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첫번째 밥벌이.
제주일년살이 남편의 시선
제주에 온 지 열흘 만에 과외선생님이 되었다. 그것도 무려 학년도 다르고, 과목도 다른 두 학생의 과외선생님으로 말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여학생의 수학선생님이자, 미드(미국드라마의 줄임말)를 자막 없이 시청하는 중2 여학생의 영어선생님이 된 것이다. 대학교 졸업한 지 8년이나 된 내가 과외를 구하게 된 자초지종은 이랬다.
작년 11월 제주도에서 일 년 살 집을 보러 다니면서 제주도의 교육열이 매우 높다는 걸 알게 됐다. 제주시의 노형동은 서울의 강남 못지않고, 국제학교가 위치한 대정읍에서는 매일 학교 끝나고 제주시로 왕복 2시간을 걸려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는 헬리콥터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왕복 2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주시에 살지 않는 많은 학생은 집 근처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만 한다면 그 수요는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 년 살 집을 계약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한 일은 과외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이었다. 우리가 구한 집은 제주시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져 있는 시골(?) 이었기 때문에, 비록 과외를 쉰 지 오래되었어도 충분히 명문대생이 가르치는 과외에 대한 수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우리의 여행이야기를, 선생님 소개란에는 각자의 학력과 과외경력, 그리고 어떤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지 적어두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문의하기 란을 만들어두었는데 과연 정말 문의가 올지 궁금했지만, 뭐 어떤가 홈페이지 만드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 데란 생각으로 만들어두었다.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니 그다음은 홍보가 문제였다. 제주도에 아는 사람이라곤 세계여행자뿐인 우리가 과외 학생을 구하는 일은 막막했다. 더군다나 우리는 전문 과외선생님이 아니라 회사에 다니다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여행자 아니던가. 그때 생각난 곳이 제주도 맘카페였다. 맘카페에는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상담을 올릴 테니 자식들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외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됐다는 것은 걱정이 됐지만, 아이들에게 세계여행이라는 넓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젊고 똑똑한(?) 부부에게 동네에서 과외를 받고자 하는 학부모님들도 계시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다.
그렇게 제주도 맘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만든 홈페이지를 관심 있는 학부모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고, 2명의 학생을 지도하게 되었다. 돈보다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책임감 있게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외비는 시세 대비 파격적으로 낮추었고, 수업준비를 위해 과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아이들에게 과목에 대항 티칭(Teaching)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 태도와 인생 경험에 대한 코칭(Coaching)까지 해주는 과외선생님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오늘도 내일부터 시작할 수학 과외를 위해 수학문제집을 다시 풀고 있다. 바뀐 입시제도를 공부하고, 겨울방학 공부법을 찾아보고, 수학 문제를 풀고 있으니, 이러다 내가 다시 수능시험을 치고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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