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요가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샘 Jun 05. 2019

이보다 더 로마스러운 여행이 있을까?

요가여행 #5 로마. 전차경기장에서 요가하기(circo maximus)


요가하며 세계여행

2019.5.8 이탈리아 로마, 에어비앤비 트립으로 요가 수업 듣기


로마는 길거리만 걸어도 유적지를 마주하는 보물창고 같은 도시다. 그중, 로마인들이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하던 circo maximus에서 오늘의 요가 수업이 열렸다.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을 마주한 팔라티노 언덕을 바라보는 곳이다. 로마에서 할 수 있는 수 백가지의 여행 중, 이 곳에서 하는 요가가 가장 나답게 로마를 여행하는 방법인 것 같았다. 바티칸 투어가 끝나기도 전에 헐레벌떡 요가 수업 시간에 맞춰 달려왔다.


사실 세계여행을 떠나며 야심 차게 세웠던 목표 중 하나는 ‘여행하는 모든 도시에서 요가하기’.

여행을 하며 좋아하는 요가를 하는 것의 장점은 이전 글에도 많이 썼지만 가장 여행을 진하게 할 수 있다. 현지인들과 호흡하며 가까워질 수 있고, ‘다운 독’ (아래로 향하는 견상 자세)을 하며 거꾸로 보는 하늘, 바다 혹은 유적지의 매력은 배가 된다. 요가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로 떠나온 여행이었고, 아시아를 먼저 여행하다 보니 요가원이 없던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 목표를 달성했다. ‘요가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치앙마이, 발리 그리고 인도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만 원도 하지 않는 돈으로 양질의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요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요가의 본고장인 인도를 5주 동안 여행하며 그중에서도 요가의 근원지인 리시케시와 마이소르에서 25일이나 있었던 것. 원 없이 요가 수업을 들으며 ‘요가하며 세계여행’은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도를 떠난 후, 근 두 달 동안 요가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몰디브 토두섬에 갔을 땐 바로 옆에서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함께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스리랑카도 인도 옆 나라이기에 분명히 요가 수업이 많았을 텐데 ‘요가 Yoga’의 ‘Y’도 찾아보지 않았다. 세계여행을 다섯 달째 하며 모든 일상이 물론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아사나(동작)를 취하고, 마음을 다 잡아보고자 몰디브 토두 섬 해변과 스리랑카 콜롬보 숙소에서 매트를 깔고 두어 번 셀프 수련을 해봤다. 하지만 정식으로 수업을 들으며 하지 않으니 호흡은 짧아지고 힘들면 바로 그만 두기 일쑤였다. 운동은커녕 명상이 될 리가 없는 요가 수련이었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오면 새로운 음식을 탐닉하느라 고삐가 풀린다. 특히 유럽에 오니 한국의 절반 가격도 안되는데 두 배는 맛있는 파스타, 초콜릿, 빵, 커피 그리고 와인을 입에 달고 지낸다. 요가도 하지 않고 신나게 먹으니 전신에 골고루 군살이 붙는 건 시간문제. 웬만하면 칭찬만 해주는 엄마가 보다 못했는지 뼈 때리는 말을 건넸다.


“먹는 걸 좀 줄이고 그 시간에 요가를 해라. 요가 여행이라더니 요가는 이제 안 하나 봐?”


백 번 맞는 말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날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에서는 요가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요가 수업을 찾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갈 수는 없는 터라 구글은 포기하고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찾기에 이르렀다. 늘 숙소만 이용하다 트립 서비스는 처음 해보는데 마침 야외 멋진 공간에서 수련할 수 있는 수업이 있어 모든 여행 스케줄을 조정하고 수업을 신청했다.


콜로세움 근처에 있는 럭셔리한 아파트 1층에 있는 요가원에서 만나 각자 요가매트를 하나씩 들고 5분 정도 걸어 전차 경기장으로 갔다. 현지인이 아니면 이 곳에서 매트를 펼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해보지 않은 공간이었다. 어제 못 갔던 팔라티노 언덕이 앞에 보이고, 옆으로는 러닝을 하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현지인들만 있는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계단을 내려오니 지나가는 차 소음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우리 부부와 호주인, 미국인 여자 두 명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선생님의 안내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자동차 여행을 하며 쌓인 피로와 직전에 바티칸에 다녀오며 내리 5시간을 걸으며 누적된 통증이 싹 풀어졌다. 신나게 걸어 다니며 여행하고 요가로 풀어주는 것, 감히 마사지보다 시원한 코스라고 자부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트립 덕분에 로마여행이 이렇게 풍성해질 수 있었다. 나답게 로마여행을 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말랑해진 몸을 이끌고 가뿐한 마음으로 로마 여행을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하는 요가, 야매 요가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