 보스니아

요가를 제대로 시작한 건 2017년 8월 말, 2018년 9월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10월 말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내게 요가는 운동 그 이상이었다.

아무리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도 회사라는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보면 사람과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강도가 약해질 뿐, 없을 수 없다. 오히려 회사를 열심히 오래 다니겠다던 마음가짐일땐 순순히 받아들였을 것도 일의 의미를 자문하게되고, 크게 쓸모가 없어보일 땐 참 하기 싫었다. 그 일을 지시하는 사람도 너무 싫었다.


퇴근을 하고 요가원으로 달려와 한 시간 몸을 풀고나면 만성적인 승모근뭉침과 뻐근함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마음속에 가득했던 화와 미움이 거품처럼 터졌다. 특히나 좋아했던 부원장님 수업을 들으며 위로를 많이 받았고, 사바사나를 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엔 그 거품이 녹아 없어졌다. (물론 다음 날 아침부터 다시 거품이 퐁퐁퐁^^)


퇴사를 하고 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한 달동안 요가도 가르치고, 내 수련도 참 열심히 했다. 그런 상태로 떠나온 아시아여행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에서 1회에 만 원은 훌쩍 넘는 요가 비용도 단돈 몇 천원이었고, 따뜻한 날씨 덕에 몸은 부상의 위험없이 잘 늘어났다.


백수가 되어 시간이 많아지니 좋아하는 것으로만 하루를 채워도 하루가 짧다. 어느덧 요가로 이 세계여행을 채워가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심지어 절대로 가지 않을 줄 알았던 인도에 요가만 보고 들어가 5주동안 즐겁게 여행하고도 또 가고 싶어하는 걸 보니 요가는 1년, 2년하다 말 운동은 아니겠구나 싶다. 아마 평생까진 아니어도 꽤 오래 함께 갈 수 있겠구나, 여행을 떠나온 큰 이유 중 하나인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목적 중 하나의 파이프라인은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인도를 떠나 몰디브, 스리랑카, 한국을 거쳐 유럽으로 넘어온 근 3개월동안 요가 수업은 런던과 로마에서 단 두 번 들었다. 요가의 종주국 인도에선 5천원도 하지 않는 요가 비용이 유럽에 넘어오니 3만원은 훌쩍 넘는다. 남편과 둘이서 요가 한 번만 들으면 하루 생활비가 사라진다.

사실 비용보다도 미얀마에서조차 요가수업을 찾아낸 열정이 사라졌다. 요가는 여행지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한 포즈로 전락한 것 같다. 물론 반성하고 숙소에서 자기 수련을 몇 번 한 적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세계여행 중 급 한국여행을 2주동안 하며 5개월동안 못 먹은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탐했고, 탄수화물 천국인 유럽에 오니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참 잘도 먹고있다. 그러다보니 운동을 꾸준히하며 힘들게 만들어온 라인이 많이 망가진 게 확연히 눈에 띈다. 요가를 평생 친구이자 업 중에 하나로 삼고 싶다면서 수련조차 게을리하는 모습과 통통해지는 몸이 참 미웠다. 이렇게 자기 수련도 안하면서 타인에게 요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건가.



나는 왜 요가를 멀리하게 된 걸까?


반면 나보다 훨씬 부지런한 남편은 자주 숙소에 매트를 깔고 맨 몸 운동을 한다. 요가를 가르쳐준 건 나인데 더 자주하는 남편을 보며 어젯 밤, 맥주를 다 마시고 요가를 시작했다.

늘 인도 음악, 만트라, 명상음악 등을 들으며 수련했는데, 처음으로 에어팟을 끼고 좋아하는 발라드 가요를 들으며 원하는만큼의 호흡을 하고, 원하는 동작 위주로 수련했다. 폴킴의 ‘천 개의 바람이되어’를 들으며 #아르다밧다파드마아사나 를 하며 고개를 숙였을 땐 울컥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요가는 스트레칭이 아닌 마음작용을 조절하는 것임을 또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자기 수련의 강한 동력 중 하나는 ‘안되는 동작을 해내기 위함’이다. 작년 겨울과 봄 사이, 머리로 물구서기하는 #시르사아사나 가 정말 하고 싶었다. 요가원에는 초보자와 숙련자가 섞여 있기에 이 동작을 완벽하게 마스터할 때까지 알려줄 수가 없다. 그리하여 온라인에 있는 많은 요기니들의 영상과 팁을 검색하며 매일 밤,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기 전에 벽 앞에서 연습했다. 이 때 정말 많이 굴렀다.

벽없이는 절대로 되지 않을 것 같던 물구나무서기가 1초, 3초, 10초간 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공원, 해변, 집 안에서도 자유자재로 거꾸로 설 수 있다.

​물구나무서기만 할 줄알면 욕심이 사라질 줄 알았지만 핀차마유라아사나, 핸드스탠드, 드롭백-컴업까지 해내고 싶은 동작이 너무도 많다. 그 중 하나인 #에카파다라자카포타아사나 를 가끔씩 연습한다. 햄스트링이 유연한 대신 후굴이 약하고 어깨가 타이트한 내 몸엔 이 동작은 가당치않다. 마이솔에서 스트랩으로 최대한 가까이 잡아본 이후론 다시 몸이 굳었다. ‘살면서 이 아사나가 내게 오는 날이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어제도 아무 기대없이 어깨를 돌려봤다. 평소엔 젠링이나 밴드로 연습하는데 어젠 젠링을 꺼내기도 귀찮아서 그냥 맨 손으로 시도했다.



그런데 왠걸, 늘 발을 놓치던 손이 어깨가 반쯤 돌아갈 때까지 놓아지지 않았다.

절대 안될 것 같던 이 아사나도 나에게 오는 중이구나. 잡생각하지말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요가를 놓지말아야겠구나. 이렇게 또 밀당의 고수 요가의 매력에 빠졌다.



이 여행이 끝나기 전까진 왕비둘기자세가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





요가하며세계여행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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