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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Sep 15. 2021

대출받으러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

5년 전 마포 집을 놓친 자, 제주에서 매매를?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던데. 도움의 손길이 보이긴 하는데 좀 혼란스럽다.

살까 말까 고민될 땐 사지 말라던데. 집도 그런가?


9개월 동안 지내면서 불편함보다 감동했던 순간이  많은 공간. 입버릇처럼 "  사고 싶다"라고 말해왔다. 남편과 둘이 있을 때도 그랬고, 집이  예쁘다고 말하는 손님들에게도 말했다.



 산 날보다 살 날이 적게 남아 집주인 내외에게 내년 계획을 여쭤봤다. 혹시 더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일 년 넘게 직접 짓고 마당의 나무 한 그루까지 스토리가 있는 집을 팔리가 없기에 몇 달이라도 더 연장할 수 있다면 베스트였다.

고민해보고 말씀 주신다더니 일주일이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계약기간 끝나면 바로 들어오실 거였나 봐. 괜히 우리가 더 살고 싶다고 내비쳐서 고민하시는 거 아닐까?"


남편과 짐작을 하며 마음을 비워가던 때쯤 연락을 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대안과 함께.


"사실은 이 집을 매매할 계획이에요."


손때 묻은 집을 파실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해봤는데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매물이 나왔다.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들어준다더니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당연히 가격.

서로 생각하는 가격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 쉽사리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격차에 우리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게다가 부부가 모두 프리랜서인 데다 은행에서 신용으로 볼 서류도 미미한 신분이라 대출이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급한 마음에 은행도 다녀왔다. 아직 서류를 넣진 않았지만 준비해야 할 서류에서 처음으로 근로 소득자가 아님에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증명할 서류가 이렇게 초라하다니!)


대출도 문제지만 가격 자체가 비싸다. 예쁘고 좋은 물건인 건 알겠는데 시세와 투자 가치를 두고 봤을 땐 사지 않는 게 이성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좋은 집인 걸 살고 있기에 누구보다 잘 알아서 자꾸 발목을 잡는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땐 많이 비싸고, 앞으로 상승 여력이 많을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제주에서 매매를 하게 되면 세계여행 중에도 애써 유지해온 서울 무주택자 자격이 없어진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 청약을 한 번도 넣어보지 않았음에도 로또 같은 청약 기회를 써보지도 않고 날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긁지 않은 (당첨될 확률이 매우 낮은) 복권을 버리는 게 맞는 결정일까?


잠시 '껄무새'로 후회를 하자면.

대한민국 몇 천만명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집을 사지 않은 5년 전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결혼 준비를 하던 5년 전, 나의 로망이었던 한강과 밤섬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던 마포의 신축 아파트를 구경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턱없이 비싸다 생각했기에 마음을 금방 접었다.

그 후 목동에서 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세를 구해 2년을 살았다. 그 집의 매매가는 마포 집보다 쌌고 지금은 (당연히) 2배 이상이 올랐다.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었던 목동 아파트를, 조금 더 무리하면 살 수 있던 마포 아파트를 안 산 과거의 내가 한심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주거안정을 위해 지금 집을 무리해서 사고 싶다가도, 과거의 나처럼 잘못된 선택일까 봐 다시 한 발짝 물러나곤 한다. 이 집에 와서 좋은 기운도 얻어 새로운 일도 재밌게 하고 있지만, 투자하는 셈 치고 사는 게 맞나? 상승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이는 집에 투자하고 나면 빈털터리가 되는데 이게 맞나?

해가 떠도 비가 와도 좋은 일상을 선물해주는 집,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주의에 맞는 집.

그런데 많이 오를 것 같진 않고 현재 가격으로 비싸기까지 한 집.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답은 내 안에 있을 테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대출 많이 받게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

음, 우선 내일 로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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